여의도 벚꽃축제/ 출처=환경TV DB

 


바야흐로 봄이다. 벚꽃의 계절이다. 거리 곳곳이 화사한 하양·분홍 꽃잎으로 반짝거린다. 벚꽃은 그렇게 그 화사함과 너울너울한 빛으로 축제의 계절을 만든다. 서울의 경우 여의도 한강 둔치를 따라 이어지는 '여의도 벚꽃 축제'가 대표적이다. 그 중심에 '윤중로'가 있다. 

윤중로는 길이 3.8km, 너비 20m 여의도 섬둑을 따라 길게 뻗어있는 '벚꽃 명소'다. 해마다 꽃놀이를 즐기러 온 수백만의 인파가 흩날리는 꽃잎 속에서 추억을 쌓는다. 많은 이가 여의도 벚꽃 축제가 열릴 때마다 윤중로를 찾지만, 정작 '윤중로'라는 이름의 유래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윤중로는 왜 윤중로일까.

지난 1960년대 한강 종합개발 공사 계획이 시작됐다. 한강 한복판에 있던 모래섬 여의도에도 대대적인 개발 공사가 진행됐다. 당시 도시 현대화의 모델로 삼았던 여의도에는 '현대식' 아파트와 빌딩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1968년 물막이 공사가 끝난 여의도에는 둘레 7km에 이르는 둑이 만들어졌다. 축조된 제방 위에는 30~35년 된 왕벚나무 1,440여 그루도 심었다.

당시 서울시는 이곳에 한자로 '바퀴 륜(輪)'과 '가운데 중(中)' '제방'할 때 '제(堤)' 자를 써서 윤중제'(輪中堤)라는 이름을 붙였고, 이 주변 길은 자연스레 '윤중로'라고 불렸다. 굳이 직역하자면 '바퀴 가운데 길'이라는 뜻이 된다.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이름이다. 뭔가 낯설다.

이 낯섦의 이유는 뭘까. 


책 '와주테이의 박쥐들'을 쓴 이동형 작가에 따르면 이 '요상한' 단어의 어원은 '와주테이'(わ-じゅう·輪中)라는 일본어다. 

이 작가에 따르면 가마쿠라 막부 말기에 비만 오면 물이 넘치는 저지대에 사는 농민들을 위해 인공 제방을 쌓았는데 이 제방을 '와주테이'라 불렀다. 즉 '윤중'이란 단어는 '빙 둘린 둑' 그러니까 '방죽'이란 뜻의 일본어식 표현인 셈이다.

일제에서 벗어난 지 20여 년쯤 지난 시기, 일제의 잔재를 완전히 청산하지 못하고 서울의 새 랜드마크로 지어진 여의도 대표 길에 일본식 이름을 붙인 것이다.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안 서울시는 지난 1984년 일본식 표현인 윤중로를 대신할 이름을 찾았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서울교와 마포대교를 기준으로 해 동쪽으로는 '여의동로', 서쪽으로는 '여의서로'로 명칭을 바꿨다. 또 일본어에 뿌리를 둔 윤중로도 '여의 방죽'으로 고쳤다. '방죽'은 한자어이긴 하지만 우리말화된 한자어다.

한국관광공사 관광지 소개. 여전히 '여의방죽'이 아닌 '윤중로'라고 표기돼 있다. /출처=한국관광공사 홈페이지

 


일제에서 '해방' 되었는지도 70년이 넘었고, '윤중로'라는 일본식 길 이름을 '여의방죽'이라는 우리말로 바꾼지도 30년이 넘었는데 대부분의 사람이 여전히 '윤중로'라는 일본식 이름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
 
KBS나 MBC 같은 '공영방송사'에서도 여의도 벚꽃 축제 소식을 전하며 지금도 '윤중로'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심지어 정부 공식 홈페이지에도 '윤중로'가 아직 그대로 쓰이고 있다.

이 작가는 "여의도는 한국 정치를 상징하는 곳이다. 더는 그곳에서 '윤중'이라는 이름을 듣고 싶지 않다"며 "윤중이라는 말은 하루빨리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bakjunyoung@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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