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계절기상서비스 발표 폐지.. ‘산업기상지수’ 월 10만원~30만원

지난해(2015년) 서비스가 중단된 '산업기상지수' (출처=환경TV DB)

 


올해부터 김장 예상시기나 벚꽃 개화 시기, 가을 단풍 시기 등 '계절기상'과 관련한 정보를 기상청에서 제공받을 수 없다. 앞으로 이 정보를 이용하려면 기상청이 아닌 민간업체가 제공하는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

유희동 기상청 기상서비스진흥국장은 “정부 3.0 정책에 따라 2016년 봄꽃 개화 예상시기부터 민간업체가 정보를 제공하도록 했다며 날씨경영의 민간 시장을 확대해 사용자의 선택권을 넓혔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민간업체로 하여금 기상청이 서비스하던 수준의 정보는 무료로 제공하고, 지역 축제 등 특정 사용자들이 요구하는 상세한 정보는 유료로 제공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상청 계절정보 서비스를 이양 받은 업체는 기본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사기업이다. 향후 민간업체가 기본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하더라도 기상청이 제재할 수 있는 강제 규정은 없다.

지난해에도 기상청은 ‘산업기상지수’를 민간으로 기술이전하고 서비스를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당시에도 명분은 '민간시장 활성화' 였다.

산업기상지수는 농약살포 등 농업과 관련된 농업지수, 건축공사와 관련된 건설지수, 과일이나 채소 유통 등과 관련된 유통지수, 냉난방과 관련된 에너지지수, 고속도로기상지수 등 15개에 이른다.

'산업기상지수' 라는 이름이긴 하지만 국민들의 실생활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는 말그대로 실생활 정보인 것이다.

하지만 취재 결과, 과거 기상청이 제공하던 수준의 산업기상지수 정보를 무료로 확인할 수 있는 민간업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고, 서비스를 민간에 이양한 기상청은 어느 곳에서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지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해까지 기상청이 무료로 제공하던 산업기상지수중 과일·채소 지수. 올해는 이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 없다.(출처=환경TV DB)

 


A 민간 기상업체에 산업기상지수 중 건설지수 관련 정보를 문의한 결과, 현장과 지역이 몇 곳인지에 따라서 월 20만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B 민간업체는 아직 산업기상지수 기술이전이 되지 않아 언제부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 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B 업체는 산업기상지수 서비스를 시작할 경우 과거 기상청에 제공하던 정보와 동일한 수준의 정보를 제공할 계획인데, 지수별로 월 10만원 가량을 예상하고 있다. 

15개의 산업기상지수 정보를 모두 이용할 경우에는 월 30만원 가량이다. 수요자가 원하는 정보에 따라 가격이 변동되거나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

기상청은 2015년 '맞춤형 기상서비스 규정'을 제정하고 기상청이 기존에 제공하던 634건의 기상서비스를 민간사업자에게 이전해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산업기상지수 관련 기술이 이전된 것도, 올해 계절기상정보를 민간으로 이양한 것도 이같은 방침에 따라서다. 하지만 이 서비스들은 그동안 모두 국민의 세금을 개발됐고, 국민들이 무료로 이용하던 정보들이다.

기상청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된다. 2015년 정부 예산은 3,512억원 이었고, 올해는 5,771억원이 투입된다. 공공재의 성격을 띤 기상정보를 산업 논리로 민간에 이양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기상청 2015년 주요업무 추진계획. 민간 기상서비스 활성화를 통한 기상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기상청이 제공하던 일부 서비스를 폐지하고 민간으로 이전하는 계획이 담겨있다. (출처=기상청)

 

서울대학교 대기환경과학과의 기상전문가는 “기상청이 원래 하던 서비스를 민간으로 이관하는 것은 기상청 본연의 업무를 제대로 못 하는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민간기관들이 앞으로 계절기상정보를 지속해서 무료로 제공할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재인 기상정보는 누구나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는데 기존에 국민에게 무료로 제공하던 서비스를 왜 중단하는지 모르겠다”며 "이 같은 결정이 매우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기상청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 주도로 기상산업이 집중돼서 민간 기상산업이 발전하지 못했다. 민간이 할 수 있는 것들은 서비스를 이전하는 것이 민간 기상산업 육성을 위해 필요한 선택이다"며 기상정보 제공 서비스의 민간 이양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뜻을 내비쳤다. 

국내 민간 기상산업 시장규모. 최근들어 국내 기상산업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출처=기상청)

 


지난 2006년 192억 원이었던 기상산업 매출액은 해마다 크게 늘어 2014년엔 3,693억 원으로 8년만에 무려 20배 가까이 급증했다. 미국의 경우 기상산업 시장규모가 약 10조 원에 이를 정도로 발전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다.

산업적 측면에서 기상청이 민간 기상산업 육성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 전제는 공공재 성격이 있는 기상정보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접근권이 보장되야 한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은 이와관련 "기상서비스가 정부에 집중되어 있어 민간이양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동의하지만, 민간 업체에 이전하는 서비스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은 의원은 그러면서 "산업기상지수 중 고속도로 기상지수를 이양하는 것에 대해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정보까지도 민간으로 이양하려고 한다"며 "고속도로 기상정보가 민간으로 이양되고 유료화되면, 그 비용이 고속도로 통행료에 반영돼, 부담은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상산업 저변이 확대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비스를 이전하게 되면, 몇몇 특정 업체가 기상산업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현실에서 특정업체 밀어주기 의혹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고윤화 기상청장은 "계절기상정보 민간 이양으로 기상산업의 민간 서비스 활성화와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고 창조경제 실현 및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도 이바지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어디에도 그동안 기상정보를 제공받아온 '국민' 얘기는 없다. 

기상산업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민간업체 스스로 경쟁력 강화를 통해 해결해야 할 부분을 기상청이
'창조경제'까지 언급하며 너무 앞서 나가며 국민들을 기상정보에서 소외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ecolove@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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