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의 화제 KBS 2TV 수목극 '태양의 후예'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밝혀졌다. 시청자는 SBS에서 강모연(송혜교 분)처럼 '의사'로 등장한 유시진(송중기 분)을 만날 뻔했다.

사진='태양의 후예' 홈페이지

 

- 2011년 극본 공모 우수작… ‘의사들의 이야기’

'태양의 후예'의 원작은 2011년 대한민국스토리공모대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김원석 작가의 '국경없는 의사회'이다.

영화 '짝패'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조연출을 했고,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 공동연출을 맡은 뒤 '여왕의 교실'의 대본을 쓴 김원석 작가는 인도주의 정신으로 무장하고 재난현장에서 활약하는 의사들의 이야기를 무게감 있게 썼다.

그의 작품은 2014년 드라마화가 결정됐고, 서우식 전 바른손 대표가 김원석 작가와 함께 개발하던 대본을 스타 작가 김은숙에게 모니터링을 요청했다. 여기서 유시진은 의사에서 특전사 요원으로 탈바꿈한다.

유시진의 캐릭터 변신은 멜로의 여왕으로 군림하며 여성심리 박사로 불리는 김은숙의 ‘신의 한 수’였다. 김은숙 작가가 공동 집필자로 참여하면서 개조작업에 들어간 '태양의 후예'는 기존의 재난 휴먼 드라마에 김 작가 특유의 달달한 로맨스가 가미됐다.

김은숙 작가는 이번에도 로맨스에 판타지라는 양념을 한껏 쳐서 뒤로 갈수록 '재난 휴먼'이라는 설명이 무색할 정도로 로맨스에 힘썼다.

그러한 김은숙 작가의 손맛이 지금 '유시진 대위 신드롬'과 '송송커플 신드롬'을 탄생시킨 것이다.

사진='태양의 후예' 홈페이지

 

- SBS 편성 거절…송혜교 먼저 캐스팅·송중기 합류

천하의 김은숙 작가도 처음으로 굴욕을 맛봤다. 배우가 캐스팅되기 전에 SBS에 방송편성을 요청했지만 SBS가 방송편성을 거절한 것이다.

SBS는 김은숙 작가가 가져온 130억원짜리 ‘재난 휴먼 블록버스터’를 보고 고민 끝에 "잘하는 로맨스에 집중하는 게 어떻겠냐"며 편성을 거절했다. 로맨스가 아니었던 '시티홀'의 쓴맛이 되살아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해서 '태양의 후예' 기획은 2014년 가을, KBS 드라마국으로 넘어왔다. 이때부터 캐스팅 작업이 진행됐고, 2015년 1월 송혜교가 먼저 OK를 했다.

KBS는 2015년 2월 편성을 결정했고, 이후 제대를 앞둔 송중기를 캐스팅했다.

시청률 늪에 빠져있던 KBS는 송혜교-송중기 커플이 확정되자 '태양의 후예'를 2015년 하반기에 편성할 계획이었지만 송중기가 5월말 제대하고, 해외촬영도 해야 하며 동시 방송 예정이었던 중국이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의 심의도 통과해야 하는 스케줄을 소화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사진='태양의 후예' 홈페이지

 

- 메르스·그리스 비·송중기 부상 등 이어져

5월 28일, 송중기가 제대하고 이틀 후에 여의도 KBS별관에서 드라마'태양의 후예' 첫 대본 연습이 펼쳐졌다.

하지만 그 직전인 5월20일 국내에서 첫번째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고 이후 한동안 '메르스 공포'가 국내를 휩쓸면서 '태양의 후예'도 영향을 받았다. 제작진은 "메르스도 한달여 촬영을 쉬어야했다"고 털어놓았다.

악재는 또 있었다. 9월말 출발해 10월 한 달간 머물렀던 그리스에서는 비가 연일 이어져 고생했다.

제작진은 "그 당시가 우기가 시작되는 시점이라고 해 비를 예상하기는 했지만 이틀 연속 내리고 하니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또 강풍도 겹쳐서 본의아니게 촬영을 쉬어야하는 날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다행히 그리스 촬영 스케줄을 좀 여유있게 잡고 간 덕분에 정해진 귀국 날짜에는 맞춰서 돌아올 수 있었다. 비용도 그렇고 전체 제작 스케줄 상 그리스에서 귀국하는 날짜를 지키는 게 굉장히 중요했는데 그건 맞출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액션과 재난 신에서 고난도 촬영이 요구된 것도 제작 일정을 연장시켰다. 그 과정에서 애초 120억원으로 잡았던 제작비도 10억원이 추가됐다.

사진='태양의 후예' 홈페이지

 

- ‘태양의 후예’ 성공 1등 공신 송중기의 부상

가장 큰 고비는 11월23일 송중기의 부상이었다. 액션장면을 촬영하다 오른쪽 팔목이 골절되고 오른쪽 다리 무릎 뒤쪽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중상을 입으면서 촬영이 불가능한 상황에 몰린 것이다.

중국과의 동시 방송을 위해서는 2개월 전 심의가 기본이라 더 이상 제작이 연기돼서는 안 되는 시점이었기에 송중기의 부상은 '태양의 후예' 최대의 고비였다. 송중기는 팔목도 문제였지만 걷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열흘 정도 후 송중기는 불굴의 의지로 촬영장에 복귀했고 연출진은 카메라 각도 조절과 액션 난이도 조절 등을 통해 12월29일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그 사이 KBS는 '장사의 신 객주'를 5회 연장해서 '태양의 후예'의 방송 시간을 좀 더 벌어줬다.

그렇게 해서 마침내 지난 2월24일 '태양의 후예'는 한중 동시 방송을 할 수 있게 됐고, '해를 품은 달' 이후 4년 만에 시청률 30%를 넘어선 신드롬 드라마가 됐다.

시청자는 '태양의 후예' 비하인드 스토리를 접한 후 “송중기가 의사였어도 멋있었을 듯” “특전사 캐릭터는 신의 한수였네” “SBS가 잘못했네” “SBS 땅치고 후회할 듯” 등의 흥미로운 반응을 보였다.

jmd0684@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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