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중 하나인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최근 미성년자들이 나이를 속이고 술을 마신 뒤 경찰이 출동하자 신분증 검사를 받은 일이 없다고 주장해 식당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상황에 몰렸다는 글이 올라와 파장이 일고 있다.

이 네티즌은 부모님이 중식당을 경영하는 식당주인인데 얼마 전 직접 겪었던 '억울한' 사연이라며 글을 올렸다. 
 
'미성년자가 술을 마신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이 식당에 왔다. 신분증을 다 확인했었는데, 경찰이 오자 학생들이 신분증 검사를 한 적이 없다고 버텨 그대로 영업정지를 당하게 생겼다'는 것이 글의 골자다.

실제 이와 비슷한 일이 자주 일어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는 현행 '청소년 보호법'의 맹점과도 관계가 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청소년보호법은 청소년이 신분증 상의 생년 등을 위조해 유해약물(술, 담배)을 구매하더라도 청소년은 처벌하지않고, 업주만 처벌을 받도록 하고 있다.

청소년이 신분증을 위조해 검사를 통과한 뒤 술을 마시고 있는데 경찰이 왔을 경우 신분증 검사를 한 적이 없다고 우기며 신분증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주장할 경우 신분증을 위조했다는 사실 자체를 밝혀내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더우가 신분증을 위조하면 공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처벌받지만 청소년의 경우 신분증 위조 사실이 밝혀지더라도 '다음부터 그러지 말라'고 훈계한 뒤 훈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청소년에게 술을 판매하다 적발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며 "청소년에게 술을 팔다 단속에 걸린 업소들 대부분이 영세한 식당들어서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이 내려지면 폐업으로까지 이어 진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렇게 대부분의 경우 영업장만 처벌받다 보니 이를 악용해 무전취식을 하는 청소년들까지 있다.호프집이나 주점에서 음식과 주류를 주문한 뒤 계산할 때, 자신들이 미성년자라고 밝히고 음식 값을 지불하지 않는 식이다.

한국외식업중앙회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조사한 통계를 보면, 미성년자에게 주류를 판매했다 적발된 3339개의 업소 가운데 청소년들이 법을 이용해 고의적으로 신고한 경우가 2619개 업소로 78.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말그대로 실컷 먹고 마셔놓고 '배째라'는 식으로 나와도 업주 입장에서는 아무리 '괘씸'해도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먹기로 '그냥 가라'고 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자비를 들여 위조 신분증을 감별해 내는 ‘신분증 감별기’ 장치까지 설치하는 업소도 생겨나고 있지만 완전한 해결책은 못된다. 일행 가운데 미성년자가 아닌 사람의 신분증이나 형이나 언니같은 다른 사람의 신분증을 대고 들어갈 경우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술을 마신 청소년에 대해선 아무런 처벌도 하지 않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의 경우에는 청소년이 음주를 하게 되면 부모에게 책임을 물어 경범죄로 처벌을 받는다. 또 음주를 한 청소년도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아야 하는 등 법적으로 책임을 지도록 한다.

이런 청소년 음주 관련 '쌍벌제'에 대해 여성가족부는 “청소년보호법은 법의 취지 자체가 청소년을 보호하는 것이다"며 "적발된 학생은 학교를 통해 교육을 받는 방향이 적합한 것이지, 청소년을 처벌하는 것은 법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도 "무전취식을 목적으로 나이를 속이는 청소년의 처벌에 대해선 현행법상으로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며 “청소년이 나이를 속여 술을 마신뒤 고의 신고 등으로 적발된 억울한 업주들은 구제소송과 행정심판 제도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구제소송과 행정심판의 과정을 겪으면서 입게 될 업주의 시간적·정신적·비용적 피해도 많많치 않은데다 소송 등을 하더라도 이긴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이 역시 완전한 해결책이 되긴 힘들다. 

이와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작년 11월 발의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이 주목받고 있다.

일명 ‘선량한 자영업자보호법’으로 불리는 개정안은 ‘미성년자의 강박 및 신분증 위조˙변조˙도용 등 적극적인 방법으로 인해 주류나 담배 등을 판매한 경우에는 과징금과 영업정지기간 등 행정처분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해 선량한 자영업자를 보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서영교 의원 측은 “물론, 쌍벌제 자체는 좋지만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에서는 담아낼 수 없고, 새로운 법률을 만들 때 가능하다”며 “하지만 새로운 법률을 만들 경우 과정이 오래 걸리고 통과가 안 될 가능성이 높아, 이미 있는 청소년 보호법을 개정하는 방향으로 발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마저도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서 의원의 개정안은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인데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데다 여야가 쟁점 법안 등에 대해 극한 대립을 하며 맞서고 있어 이번 회기 내에 개정안 통과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총선 전에 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해당 개정안은 자동 폐기된다. '선량한' 자영업자들을 보호하고 구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담은 법안이 물 건너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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