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측정을 한다는 이유로 옷을 다 벗게 한 뒤 여기저기 만지며 소중한 부위와...." 

한 여성 구직자가 피팅 모델을 구한다고 해서 면접을 보러 갔다가 당한 일이라며 21일 오전 국내 한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출처:픽사베이

 


시급 8만원, 일급 40만원, 주급 100만원.

법이 보장하는 최저시급 6030 원의 10배가 넘는 금액이다. 이토록 파격적 급여를 주는 직종은 무엇일까. 최근 학생들 사이에서 일명 '꿀알바'로 불리는 '피팅모델'이다. 

통상 한 번 촬영에 2~3시간을 넘지 않으며, 옷만 갈아 입으면서 촬영하면 되기 때문에 노동 강도가 그렇게 센 것도 아니다.

국내의 한 구인구직 사이트 2014년 발표를 보면 '직종별 월간 평균 시급 순위'에서 피팅모델이 단연 1위로 조사됐다. 시간당 평균 1만 5000원 정도로 법정 최저시급의 두 배에 달한다. 

여기에 돈도 벌고, 촬영 후 프로필 사진을 개인적으로 소장할 수도 있어서 알바생들에게는 말그대로 일석이조의 '꿀알바'로 불린다.

구직자들 사이에서 이렇게 피팅모델에 대한 인기가 늘면서 더불어 부작용도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피해가 피팅모델 면접 등을 빙자해 성추행을 저지르는 경우다. 

실제 지난해 11월, 카메라 테스트를 빌미로 피팅 모델 지망생들을 성추행한 최 모씨(24)에 대해 대전지법이 징역  2년을 선고하는 등 관련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이와관련 네이트 온라인 커뮤니티에 21일 '피팅모델 성추행신고' 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네티즈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해당 글에 따르면 이 여성은 피팅모델을 구한다는 면접자가 "신체 측정을 한다는 핑계로 옷을 다 벗게 한 뒤 여기저기 만졌다"며 "너무 수치스럽다"고 당시 상황과 심경을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이 여성은 "청바지를 만들려면 알아야 한다"며 "'소중한 부위' 등을 줄자로 재고 그랬다"며 "너무너무 화가 나고 억울하다"는 글을 남겼다.
 
이 여성은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상대 남성이 "스스로 옷을 벗고 나왔다"고 주장하는데 딱히 증거가 없어서 '그냥 풀러날 거 같아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난다'는 식으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출처=네이트온라인커뮤니티

 


포털뿐 아니라 국내 한 대표적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 후기 게시판'만 봐도 위 사례와 비슷한 피해를 호소하는 글들이 여러 건 올라와 있다. 

아이디 aa***는 "면접을 보러 오라 그래서 갔더니 갑자기 어떤 아저씨가 자기가 준 스타킹을 신고 사진을 찍자고 했다. 그러고서는 계약연애를 제안했다"며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아이디 xt***는 "시급이 2만 5000원인데, 개인적 시간을 가지면 하루에 15만원을 준다고 했다. 개인적인 시간은 알고 보니 모텔에 가자는 뜻이었다"며 "끔찍했다"는 후기를 남겼다. 

게시글 들의 공통점을 살펴 보면 '대우'가 상대적으로 좋고,  게시글에 게시된 번호로 전화를 했을 경우 착신이 불가한 경우가 많았다

또, '알바생'을 구한다면서도 정작 전화는 불가능하고 문자나 카카오톡 메시지만 받는다는 게시글도 다수였다. 또한, 업체 주소가 명확하지 않고 위치를 '어디쯤'이라고 뭉뚱그려 표시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피해사례가 발생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으로 '피팅모델'에 대한 수요는 늘고 있지만 커지는 수요만큼 피팅모델을 구한다는 쇼핑몰 업체를 꼼꼼히 감시할 수 있는 체계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구인구직 사이트 관계자는 "사업자 번호가 있다면 기본적으로 알바생 모집 공고를 내고 알바생들의 지원(프로필)을 받을 수 있다"며 "하지만 사업체가 무료 공고를 이용할 시 사전 심사가 있고, 유료 공고의 경우에는 사전 심사가 없다"고 말했다. 

구인구직 사이트에 일정한 금액만 지불하면 구인 광고를 올리는 기업에 대해  사전에 어떤 기업인지 등 따로 심사를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 경우 특히 사회 경험이 거의 없는 청소년의 경우 손쉽게 '표적'이 될 수 있어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 지난해 7월 쇼핑몰 피팅모델을 구한다며 여중생을 꾀어내 강제로 성추행한 30대 남성이 수사 당국에 구속되는 등 관련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구직 사이트 관계자는 "알바를 모집하는 기업들에 대한 사후 심사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한편 사기성 알바 모집 글에 주의하라는 안내문을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다"며 구직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iamcenter@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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