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과학원, 중국에 '없어서' 못 파는 황금 광어 종자 생산 프로젝트 2021년까지 가동 중.. 난제는..

횟감의 대명사인 '광어'. 원래 이름은 '넙치'인 이 어류는 넓적한 생김새가 눈에 띄는 종이다. 고단백, 저지방, 저칼로리로 부드럽고 소화가 잘 돼 국민들에게 인기가 높은 횟감 중 하나다. 

광어를 다른 어류와 구분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생김새도 생김새지만, 가자미목 넙치과에 속하는 이 어류는 바다의 밑바닥에 사는 만큼 천적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흙빛과 비슷한 황갈색을 보호색으로 지니기 때문이다.

대량 양식이 성공하기 전까지만 했도 귀한 생선 취급을 받던 광어는 양식을 통해 이제는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에 구매가 가능하다. 2㎏ 기준으로 마리 당 3만~3만 5,000원 정도라는 게 업계의 가격 매김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식'이 전혀 먹히지 않는 '초특급' 광어가 있다. 바로 온 몸에 황금색을 띈 소위 '황금 광어' 얘기다. 어민들조차 극히 드물게 보는 이 황금 광어의 가격은 '싯가'라는 표현을 매기기도 힘들다.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고가다.

황금 넙치 모습 (출처=국립수산과학원)

 


황금 넙치, 알고 보면 알비노 병 걸린 '돌연변이'
중국서는 황금빛 때문에 눈독 들이지만, 어민들 '바다 수호신'으로 신성시
사실 황금 광어는 일종의 희귀한 유전병으로 생겨난 개체다. '백색증' 또는 '알비노 병'이라고 불리는 선천적 유전 질환이다. 멜라닌 세포의 합성 결핍으로 피부색이 원래의 색깔이 아닌 하얀색을 띄는 게 특징이다.

황금 광어의 경우 '하얀' 빛까지 탈색하지 않으면서 황갈색이 황금빛 정도로 희석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머리부터 꼬리 지느러미까지, 온 몸이 황금색을 띄게 된 이유다.

덕분에 '황금'을 선호하는 중국인들의 눈에 띄었다. 일반 가격보다 많게는 10배까지도 부른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1㎏ 당 1만 5,000원 정도의 중국 판매 가격을 고려한다면 황금 광어는 같은 무게이 15만 원. 현재 국내 기록으로 남아 있는 낚시로 잡은 광어의 최대 무게가 17㎏인 점을 고려한다면 산술적으로 한 마리에 255만 원까지도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중국 사람들은 황금색이 부를 가져온다고 믿고 있어 황금 넙치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실제 중국 수입상들이 황금 넙치를 보고 수입 의사를 직접적으로 밝히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중국 수산업계에서 일반 광어 가격인 1kg당 1만~1만 5,000원의 10배 이상을 지불 의사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고가로도 황금 넙치는 구하기가 힘든 게 현실이다. 수산과학원에 따르면 황금 광어가 자연 상태에서 태어날 확률은 수백만 분의 1에 불과하다. 그만큼 희소성이 있다는 말이다.

게다가 황금 넙치의 '독특함' 때문에 어민들이 신성시한다는 점도 가격을 손쉽게 매길 수가 없는 이유 중 하나다. 업계에 따르면 어민들은 황금 광어를 발견하면 바다 수호신이 나타났다며 판매를 꺼린다. 설령 양식장에서 수백만 분의 1 확률로 나타나도 양식장 주인들이 상품이 안 된다고 버린다는 설명이다.

출처=국립수산과학원

 


수출 가능성 있을까.. 수산과학원-민간 연구소 '장기' 프로젝트 돌입
유전자 조작보다 어려운 '골든 시드' 프로젝트 2021년까지
수요는 있지만 공급이 없는 이 문제 해결에 수산과학원도 뛰어 들었다. 황금 광어를 생산할 수 있는 연구를 시작한 것. 소위 '골든 시드(Golden Seed)' 프로젝트다.

1일 수산과학원에 따르면 2021년까지 황금 광어 종자 개발 사업인 골든 시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2013년부터 3년째 민간 연구소와 함께 황금 광어의 DNA와 육질 등을 분석하고 우수한 형질을 지닌 개체를 골라 인공 수정시키는 방식으로 종자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걸림돌이 꽤 높다. 연구에 필요한 '시간'과 '시료' 확보가 만만치 않다는 부분 때문이다.

황금 넙치를 안정적으로 생산하려면 최소 몇 세대까지는 몸에서 황금빛이 고정적으로 나타나야 한다. 유전적으로 안정성을 확보하는 단계다.

문제는 광어의 생태적 특성이다. 넙치과의 특성 상 확보한 황금 광어의 교배가 가능한 시점은 생후 2년이 지난 시점이다.

출처=국립수산과학원

 


게다가 이 때 교배에 성공해 알을 낳고 부화하더라도 곧바로 황금 광어인 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도 난제다. 무게 상 1㎏가 넘어야 황금빛으로 변색이 시작되는데, 이 시점까지 1년 6개월 정도가 걸린다는 게 수산과학원의 설명이다.

산술적으로 봤을 때 1세대에서만 연구 결과를 확인하는 데 3년 6개월의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다. 이를 수 세대 반복해야 한다는 점을 봤을 때 10년 정도도 짧은 시간이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연구에 필요한 시료도 확보가 만만치 않다. 유전적으로 발병하는 희귀병에 걸린 종인만큼 개체 수가 '극히' 적은 데다가 어민들도 수호신으로 모시며 제공을 꺼리기 때문이다.

이날 현재 민간 연구소에서 보유 중인 황금 광어는 10마리에 불과하다. 연구의 결과물을 단기간에 기대하기 힘들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김성연 국립수산과학원 종자사업단장은 "연구소에서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방법을 찾으면서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 중국 맞춤형으로 개발해 양식어민들이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hypark@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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