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회사서도 이미 활용하고 있는 자원..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방법은..

#'생물 자원 전쟁'이라고들 한다. 2014년 9월 발효한 유전 자원의 이익 공유와 관련한 '나고야 의정서' 때문이다. 덕분에 바이오 산업 등 생물 자원을 주 원료로 사용하는 업계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해외 원료 수입 가격에 웃돈을 얹어 줘야 할 상황이 다가온다는 불안감이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 수입해 쓰던 생물 자원을 국내 자원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큰 문제가 없다. 문제는 국내에서만 4만여 종에 해당하는 생물 자원의 효능을 일일히 찾아내고 정리하는 '분류' 작업을 기업이 직접 하기는 부담스럽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역할을 정부가 맡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우리나라 동·식물을 분류해 그 중 산업에 적용 가능한 물질들을 찾아내는 일들을 하고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특허는 기업이 싼 값에 이용 가능하다. 이에 환경TV는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 중 하나인 생물 자원, 어떤 것들을 이용할 수 있는 지 살펴보려 한다./ 편집자 주


구멍쇠미역. 출처=국립생물자원관

 

구멍이 송송 뚫려 있는 미역. 소위 '구멍쇠미역(Agarum clathratum)'이라고 불리는 해초류다. 일부에서는 '야기시리 구멍쇠미역'이라고도 불리는 종이다.

구멍쇠미역은 일본 홋카이도, 쿠릴 열도와 미주 대륙 태평양 연안, 베링 해 등에 널리 분포하는 종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동해안 중부 이북 지방에 주로 분포한다.

이러한 구멍 덕분에 일반 미역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지만 식용으로는 찾아 보기 힘들다. 수심이 깊은 지역에서 주로 서식하다보니 식용으로 인기가 높은 일반 미역과 달리 채취가 힘들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 효능도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항산화'라는 효능이다.

국립생물자원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구멍쇠미역 내에는 건강에 도움이 되는 항산화 물질이 포함돼 있다. 시중에서 식용으로 쓰는 사촌격인 '쇠미역'이 보쌈용으로 인기가 있다면, 구멍쇠미역은 항산화 제품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동해안서 채취한 구멍쇠 미역 내 '조성물'서 항산화 효과 확인해
생물자원관은 2010년 3월30일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오호리 해안에서 자생 중인 구멍쇠미역을 채집했다.

채집한 구멍쇠미역은 휘발성을 지닌 '메탄올'을 용매로 사용하는 추출법을 통해 천연 조성물 시료를 얻어 냈다. 이렇게 추출한 시료는 몇 가지 성분이 포함된 혼합 조성물로, 시험 결과 항산화 효과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포함돼 있었다.

연구진이 해당 물질의 항산화 활성을 확인하기 위한 비교 대상으로 삼은 것은 비타민 E에서 얻어낸 대표적 항산화제인 '테트라메칠크로만카복실산(Trolox)'. Trolox가 지닌 항산화 효과를 기준으로 비교해봤다.

그 결과 구멍쇠미역에서 추출한 혼합 조성물은 Trolox 대비 약 80% 정도의 활성을 보였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Trolox보다는 부족하지만 충분히 항산화 물질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을 정도 수준이라는 평가다.


네이처 리퍼블리 수분 크림으로도 유명한 '구멍쇠미역'
이러한 성분 때문에 이미 시중에서는 구멍쇠미역의 추출물을 이용한 상업적 제품들도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N사의 '슈퍼 아쿠아 맥스 수분 크림'이다. 쇼셜 커머스 업체 위메프의 뷰티 랭킹 전문관인 '위 메이크 뷰티'에서 지난 2월 3주차 집계한 크림 부문 상위 10개 제품군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알만한' 이들에게는 잘 알려진 제품이다.

해당 제품의 경우 피부 수분 공급에 초점을 맞췄지만, 다른 기능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연구진은 보고 있다.

우선 구멍쇠미역 추출물 자체가 장 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다. 장 운동을 촉진시키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변비 해소 등에도 쓰일 수 있는 기능을 지녔다는 얘기다.

또한 치매를 일으키는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 병'의 예방과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해당 추출물이 신경 전달 물질인 '아세틸콜린'의 농도를 증가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연구 결과다. 덕분에 신경 기능 퇴하가 원인인 알츠하이머 병에 효과가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아울러 다량의 식이섬유와 미네랄 등 물질들이 지방 축적을 억제해 비만, 고지혈증, 이상 지혈증 등을 예방하는 기능까지 활용 가능하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 관계자는 "천연 추출물을 이용하는 건강 기능 식품이나 약학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수분 크림 이외의 상업적 이용도 가능하다는 기대치다.

구멍쇠미역 추출물 추출 과정. 출처=국립생물자원관

 


해당 생물자원, 기업에서 이용하려면..
이 연구 결과는 2013년 국유 특허로 등록한 상태다. 생물자원관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한 특허다.

국유 특허가 등록된만큼 민간 기업에서 이를 활용하기는 쉬운 편이다. 국가 연구 과제의 경우 비용 측면에서도 특허 사용비가 민간 특허 비용보다 저렴하다고 생물자원관은 보고 있다.

그렇다면 기업에서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해당 특허는 공공조직에서 등록한 국유 특허이기 때문에 특허청으로 귀속된다.

즉 우리나라 모든 특허를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인 '특허 정보 검색 시스템(www.kitris.or.kr)'에서 검색한 뒤 특허청의 '특허로(www.patent.go.kr)'를 통해 사용 신청을 하면 된다.

또는 '지식재산 거래정보 시스템(www.ipmarket.or.kr)'에서도 '국유 지식재산' 카테고리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특허를 이용하는 정확한 가격은 어느 정도일까. 생물자원관은 '어떤' 제품을 '얼마나' 만드느냐'가 관건이라고 조언한다.

조수현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사는 "물품에 대한 공장도 단가와 판매 수량 대수, 기여율 등을 넣어서 산정을 한다"라며 "그래서 굉장히 싸며,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라도 신청해 이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비공개 상태인 특허들도 있는데, 이는 연구자가 후속 또는 보완 연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 경우 국립생물자원관 홈페이지에서 원하는 카테고리 별로 문의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구멍쇠미역이 바다에 야생 상태로 서식하는 해조류인만큼 기업이 자원 이용을 위해 채집을 할 경우 특별한 허가는 필요없다고 생물자원관은 덧붙였다. 다만 채집 지역의 어촌계와는 상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생산량을 조사하고 물량 확보가 가능하다면 충분히 개발에 착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어촌계와 상의하면 될 부분"이라고 말했다.

sman321@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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