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랄 많으면 좋은 물?…한국인 입맛엔 '연수'가 최고, 어떤 제품 있나?

"'에비앙'을 얼렸다 녹이거나 끓이면 석회질 때문에 하얀 것이 떠다닌다." 먹는 물 전문가가 '좋은 물'에 대해 설명하면서 '에비앙은 좋은 물입니까' 반문하며 한 말이다.

정말 그런지 취재 기자가 시중에 유통되는 500㎖들이 에비앙 제품을 직접 사서 끓여 봤다. 절반 정도를 냄비에 붓고 하얀 김이 모락모락 날 때까지 끓인 후 천천히 물을 식혔다. 

약 30분가량 지나고 봤더니 미세한 하얀 입자들이 간간이 보였다. 하지만 사진상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고 자세히 봐야 보일 정도였다.

주변 편의점에서 에비앙 생수를 사서 직접 끓여 본 후 식혔더니 미세한 입자가 간간이 보였다.

 

'좋은 물의 표상' 미네랄..에비앙의 미네랄은 석회?

이 '하얀 입자'들의 정체는 생수를 판매하는 회사들이 좋은 물을 광고할 때면 으레 전면에 내세우는 바로 그 성분. '미네랄'의 주성분 중 하나다.

에비앙은 소위 4대 미네랄 성분으로 일컫는 나트륨, 마그네슘, 칼륨, 칼슘 함량이 다른 생수 제품과 비교해 높은 편이다. 이는 원산지인 프랑스 에비앙 지역의 토양 특성과 관련이 깊다.

백영만 환경보건기술연구원 원장은 "에비앙같은 경우 미네랄 수치가 높은데, 그 이유가 유럽에 석회암 지대가 많다 보니 '석회암' 때문에 그렇다"며 "일례로 얼린 뒤 녹이든가 끓이면 석회질 성분인 '하얀' 것이 떠다닌다"고 설명했다.

사실 이는 에비앙 제품에도 명시돼 있는 부분이다. "에비앙은 천연 광천수로 끓이거나 얼리는 등의 급격한 온도 변화 시 흰 침전물이 생길 수 있으나 제품에는 이상이 없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석회암의 주 성분은 4대 미네랄 성분 중 하나인 칼슘이 함유돼 있는 '탄산칼슘(CaCO3)'이다. 그러다보니 에비앙은 칼슘 성분이 높고, 그게 얼리거나 끓이면 '덩어리' 형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백 원장은 "미네랄이 많다고 무조건 '좋은 물'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좋은 물은 뭘까.

에비앙 칼슘 함유량, 삼다수의 최대 수십 배
에비앙이 삼다수에 비해 더 좋은 물?

좋은 물에 대해 백 원장은 일반론을 들었다. 그는 "일반적으로 좋은 물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깨끗하고 위생적인 물을 말하는 것"이라며 "성분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규정했다. 미네랄 자체가 좋은 물을 말할 때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실제 청정 이미지를 통해 국내 생수 시장 판매량 1위를 자랑하는 '제주 삼다수'의 경우 에비앙과 달리 미네랄 성분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두 생수 제품을 4대 미네랄 성분으로만 비교해 봐도 천양지차다.

구체적으로 보면 칼슘의 경우 제주 삼다수의 함량은 2.5~4.0㎎/ℓ다. 반면 에비앙은 칼슘이 54.0~87.0㎎/ℓ 포함돼 있다. 최대치만 놓고 보면 22배 가까이 차이난다.

이는 다른 미네랄 성분 역시 마찬가지다. 마그네슘은 제주 삼다수와 에비앙이 각각 1.7~3.5㎎/ℓ, 20.3~26.4㎎/ℓ으로 7.5배 차이를 보인다. 그나마 칼륨의 경우 제수 삼다수가 1.5~3.4㎎/ℓ, 에비앙이 1.0~1.3㎎/ℓ으로 2배 조금 넘게 많은 편이다.

삼다수(위)와 에비앙(아래) 미네랄 성분 비교.

 

백 원장은 "삼다수의 경우 '화산수'이기 때문에 석회암 지역에서 나온 에비앙에 비해 미네랄 함량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미네랄이 많이 들어 있으면 좋은 물일 가능성이 조금 더 높긴 하지만 절대적인 요인은 아니라는 것이 백 원장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백 원장은 "깨끗하고 위생적으로 처리된 물은 다 좋은 물로 보면 되고, 미네랄이 들어 있으면 좀 더 좋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먹는 물 관리법'에서 70가지 항목을 통해 생수 등 먹는 샘물의 기준을 엄격하게 관리 중이다. 이 요건을 통과하지 않는다면 판매 자체가 불가능하다.

쉽게 말해 이 기준을 통과한 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물들은 가격에 상관없이 '좋은 물'의 최소 요건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국산 생수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수입하는 생수들 역시 마찬가지다.

비슷한 '좋은 물', 한 병당 가격 최대 23배 차이

그럼에도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환경부가 2014년 하반기에 조사한 410개 판매 제품의 가격을 보면 용량(ℓ) 차이는 별도로 하고 가격만 따져 봤을 때 1병 당 최대 4,500원부터 190원까지 23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다 상세하게 살펴 보면 신세계백화점에서 판매하는 뉴질랜드산 생수 '와이웨라스틸' 750㎖이 1병 당 4,500원으로 가장 비쌌다. 반면 롯데마트에서 판매하는 풀무원샘물의 '네슬레 퓨어 라이프' 500㎖들이는 190원에 불과하다. 같은 용량(750㎖)으로 보더라도 15배 이상 비싸다.

환경부의 2014년 하반기 시중 판매 생수 가격 조사 결과 발췌. 출처=환경부

 

가격은 이렇게 차이가 나지만 70가지 항목을 통과했다는 면에서는 1백 몇십 원 짜리든 한병에 수천 원 짜리 등 마찬가지다. 이런 가격 차이를 '미네랄 값'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와관련 백 원장은 "식품에서 섭취하는 미네랄만으로도 충분하다"며 "물까지 따져 볼 이유가 있나"라고 되물었다. 필요없다는 얘기다.

미네랄 함량만 본다면 수돗물이 사실상 '최고'!
수돗물, 생수 값의 수백분의 1~수천분의 1에 불과

서울시 수돗물평가위원회는 지난달 17일 서울시의 수돗물 브랜드인 '아리수'의 미네랄 성분을 공개했다. 2011~2015년까지 5년간의 수질을 외부 공인 수질 검사기관에 의뢰해 얻어낸 결과치다.

이를 보면 아리수는 1ℓ 당 칼슘이 19.9㎎ 포함돼 있다. 2.5~4.0㎎ 수준인 제주 삼다수와 비교하면 최대 8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이외 나트륨의 경우는 7.4㎎, 마그네슘과 칼륨은 각각 2.8㎎, 2.0㎎씩이 포함됐다. 미네랄 수치만 보자면 시중에 판매하는 물보다 높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다른 수돗물도 비슷하다. 수자원공사(K-water)가 2014년 5월30일 자체 수질 분석 연구 센터를 통해 확인한 K-water표 수돗물의 칼슘 함량은 1ℓ 당 15.3㎎이다. 당시 비교를 위해 분석했던 평창수와 삼다수, 아이시스 브랜드의 경우 각각 1ℓ 당 19.6㎎, 3.3㎎, 13.7㎎의 칼슘 함량을 보였다.

해당 분석 결과만 놓고 보자면 수돗물보다 칼슘이 많이 들은 생수 제품은 평창수뿐이다.

그럼에도 가격 면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수돗물의 경우 2013년 기준으로 1톤 당 평균 660원이다. 1ℓ로 치자면 0.66원으로 1원이 채 안 된다.

환경부가 2014년 하반기에 조사한 410개 제품 중 가장 싼 가격으로 구입한 제품은 풀무원샘물에서 제조한 '네슬레 퓨어 라이프' 2ℓ 들이. 320원의 판매가로 제주 지역에서 구입한 이 물을 1ℓ로 변환하자면 160원 정도다. 

아무리 싸도 수돗물보다는 240배 이상 비싸다. 오히려 수돗물이 미네랄은 더 많지만 이 정도 가격이다.

물 맛 결정 요인, '경도'..한국 사람 입맛엔 '50~100㎎/ℓ' 사이 '연수'가 가장 '맛있어'
시판 생수 가운데 '연수' 해당하는 제품은.. 

가격 면에서 본다면 미네랄로 '좋은 물'을 정하기는 힘들다. 다만 모두 좋은 물이라 하더라도 '물 맛' 면에서는 차이를 보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를 결정하는 요인으로는 '경도'를 꼽는다.

경도란 쉽게 말해 미네랄 성분 중 칼슘과 마그네슘의 함량을 합한 값이다.

흔히 이 값이 0~50㎎/ℓ(ppm) 사이면 부드러운 물이라는 뜻의 '연수', 50~100㎎/ℓ 사이면 '보통 연수' 100~150㎎/ℓ일 경우 '약연수', 150~250㎎/ℓ 사이는 약간 단단한 물이라는 뜻의 '보통 경수', 250㎎/ℓ 이상이면 '경수'라고 한다.

이 중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 가장 맛있는 물로 전문가들은 연수를 꼽고 있다.

백 원장은 "미네랄이 물맛을 좌우하는데, 일례로 마그네슘이 너무 많으면 약간 쓴 맛이 난다. 때문에 적당히 들어 있는 게 좋다"며 "경도가 50~100㎎/ℓ 정도면 맛좋은 물이라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시중에 판매하는 생수 제품들 중 이 수준에 해당하는 물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현재 시판 중인 65개 생수 제조업체의 제품들 중 미네랄 함량이 온라인 상에 공개돼 있는 65개 제품을 토대로 봤을 때 마그네슘과 칼슘의 단순 합이 50~100㎎/ℓ 안에 들어가는 생수 제품으로는 6개 제품이 꼽혔다.

제품별로 보면 금천게르마늄의 '지알파' '헬시언'과 동원F&B의 '샘물청' '웨이크업 뷰티' 그리고 동아오츠카의 '동아오츠카 마신다', 스파클의 '스파클' 등이 이에 해당한다.

시중 판매 생수 제품에서 성분을 공개한 65개 제품 중 칼슘과 마그네슘 함량 합이 50~100㎎/ℓ 사이인 제품.

 

단순 합산이기 때문에 물맛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근거가 되긴 힘들다. 하지만 생수 브랜드 중 국내 생수 시장에서 수위를 차지하는 제주 삼다수나 롯데 아이시스 8.0, 해외 제품인 에비앙 등은 단 한 제품도 이 수치에 근접해 있지 않다. 

잘 알려진 유명한 물이라고 해서 꼭 맛이 좋다고 할 수는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질자원연구원의 이병대 박사는 "우리나라 물의 경우 수질을 좌우하는 지질 속 암석 대부분이 화강암으로 구성돼 있다보니 사실 경도가 좀 낮다"며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에는 연수가 어울리는데, 만약 경도가 높은 물을 접하던 유럽 사람들이 우리나라 물을 먹으면 싱겁다고 할 수도 있다. 지역적 차이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물도 '신토불이'라는 것이 싱겁지만 부인하기 힘든 좋은 물과 맛있는 물에 대한 결론이다.

sman321@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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