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위기종 '확보'가 우선이자 시작..이후 증식 복원 평가 등의 절차

이름도 낯선 멸종위기종이자 보호대상 해양생물인 붉은발말똥게의 '종(種)복원 사업'이 실내 번식에 성공하며 종복원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었다.

해양수산부는 14일 멸종위기에 처한 '붉은발말똥게'를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서 실내 번식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실내 번식은 번식을 할 시기가 무르익지 않았음에도 인위적으로 발달 단계를 '성숙' 시켜 조기에 번식하는 방법으로 이뤄졌다.

쉽게 얘기해 포유류에 비유하면 발정기가 오지 않았거나 배란할 만큼 성숙하지 않은 어린 포유류를 인공적으로 성숙시켜 새끼를 낳게 하는 것과 방식은 비슷하다. 

이처럼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복원·증식시키기 위해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등 정부기관은 종복원 연구를 진행 중이다.

멸종위기종은 멸종 위기에 있거나 가까운 장래에 멸종될 위험이 있는 동식물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1·2단계로 지정·관리하는 종이다. 멸종위기 1급은 현재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이고, 2급은 개체수 감소가 지속돼 가까운 장래에 멸종될 가능성이 있는 동물이다. 

국립생물자원관 자료에 따르면 국내 멸종위기 야생동물 1·2급은 '붉은발말똥게'를 포함해 246종이다. 이 중 종복원 연구 등을 통해 멸종위기에서 해제된 동물은 167종이다.
 
실내번식에 성공한 붉은발말똥게 (출처=해양수산부)

 


멸종위기종 복원사업, 시작은 멸종위기종 '확보'부터.. 이후 증식·복원
 
이 멸종위기 야생동식물들은 체계적이고 계획적인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을 통해 개체수 증식·복원을 진행하게 된다.

종복원기술원에 따르면 포유류부터 어류, 식물류까지 그 멸종위기종의 종류가 다양해 연구 방법은 다르지만, 복원절차는 먼저 멸종위기종을 확보하고, 증식·복원 기술을 개발해 대상지역에 방류하는 과정으로 이뤄진다. 그 후 모니터링을 통해 사후관리를 하고 성과 분석과 평가한다.

실제로 이번에 성공적으로 이뤄진 붉은발말똥게의 종복원 사업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됐다. 

해수부는 지난해 10월 실내번식 연구를 위해 전남 순천에서 채집해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서 사육 중인 붉은발말똥게를 연구실험을 통해 실내에서 암컷 외포란에 성공했다. 외포란은 동물이 산란 후 알이 부화될 때까지 자신의 몸에 알을 붙여 보호하는 행위다.

이번 실내번식 성공은 실내 사육온도(25도)와 빛의 주기, 수온 및 염도 등을 세밀하게 조절해 얻어낸 성과다. 해수부는 향후 이 게의 수정란 일부를 채취해 인공 부화실을 통해 안정적인 실내 번식 연구를 할 계획이다.

박승준 해양수산부 해양생태과장은 "붉은발말똥게의 종보전을 위한 실내번식 연구를 지속해서 추진할 예정"이라며 "이번 붉은발말똥게의 종복원 연구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있지 않은 해양생물의 증식·복원을 진행해 궁극적으로 서식지로의 방류를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방사된 반달가슴곰 (출처=국립공원관리공단)

 


대표적 멸종위기종 '반달가슴곰', 순조롭게 복원 중..

국립공원관리공단 산하기관인 종복원기술원이 진행 중인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도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기술원은 지난 2002년 반달가슴곰 복원 시범사업을 시작해 2004년부터 본격적인 복원사업에 돌입했다. 

기술원 관계자는 "성공적인 방사를 위해 자연에서 생활하는 곰의 위치추적기를 달아 이동 경로나 먹이 등을 분석하고 있다"며 "곰들이 안전하게 서식할 수 있도록 먹이 자원을 조사뿐만 아니라 인공적인 번식을 위해 인공수정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기술원에 따르면 현재 지리산에 서식하는 39마리의 반달가슴곰을 오는 2020년까지 50마리로 복원할 예정이다.

현재 설악산에서도 곰 방사를 위해 서식환경 기초조사를 시행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반달가슴곰의 50마리 방사 목표는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며 "궁극적인 목표는 설악산과 지리산을 이어 백두대간을 관통하는 반달가슴곰 서식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립멸종위기종복원센터 조감도 (출처=환경부)

 


종복원사업 진행 기관 각각 분산.. "통합관리 어려워" vs 경쟁 통해 발전 할 것"

우리나라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을 위한 의미 있는 일이지만, 연구기관이 제각각이라 업무가 중복된다는 주장이 국회 환경노동위 국정감사 등에서 제기됐다.

멸종위기종 증식·복원 연구는 정부 각 부처와 지자체, 민간기관에서 이뤄지고 있다. 

환경부는 국립멸종위기종복원센터를 경북 영양군에 2017년 개관을 목표로 설립 중이고,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전남 구례군에서 국립공원종복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붉은발말똥게 등 멸종위기 해양생물의 종복원 연구는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서 이뤄진다.

이번에 연구가 진행 중인 붉은발말똥게의 종복원사업도 환경부와 해수부가 동시에 멸종위기종으로 관리하고 있어 업무 중복 우려가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해수부 해양생태과 관계자는 "환경부 등 다른 종복원 연구기관에서는 붉은말똥게의 복원사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 등 다른 기관과 국가보호종협의회를 통해 서로 중복되지 않게 종복원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복원 주체가 제각각이어서 통합된 관리가 안된다는 지적에 대한 반론도 있다. 국내 생태학 권위자 최재천 국립생태원 원장도 환경TV 인터뷰를 통해 '종복원 사업 등의 연구는 경쟁을 통해서 보다 괄목할 성과가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원장은 "유사기능을 하는 기관의 '통폐합'은 조금 근시안적이다"며 "연구나 사업을 한 곳에서만 하면 경쟁을 통한 발전이 없다"고 덧붙였다. 

hypark@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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