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국 전권대사 사살 계획 실패해 61세 일기로 순국

출처=연극 '독립군의 어머니 남자현' 포스터

 

제97회 삼일절을 맞은 가운데 많은 이에게 회자되는 여성 독립운동가가 있다. 영화 ‘암살’에서 만주 한국 독립군 제3지대 포수계 저격수로 친일파 암살 계획 작전을 수행한 ‘안옥윤’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남자현(1872~1933) 열사다.

남 열사는 경북 영양 출신으로 ‘여자 안중근’, ‘독립군의 어머니’로 불리는 여성 독립운동가다.

남 열사가 처음부터 독립운동가의 길을 걸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본래 주부였다. 1895년 남편 김영주를 잃은 뒤 홀로 아들 김성삼을 키울 때에도 그는 주부였다.

홀로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던 ‘평범한’ 주부. 그러나 그의 삶은 1919년 일어난 3․1 운동을 계기로 전환된다. 온 겨레의 움직임이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짓밟히는 것을 목격한 그는 아들과 함께 만주로 망명해 독립운동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남자현의 삶이 모티브 된 영화 '암살' 속 안옥윤/ 출처='암살' 스틸

 

이후 남 열사는 만주에서 조직된 항일 무장 독립운동 단체 ‘서로군정서’에 가입한 뒤 여성의 의식개혁과 독립운동 참여를 독려하는 운동을 펼쳤다.

또한 그는 여성으로서는 하기 힘든 무장투쟁에도 앞장섰다. 남 열사는 1925년 식민지 조선을 관리․감독하던 총독 사이토 마코토 암살할 계획을 실행시키기 위해 국내에 잠입했다. 작전은 실패로 끝났지만, 조국 독립을 위한 남 열사의 투쟁은 계속됐다.

1932년엔 국제연맹 만주사변 조사단에게 ‘조선독립원’이라 쓰인 혈서를 무명지와 함께 전달하며 조국의 독립을 호소했다. 일본 제국주의 아래, 아득한 ‘조국 독립’을 꿈꾸며 그는 다음 계획을 준비했다. 만주국 전권대사 부토 노부요시를 사살하려는 작전이었다.

하지만 남 열사는 이듬해 부토 노부요시 사살 작전을 수행하다 체포돼 61살을 일기로 순국했고, 정부는 1962년 그에게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했다.

남자현의 삶을 모티브한 영화 '암살' 속 안옥윤을 연기한 전지현(가운데)/ 출처='암살' 스틸

 

한편 '암살'을 계기로 남 열사와 함께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활약상이 재조명되고 있지만, 현행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는 여성 항일 운동사를 다룬 부분이 거의 없다.

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 김희선 회장은 "'독립은 정신에 있다'고 한 남자현 열사, 충효애국 자손만대 보존의 말씀을 남기신 의병대장 윤희순 등 많은 여성 운동가를 외면하는 것은 우리의 역사 인식이 아직 부족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들을 교과서에 싣도록 정부에 촉구하는 결의문을 조만간 채택할 계획"이라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bakjunyoung@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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