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카드 광고 사진=유튜브 캡처

 


최근 '채무면제 유예상품(DCDS)'이라 불리는 카드사의 부가서비스 때문에 피해를 봤다는 소비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채무면제 유예상품이란 신용카드사가 매월 회원으로부터 결제 금액의 0.03% 가량의 수수료를 받고 사망, 질병 등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카드채무를 면제해주거나 결제를 유예해주는 상품으로, 자신도 모르게 이 상품에 가입돼 매월 돈이 빠져나간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피해가자 늘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채무변제 유예상품 피해글 사진=오유

 


지난 1월 국내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인 '오늘의 유머' 게시판는 '카드사 채무면제 유예상품을 아시나요'라는 피해자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채무면제 유예상품(DCDS)'에 대해 '카드사의 보이스 피싱이라고 불릴 정도로 악명이 자자한 유료부가서비스 보험'이라며 '나처럼 자기가 가입을 한 줄도 모르거나 정작 보상금이 필요할 때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려 2년간 가입한 줄도 모르고 보험료를 납부한 글쓴이는 과거 카드론을 사용했을 당시 상담원이 채무면제 유예상품 약관을 알아듣기 힘들게 고지해 엉겁결에 서비스에 가입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포털에 올라온 채무변제 유예상품 피해글 사진=네이버 캡처

 


국내 포털사이트에 채무면제 유예상품을 검색만 해보더라도 이 상품을 왜 '악명 높은 보이스 피싱'이라고 부르는 지 알 수 있다.

인터넷상에는 '채무면제 유예상품(DCDS)'에 나도 모르는 사이가입이 돼 있다‘는 글이 수도 없이 올라와 있는데다, 불의의 사고를 당해도 막상 보상금은 한 푼도 못 받았다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피해사례들을 살펴보면 상담원이 '혜택'이라고 강조하거나 '가입이 아니다'라고 안심시킨다는 점, 또 약관고지가 너무 빨라 알아듣기 힘들고 카드론과 같이 부가서비스를 이용할 때 '끼워 판다'는 공통점들을 갖고 있다.

한 네티즌은 “남편이 실족사로 사망했는데 삼성카드가 '보상이 300만원이고 카드 결제금이 면제다'라던 기존의 말과 달리 '아무것도 없다'고 말해 화가 나고 어이가 없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또 서울시 도봉구에 거주하는 박모씨(52)는 "내가 언제 어떻게 가입됐는지도 모르는 상품 때문에 매달 정기적으로 돈이 빠져나갔다"며 "삼성카드는 본 상품이 소멸성 상품이라며 환불요청을 거부했고, 억울했지만 그 이후에 삼성카드를 해지하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밝혔다.

삼성카드 출시 홍보 사진=삼성카드

 


실제로 2012년 3~10월중 금감원에 국내 카드사 ‘상속인 금융거래조회’가 신청된 사망자 3만8854명을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중 1117명(조사대상자의 2.9%)이 DCDS에 가입되어 있었고 그 중에서 216명(19.3%)에게만 보상금이 지급됐다.

2012년 조사 기준, 나머지 901명(80.7%)에게는 보상금이 지급되지 않았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지난 2013년 '금융소비자에게 불합리한 카드사 채무면제 유예상품 제도 개선 및 미수령 보상금 찾아주기'를 추진한 바 있지만 피해사례의 빈도는 줄지 않고 오히려 다른 카드사에까지 확대되는 모양새다.

카드면제 유예상품은 삼성카드가 2005년 처음 판매를 시작한 후 3년 동안 독점하다시피 하다가 2008년부터 비씨카드와 현대카드가 합류했고, 2011년 국내 7개 카드사가 모두 상품 판매를 시작했다.

국내 카드사들이 카드면제 유예상품 가입 유치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보상금 대비 수수료 수익성이 높은 효자상품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15년 4분기 채무변제유예상품 운용현황 사진=여신금융협회

 


여신금융협회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05년 삼성카드의 경우 처음 상품을 판매할 때에 가입자 수는 24만 8천명, 수입 수수료는 65억원이었으나 2015년 기준 가입자 수는 79만 3천명, 수입 수수료는 579억원 까지 증가했다. 가입자 수는 3배, 수입 수수료는 9배 가량이나 증가한 것이다.

반면, 소비자에게 되돌려준 보상금은 2015년 기준 65억원으로 삼성카드가 본 상품으로 벌어들인 소득의 11%가량 밖에 되지 않는다.

2015년 국내 카드사(국민, 롯데, 비씨, 삼성, 신한, 하나, 현대)의 전체 수입 수수료 역시 2580억원이나 되지만, 소비자가 받은 보상금은 276억원으로 수입 수수료 대비 약 10%를 차지했다.

채무면제 유예상품에 대한 고객들의 민원에 대해 삼성카드 측은 “전화상담원이 고객들의 동의 없이 서비스에 가입시키지는 않는다. 다만 전화를 통한 상담이기 때문에 의사소통의 한계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고객 불만사항들이 현재 많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라고 해명했다.

또 BC카드 관계자는 "채무면제 유예상품에 관해 민원이 많은가"라는 질문에 "알려줄 수 없다"라고 대답을 회피했고, 롯데카드 측은 "판매절차를 잘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전화라는 매체의 특성상 민원이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보험업법에 따르면 신용카드사는 보험사의 보험상품을 대신 판매하는 '보험대리점'의 자격을 지니며 사단법인 보험협회가 승인을 내려준다.

그러나 채무면제 유예상품과 같이 보험사가 아닌 카드사가 자체적으로 보험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경우 뚜렷한 관련법이 존재하지 않고 있는데다 금융감독과 민원대응에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피해만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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