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2층 지상 6층 규모 16일부터 본격 영업 계획

전통의 수산시장인 '노량진 수산시장'이 새로운 모습을 선 보인다.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이하 수협중앙회)는 새단장을 마친 노량진 수산시장이 오는 16일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간다고 7일 밝혔다. 현대화한 지하 2층, 지상 6층의 건물이 새로운 둥지다.

하지만 새로운 노량진 수산시장의 출발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기존에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소매업을 하던 680곳가량의 소매상 중 일부는 여전히 이전에 응하지 않고 기존 소매점 부지를 사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상인들은 비상대책위를 꾸려 시위로 대응 중이다.

해당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노량진 수산시장 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수협중앙회의 손해는 불가피하다. 신축 건물 공사와 함께 기존 시장 철거까지를 아우르는 '턴키' 계약에 따른 공사 지연 위약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제한 시간은 신 노량진 수산시장이 본격적으로 영업을 개시하는 16일 전날인 15일까지다. 소매업자들과의 최종 협상 시한은 9일 남았다.

새로운 노량진 수산시장. 출처=수협중앙회

 


40여년 역사 간직한 노량진 수산시장, 새 둥지로
노량진 수산시장의 역사는 일제 강점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927년 서울역 근처 의주로에 '경성수산 주식회사'가 개장한 수산시장이 그 모태다.

지금의 위치로 온 것은 그로부터 40여년이 지난 1971년이다. 한국냉장이 현 위치에 도매시장을 건설하면서 서울시민들에게 노량진 수산시장이란 이름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40여 년간 같은 건물로 이 자리를 지키던 노량진 수산시장은 세월의 풍파 속에 노후화돼 갔다. 정부는 급기야 2004년 '수산물 도매시장 현대화 추진' 방안을 의결하고 그 대상 중 하나로 노량진 수산시장을 낙점한다.

타당성 조사 등의 과정을 거친 노량진 수산시장은 2007년부터 올해까지 바로 옆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비축기지 부지와 기존 부지를 포함한 신축 수산시장 건설 과정에 돌입했다. 모두 4만 450㎡(1만, 2,236평)에 달하는 커다란 부지다.

노량진 수산시장 건물 신축 사업에는 국비 1,540억 원과 수협중앙회의 701억 원 등 모두 2,241억 원이 투입됐다. 공사는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맡았다. 이후 지난해 10월, 새로운 건물을 완공했다.

건물을 신축하면서 소비자들이 전국 각지에서 올라오는 수산물을 접하게 될 공간도 사실상 커졌다. 대지면적 자체는 기존 시장보다 2만 6,186㎡(7,921평) 줄었지만 지하를 포함, 모두 8층에 달하는 규모이다 보니 '연면적'은 4만 9,951㎡(1만 5,111평)이 늘었다.

이전과 현재 수산시장 비교. 출처=수협중앙회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으로 기존 소매상의 약 40% 정도가 새로운 건물로 이전에 합의하고 내부 리모델링 등의 과정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오는 16일이면 만나게 될 신 노량진 수산시장의 모습이다.

공노성 수협중앙회 지도경제사업 대표이사는 "이달 초부터 이전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시설 공사 등을 시행하고 직접 (부지를) 사용하게도 했다"며 "지난 5일까지 조사한 결과로는 5% 정도가 시설 공사도 마친 상태"라고 밝혔다.


여전한 소매상 반대.. 수협중앙회, 법적 대응키로
"어민 재산 임차인 맘대로 하는 건 있을 수 없다"
신 노량진 수산시장의 개장일이 정해졌지만 분쟁의 '씨앗'은 남았다. 기존 부지에서 영업을 하던 소상공인들의 이전 반대다.

불과 나흘 전인 지난 3일에도 소매업자들로 구성된 '노량진 수산시장 비상대책위원회'가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의 요구는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기존 부지에서 영업하게 해 달라'다.

실제 수협중앙회의 자회사인 노량진수산 주식회사가 4일 현대화 건물 판매자리 결정과 관련해 진행한 3차 추첨까지를 포함, 이전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힌 이들은 전체 소매상의 40% 수준이다. 과반에 달하는 나머지 60% 정도는 이전에 반대하거나 중립에 있다는 게 수협중앙회 측 관측이다.

덕분에 당초 올해 1월 개장으로 예정돼 있던 새로운 수산시장의 개장도 3개월여나 미뤄졌다. 이 기간 동안 기존 부지를 해체하고 진입 도로를 내는 등 공사 계획에 포함돼 있던 사항들도 진행하지 못했다.

40여 년 된 기존 노량진 수산시장 모습. 출처=수협중앙회

 

게다가 오는 15일까지 이전에 반대하는 이들과 합의하지 못한 채 이대로 흘러 가면 현대건설 측에 공사 지연에 따른 위약금까지 물어야 할 판이다. 매달 12억 원에서 많게는 16억 원까지 들 거라는 게 수협중앙회 추산이다.

문경화 노량진시장 현대화 사업본부장은 "현대건설 측과 협의해 15일까지 3개월여 간의 해체 등 공사 지연에 대한 부분은 별도로 위약금을 청구하지 않기로 했다"며 "하지만 16일부터도 공사가 재개되지 않으면 4월이나 5월쯤부터 월 단위로 위약금을 물어줘야 할 판"이라고 설명했다.

공 대표이사는 "기존 시장서 영업하게 해달라고 하는데 이것은 가능성이 0.1%도 없다"며 "노량진 수산시장은 수협중앙회, 어민 조합들이 주주고 그들의 재산이다. 그 재산의 단 한 평도 임차인인 소매상에게 할애할 수 없다.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 재차 못박았다.


이전 후 기존 수산시장 부지, 어떻게 되나
수협중앙회 측은 이전에 반대하는 이들과 15일까지 결론을 내지 못할 경우 법정 대응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손해배상 청구 등의 방안이다.

이와 함께 기존 부지에서 영업을 하기 힘든 상황도 인위적으로 만들겠다는 강경책도 세웠다.

공 대표이사는 "예를 들어 주차장을 폐쇄하는 등으로 소비자들의 접근이 쉽지 않도록 할 수도 있다"며 "새 시장으로 옮겨 갈 수 있도록 계속 설득 작업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갈등이 언제쯤 마무리 될 지는 모르지만 갈등 해결 이후 기존 부지는 상가 등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오는 5월이면 지하철 1호선 노량진 역과 연결된 '금싸리기' 부지인 기존 노량진 수산시장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 지와 관련한 용역 결과가 나온다. 신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소비자들을 이끌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용역이다.

공 대표이사는 "1만 4,000평 정도의 잔여 부지가 생긴다"며 "현재까지 해당 부지는 준주거시설 또는 일반주거시설로 돼 있는데, 서울시랑 협의해 일반 상업 지구로 바꾼 뒤 복합 상업 시설을 개발하는 등 어민 조합원들의 수익 구조를 항구적으로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만들고자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sman321@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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