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남성 에너지기술평가원 前 원장

안남성 에너지기술평가원 前 원장

 

지난 2월 말 국제 원자력 기구가 주최한 원자력 안전 문화에 대한 국제 컨퍼런스가 비엔나에서 개최됐다. 이번 컨퍼런스의 주요 주제는 '원자력 안전 문화 시스템적 접근'이었다.

지금까지 원자력 산업계는 3번의 큰 사고를 경험하면서 많은 교훈을 얻어 왔다. TMI사고(1979년, 스리마일섬)는 인적 실수를, 체르노빌 사고(1986년)는 기계적 결함 외에도 안전문화가 중요하다는 교훈을 제공했고, 이번 후쿠시마 사고(2011년)는 안전문화분석을 시스템적 사고로 접근해야 한다는 교훈을 제공하고 있다.

IAEA는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안전문화를 시스템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자체 개발한 시스템적 방법론과 다른 산업에서 안전 문화 분석에 사용되는 여러 방법론을 소개했다.

또한 동경전력에서 원전 안전을 담당하는 아키라 가와노 처장은 이번 사고가 2002년에 이미 2차례 사고를 은폐하면서 야기됐던 보고문화의 문제점에서 시작된 안전 문화의 저하와 그동안의 뛰어난 운전 실적에 자만으로 인한 원자력 발전소 조직의 사일로 (Silos) 현상이 조직내의 소통 부족에 가장 큰 영향을 줬고, 최고 경영자의 안전이나 기술의 최고에 대한 추구나 열정이 계속 유지되지 못한대서 기인한 것으로 발표했다.

더불어 일본 전통적인 문화에서 기인한 '의문을 갖는 태도'와 '조직 학습 문화'가 발전소 조직전체에 확산되지 못한 것도 원인으로 지적했다.

여기에 많은 엔지니어링 분야를 자체적으로 수행하지 않고 외부에 아웃소싱하면서 엔지니어링 능력이 급속도로 저하된데서 쓰나미의 영향력을 과소평가 했다고 분석하면서, 이러한 문제점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시스템적 분석이 이뤄졌다면 지금과는 다른 결과를 가져 왔을 것이라면서 아쉬움을 표현했다. 

일본의 이러한 발표를 들으면서 불과 2년 전에 우리의 원자력 산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원전 정전 사고(SBO) 보고 지연과 기기 부품 검증 위조 사건을 생각하게 됐다.

이 사건 이후 모든 미디어들은 한수원을 강하게 비난하면서 원인을 한수원의 안전문화 결핍으로 돌렸다. 물론 일차적인 책임은 당연히 운영자인 한수원이 져야 하지만 단순히 한수원만 바뀌면 될까?

이 컨퍼런스에서 미국 교통 안전국(NTSB)에서 나온 하트(Hart) 박사는 미국은 시스템적 접근으로 지난 10년간 약 83%의 교통사고를 감소시켰다고 발표하면서 이제는 모든 산업 특히 원자력 산업에서 안전문화를 시스템적 사고 기반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의 원전 안전문화 해결도 이러한 트랜드를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다.

원전 규제자의 규제 독립성은 매우 중요하지만 안전 문화 분야만은 원전과 관련된 규제자, 운영자, 미디어 등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같이 참여해 열린 소통을 기반으로 원전 안전 문화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이를 기반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원전 안전 문화를 확립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규제자를 불필요한 적으로 인지하면서 안전문화를 원전 운영자 내부의 경영이슈로 규정해 운영자가 독립적인 방법으로 추진을 해오던 우리 원자력 산업계에도 안전 문화 부분은 새로운 시스템적 접근 방법이 필요함을 알려주고 있다.

우리나라 원전의 안전 문화 문제도 단순히 한수원 직원들만 비난하고 의식의 전환을 주장한다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지난번 미디어나 정부에서 지적한 원전 산업의 문제점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원전 수출과 신규원전 착공으로 업무량이 급속도로 증가한 반면 인력 감축과 베이비세대의 고도로 훈련된 경험 인력의 은퇴로 생산성이 급속도로 떨어지면서, 수출을 위한 비용 감축 경영 정책등으로 단위 업무당 투입시간이 감소하면서 체크해야 할 절차를 생략하는, 소위 코너커팅(Corner Cutting)으로 인한 부실 작업으로 발생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한수원만의 문제가 아니고 규제기관, 주요 경영결정을 하는 정부 등이 시스템적 사고를 하지 못한데서 발생한 문제이다.

이제는 원전의 안전 문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금과는 다른 패러다임을 가지고 접근을 해야 한다. 하트 박사와 IAEA가 제안하는 시스템적 접근을 이제는 원전의 안전문화 확립을 위해 도입해 볼 필요가 있다.

원전이 단순히 운영자나 규제자의 소유물이 아니고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담보로 운영되는 시설인 까닭에 IAEA와 협력해 우리에 적합한 시스템적 접근 방법을 연구해 원전 안전 문화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아야 할 때이다. 

<안남성 前 원장 약력>
-MIT 원자력공학과 박사
-에너지기술평가원 前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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