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주연, 조연 후보자 중 흑인 한명도 없어

아카데미 시상식의 흑인 사회자 배우 크리스 록 사진 = 크리스 록 트위터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 88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지만, ‘백인만의 잔치’로 전락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2년 연속 남녀 주연, 남녀 조연 등 4개 연기 부문에 지명된 후보 총 40명이 모두 백인이었다. 

지난 1월 13일, 모두 백인후보로 채워진 오스카상 후보 명단이 발표되자 배우 윌 스미스와 제이다 핀켓 스미스 부부,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 등 흑인 배우와 감독들은 잇달아 불참선언을 하며 보이콧에 나섰다.

흑인 배우 윌 스미스의 아내이자 배우인 제이다 핑켓 스미스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영상을 올려 전면적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을 비난했다. 

핑켓 스미스는 영상을 통해 “누구를 인정하고 초대할지는 아카데미의 권리”라며 “인정해달라고 사정하는 것은 흑인 사회를 위축한다”며 아카데미 시상식 불참선언을 했다. 프로 미식축구를 다룬 영화 ‘컨커션’에 출연한 남편 윌 스미스는 오스카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영화 ‘옳은 일을 행하라’, ‘정글피버’ 등을 연출한 미국의 유명 흑인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도 오스카상 후보 명단이 발표되고 난 5일 후인 지난 1월 18일에 자신의 SNS에 “어떻게 2년 연속으로 배우부문 후보자 20명이 모두 백인일 수 있느냐”며 “백합처럼 희기만 한 오스카상 시상식을 지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리는 “‘마틴 루터 킹 데이’(미국 흑인 민권운동을 이끈 킹 목사의 생일을 기념하는 미국 연방 공휴일)인 18일에 이 글을 올리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며 마틴 루터 킹의 사진을 함께 올리며 아카데미 시상식을 냉소적으로 비판했다. 

사진 = 스파이크 리 인스타그램 캡쳐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 사회자를 맡은 유일한 흑인인 배우 겸 코미디언인 크리스 록은 시상식전 후보자 명단을 보고 ‘미국 흑인방송에서 진행하는 소수인종 연례 시상식의 백인판’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록은 28일(현지시간) 진행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사회를 시작하면서 "흑인들의 불참 사태 때문에 사회를 거절할까 고민했다"면서도 "난 실업자이고, 이 자리를 백인인 닐 패트릭 해리스에게 넘길 수는 없었다"며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더불어 “사회자 인권단체로부터 아카데미 시상식 MC를 보이콧하라는 압력을 받기도 했다”며 “스파이크 리(흑인  영화감독)도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 화가 나 있다"고 밝혔다.

록은 아카데미 상이 ‘백인잔치’라는 오명을 받은 것에 대해 "흑인 후보자들이 대한 논란이 계속될 바에야 차라리 남녀 배우상 범주를 나누듯 흑인을 위한 상을 따로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훌륭한 배우지만 흑인 중에서도 뛰어난 배우가 많다"며 단지 그들은 디카프리오처럼 좋은 역할을 맡기 힘들다“고 흑인 배우의 고충을 대신 말하기도 했다.

지난 오스카 후보 명단이 발표된 이후 SNS에서도 ‘OscarsSoWhite’(오스카는 너무 하얗다)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글이 계속해서 올라오며 인종차별을 일삼는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한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전세계 누리꾼은 영화 ‘크리드’의 마이클 B, ‘시카리오’의 베네치오 델 토로, 영화 ‘헤이트풀 8’의 새뮤얼 L, 잭슨 영화 ‘비스트 오브 노 네이션’의 이드리스 엘바 등 뛰어난 연기력을 입증했지만 후보에 오르지 못한 유색인종 출신의 영화인들을 나열하며 아카데미 시상식의 다양성 부재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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