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환경청 '5대호' 지역 책임자 경질
미국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 인근 도시의 '납 수돗물 사태' 논란이 연일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환경청(EPA) 오대호 지역 책임자가 경질된 것으로 전해졌다.
21일(현지시간) ABC방송 등 미국 주요언론에 따르면 EPA가 오대호 지역 제5권역 총괄 책임자인 수전 헤드먼을 다음 달 1일 자로 해임한다고 발표했다.
EPA 제5권역은 미네소타·위스콘신·일리노이·미시간·오하이오 등 오대호 인접 6개 주를 담당한다.
헤드먼은 미시간 주 플린트 시의 수돗물 사태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책임으로 사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플린트 시는 디트로이트 시의 수도에서 물을 공급받다가 재작년 비용 절감을 위해 플린트 강으로 수원지를 바꿨다. 이는 새로운 수원지 휴런 호수로 연결하는 파이프라인을 완공하기 전 취해진 임시 조치였다.
하지만 플린트 강물이 기존 디트로이트 수돗물보다 부식성이 강해 수도관 납땜 부위가 부식되면서 '납 수돗물'이 흘러나오게 됐다.
지역 주민들이 계속해서 물맛과 냄새가 이상하다고 불만을 터뜨렸고 어린아이들의 혈중 납 수치가 급증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또 현지 제너럴모터스 공장은 지난 2014년 10월 설비부식이 염려된다며 수돗물 사용을 중단하기도 했다.
시민들에게 18개월간 '납 수돗물'이 공급됐지만 "괜찮다"며 주민을 안심시키던 주 정부는 결국 비상사태를 선언했고 플린트를 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이에 대해 헤드먼은 지난주 디트로이트 언론에서 플린트시가 지난 2014년 4월 예산 절감을 이유로 수원지를 플린트 강으로 바꾼 후 수도관 부식이 생겼다는 사실을 지난해 4월에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헤드먼은 미시간 주 정부 관리들에게 대처하라고 지시했을 뿐,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았고 연방에서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런 대책 없이 납 수돗물이 흘러나오는 사이, 플린트 시 어린이들의 혈중 납 수치가 2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주민들의 피해는 계속 속출했다.
한편 이번 플린트시 납 수돗물 사태는 인종차별과 빈부 격차 문제로 번지고 있다.
납 수돗물을 마시고 사용해 온 지역은 흑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빈민촌이어서, 미국 민주당 경선 주자들이 인종차별·빈부 격차 문제로 연일 비판하는 등 대선 정국 쟁점으로 떠올랐다.
민주당 유력 경선 주자들은 지난 19일 TV 토론회에 나와 릭 스나이더 주지사의 사임을 요구했다.
또 클린턴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는 "부자 동네 백인들이 오염된 수돗물을 마시고 사용했다면 바로 대책이 나왔을 것"이라며 "흑인과 빈민인 플린트 시 주민은 무시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들은 플린트가 대표적인 흑인 빈민 지역이라는 것을 고려해 민주당 경선 주자들이 흑인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관련 논란을 이슈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hypark@eco-tv.co.kr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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