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건시민센터 집계 결과 사망자 146명으로 3명 늘어..4등급 판정 받은 이들
검찰, 옥시레킷벤키저가 제시한 서울대 연구팀 조사 결과 조작 가능성 포착

#"가슴에 묻고 지내기가, 너무 힘듭니다. 아산병원에 진료 다닐 때 의사에게 몇 번이나 물었지만 살균제 때문이 아닐 거라는 이야기만 하더군요. 제조사들이 죄값을 꼭 받기를 바랍니다"

2014년 6월15일, 향년 57세의 나이로 유명을 달리한 대전에 거주하는 이모씨의 부인이 전한 말이다. 이 남성은 2002년 1월부터 2011년 3월까지 12년 5개월 간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다. 영국계 회사인 옥시레킷벤키저의 '옥시싹싹' 제품이다.

이씨는 장기간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이유로 병을 얻었다고 봤다. 이를 근거로 정부가 시행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1차 조사에 동참했다. 하지만 정부는 2014년 4월 1차 조사 결과 이씨에게 3단계 판정을 내렸다. 1~2단계 판정을 받지 않을 경우 정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후 이씨는 곧바로 정부에 재심 판정을 신청했다. 하지만 판정 결과도 나오지 않은 시점에서 이씨는 결과를 들을 수 없는 형편이 됐다.

홀로 남겨진 이씨 부인은 재심 결과보다는 가해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조한다. "살인자들은 반드시 처벌돼야 합니다." '공정한 민주주의' 사회에서 힘없는 일개 국민이 내놓은 의견이다.

출처=환경보건시민센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 모임

 


#경기도 의왕시에 거주하던 김모씨(74·여)는 2009년 5월쯤 감기로 병원에 10일간 입원했다. 그 동안 간호사가 병실에 있는 가습기 세척을 위해 옥시싹싹을 넣어줬고 그 효과에 만족했다는 게 김씨 가족의 증언이다. 김씨는 이 때 이후 집에서도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문제는 이후부터 김씨가 앓게 된 질벙, '폐섬유화'다. 서울대병원에서는 '신종 폐질환'으로 구분하는 일종의 폐병이다. 감기와도 유사하다.

김씨는 폐섬유화가 가습기살균제 때문이라고 판단, 지난해 정부의 2차 조사에 피해자로 신청했다. 판정 결과 김씨는 관련성이 거의 없는 수준인 '4등급'을 부여받았다. 이후 5개월이 지난 지난해 9월, 김씨는 사망했다.


가습기살균제 사망자 3명 추가
정부 조사서 '개연성 낮다' 판단한 이들 사망해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다 사망까지 이르렀다며 정부의 조사를 받았던 피해자들이 추가로 사망했다.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공론화한 2011년 전까지만 해도 시장에서 20여 종의 제품이 연간 60만 개씩 팔려나갔던 '히트 상품'이 지닌 유해성의 명암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옥시레킷벤키저의 '옥시싹싹'과 정부 조사에서 누락한 가습기살균제 '써브라임'. 출처=환경보건시민센터

 

시민단체인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정부의 가습기살균제 1~2차 조사 당시 참여한 530명 중 피해 개연성이 낮은 단계인 3·4단계 판정을 받은 피해자 3명의 추가 사망을 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이로써 정부의 1~2차 조사 신청자 중 사망자는 모두 146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정부의 1~2차 피해 조사 당시 피해자로 신청했지만 자료가 부족하거나 피해 상황의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3·4등급 판정을 받았다.

1·2등급 판정을 받으면 정부가 가해 기업에게 구상권을 청구한다는 것을 전제로 의료비와 장례비 등을 지급한다. 3등급은 정부가 1년에 한 번씩 생사여부와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정도로만 관리된다.

4등급을 받으면 아예 '아무것도' 없다. 정부가 가습기살균제와 상관없는 이들로 판정한 이후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후 상황이다. 앞서 본 김씨처럼 정부의 1~2차 판정에서 4등급을 받은 뒤 사망에 이른 이가 벌써 3명째다. 정부의 공식 집계에는 잡히지도 않는 '죽음'이다. 그나마 3등급 판정을 받아 정부의 추가 사망자 집계에 들어간 이씨와 달리 김씨의 사망 사실은 정부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

설령 유족이 정부에 사망 사실을 알려도 소용 없다. 현 시점에서는 4등급 환자라면 추가 사망자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4등급 환자는 정부에서 말하는 개연성과 전혀 상관 없을까. 최소한 피해자 유족들은 납득을 하지 못하고 있다. 병원에서조차 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있는 사례들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사망한 부산 거주 강모씨(78·여)의 경우 16년간 옥시싹싹과 애경 등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다. 병명도 생소한 '미만성 간질성 폐질환'이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원인에 대해서는 누구에게서도 답을 얻지 못했다. 정부의 1차 판정에서 4등급을 받은 사례이기도 하다.

강씨의 아들은 "가습기살균제가 원인이 아니라고만 하고 다른 원인이 뭔지 알지 못한다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라며 가슴을 쳤다.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는 "정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에 대해 판정 등급과 관계없이 최소한 생사 여부와 건강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이번 추가 사망자 확인으로 정부의 1~3차 가습기피해자 조사에 피해 구제 신청을 한 750명 중 전체 사망자는 225명으로 늘었다. 치사율 30% 수준이다.

여기에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추가로 접수받고 있는 이들 중 사망한 이들 14명을 추가하면 가습기살균제가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는 239명으로 늘어난다.

 


옥시레킷벤키저 의뢰 받은 서울대 연구팀 '주목'
검찰, 가습기살균제 보고서 조작 정황 포착한 것으로 알려져..
이처럼 가습기살균제 추정 사망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가습기살균제 유해성과 관련한 서울대 연구팀 보고서의 수사 결과도 주목을 받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피해자의 약 80% 정도가 사용한 옥시레킷벤키저에서 서울대 수의과대학에 의뢰해 수행한 가습기살균제 유해성 보고서가 조작됐을 정황을 포착했다.

옥시레킷벤키저는 2011년 자사의 제품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정부 조사 결과를 반박하기 위해 서울대 연구팀에 조사를 의뢰했다. 이후 서울대 연구팀의 실험 결과를 토대로 유해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해당 보고서는 가습기살균제에서 문제가 된 성분 중 하나인 주성분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의 유해성을 실험한 결과다. 질병관리본부의 조사 결과와는 달리 유해성이 없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문제는 이 검사 결과의 신뢰도다. 소식통에 따르면 옥시레킷벤키저가 의뢰한 실험은 모두 60차례 반복 진행됐다.

이 중 2번은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수준으로 고농도 검출이 됐다는 게 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서울대 연구팀은 나머지 58회 결과와 평균치를 봤을 때 유해하지 않다고 결론지었다. 사람으로 치자면 60명 중 2명은 위험했지만, 다 합해 보면 위험하지 않다고 한 것과 마찬가지다.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는 "실험 결과를 놓고 본다면 옥시싹싹에서 판매한 제품 453만 개 중 15만 1,000개의 사용자는 위험한 농도에 노출됐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어떤 형태든 건강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sman321@eco-tv.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