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모르지만 나는 당신이 쓴 물을 알고 있다'

커피 한 잔에 들어가는 물은 아무리 컵이 커도 보통 300 미리리터를 넘지 않는다.  그런데 커피 한 잔 마시는데 들어가는 물이 사실은 '200 리터'나 된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가 커피를 '200 리터 씩이나 마셔' 하며 믿지 않을 것이다.

 


환경부는 최근 우리나라 국민이 하루 평균 280 리터의 수돗물을 사용한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 상수도 사용량에 인구수를 대입해 나온 수치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독일 150 리터, 덴마크 188 리터 정도를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국민이 하루 쓰는 280리터는 유럽 선진국에 비하면 두 배 가까이 많은 물을 쓰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하루에 물을 280 리터나 쓴다고?' 하며 의아해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내가 얼마나 물을 소비하는지 모른 채 물을 쓰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물 발자국(Water footprint)'이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물발자국은 제품의 원료를 만들 때부터 제조와 유통, 사용과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사용되는 물의 총량을 뜻한다.

 '물 발자국' 지표에 따르면 사람들이 물을 마시고 샤워하는 등 물을 직접 사용하는 것보다, 인간이 사용하는 '물의 형태'가 아니지만 평소 먹는 음식, 사용하는 에너지, 활용하는 제품 및 서비스 속에서 물 사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물을 낭비하고 있을 수도 있는 행동'은 어떤 것이 있을까.

흔히 먹는 음식, 물 사용 엄청나..소고기 1kg 생산하는데 물 1만 5,000리터 필요

커피, 초콜릿, 햄버거 등 흔히 먹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선 엄청난 물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평범한 4인 가정이 외식을 하며 쇠고기 1kg을 먹고, 디저트로 커피 4잔과 초콜릿 200g을 먹었다면 이 4명은 물 몇 리터를 사용한 것일까. 이 가족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물 1만 9300 리터, 무게로 따지면 2만 kg 가까운 물을 2~3시간 만에 사용한 셈이 되는 것이다.  

계산을 해보면 이렇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커피 한 잔을 만들기 위해선 200리터의 물이 필요하고, 200g의 초콜릿 덩어리를 만들려면 최대 3,500 리터의 물이 사용된다. 1kg의 쇠고기를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물은 1만 5,000리터에 달한다.

햄버거도 마찬가지다. 맥도날드 쿼터 파운더 버거 하나는 샤워를 30번 할 때 소비되는 만큼의 물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햄버거 하나 만드는데 욕조를 몇 번씩 갈 만큼의 물이 들어가는 것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채식주의자 식단을 따른다면 매일 2,000리터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린피스는 굳이 채식을 하지 않더라도 육류의 소비를 줄이고 커피 한잔 대신 그냥 물 한잔 마시는 것을 추천했다.

'커피 대신 물 한잔'이 범지구적인 물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손쉬운' 행동이라는 것이 그린피스의 말이다. 

출처=그린피스

 


음식물 쓰레기로 매년 버려지는 물…전 세계 약 170조 리터

음식을 만들 때 사용되는 물의 양뿐만 아니라 음식을 버릴 때도 물이 낭비되고 있다.

국회 미래환경연구포럼에 따르면 연간 버려지는 국내 음식물 쓰레기를 돈으로 환산하면 약 20조 원에 이르고, 음식물을 처리하는데 소요되는 비용만 연간 9,000 억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이렇게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와 함께 사라지는 물의 양은 얼마나 될까.

미국 공영방송 NPR은 매년 전 세계에서 버려지는 13억 톤의 음식물 쓰레기를 통해 약 170조 리터의 물이 낭비된다고 보도했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쉽게 비교하면 소양강 댐 수량이 29억 톤인 것과 비교해 매년 소양호 50개에 해당하는 물이 매년 음식물 쓰레기를 통해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출처=그린피스

 


청바지 한 벌 만드는데 들어가는 물 9,000리터...입어야 하나? 대안은...

우리가 흔히 입는 청바지 한벌 만드는 데만 무려 9,000 리터의 물이 들어간다. 좀 더 가벼운 티셔츠 한 장 만드는 데도 2,500리터의 물을 필요로 한다. 2,500 리터면 2 리터짜리 대형 생수병을 1,250개 늘어놔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이처럼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입고 먹고 쓰는 모든 것들을 생산하는 데는 물이 들어간다. 심지어 물과 아무 상관 없어 보이는 휘발유를 생산하는데도 물은 필요하다.

자동차를 운전하며 사용하는 휘발유 1 리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약 18 리터의 물이 필요하다. 연비가 아주 좋아 리터당 20km의 연비가 나온다 해도 서울에서 부산까지 400km 정도를 운행했다고 하면  휘발유는 20 리터가 들어갔지만 물은 360 리터를 쓴 것이다.

세차라도 한 번 할라치면 500리터 이상의 물이 들어가 자동차를 소유한다는 자체가 물을 이미 '엄청나게' 소비하고 있는 셈이다.

출처=그린피스

 


커피나 음료 대신 물 마시기, 음식물 쓰레기 만들지 않기, 샤워할 때 너무 뜨거운 물 쓰지 않기 등 입고 먹고 쓰는 일상 생활속에서 조금만 실천하면 물을 아낄 수 있는 실천이 가능하다는 것이 그린피스의 설명이다.

그린피스 한국 지부 관계자는 "우리 지구는 점점 빠른 속도로 고갈돼가고 있다"며 "생활 속에서 작은 실천 하나가 과잉 소비와 과잉 생산이 가져오는 환경파괴와 자원고갈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hypark@eco-tv.co.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