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8일 '민생 구하기 입법 촉구 1,000만 서명 운동'에 몸소 동참했다. 의료 민영화 등의 내용이 담긴, 여야가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는 경제활성화 법안의 국회 입법을 촉구하는 대국민 서명 운동이다.

박 대통령이 민간 차원의 서명에 동참한 것은 2013년 부임 이후 최초다. 그만큼 우리나라 '경제'가 어려운데, 야당이 반대하고 있으니 국민들이 도와달라는 얘기다. 이 법안을 통해 서비스 산업에서 2030년까지 최대 69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출이기도 하다. 대통령까지 나섰으니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박 대통령의 '첫' 서명 동참 이유가 '경제'라는 키워드였기 때문이다. 서명까지 할 정도로 국민들에게 시급한 사안이 경제밖에 없었을까. 경제활성화 법안이 대다수 국민들에게 가장 시급한 사안일까.

중요도를 '감히' 판단하기는 어렵겠지만 최소한 경제 사안 외에도 억울함을 호소하는 국민들의 서명 운동이 이어지고 있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당장 매주 수요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사단법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1억 명 서명 운동이 대표적이다. 이 서명의 경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진행 중이다.

또 2014년 4월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의 진상 규명을 위한 1,000만 서명 운동도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 부산 시민들이 주축으로 진행했던 고리1호기 폐쇄 서명 운동 등 박 대통령이 누누히 강조해 온 '민생' 관련 서명 운동들이 있었지만 대통령의 '동참'은 없었다.

이번 서명 운동이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포함한 경제단체들이 주축이라는 점도 씁쓸함을 남긴다. 사실상 억울함을 호소해 온 국민들의 목소리보다는 재벌을 위시한 '재계'의 입장에만 동참한 부분 때문이다.

한 누리꾼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의 숱한 서명 운동이 있었지만, 대통령은 단 한 번도 동참한 적이 없다"며 "재벌들 옆에서만 '국민의 한 사람'이 되는 대통령이, 대다수 국민을 '종' 취급하는 건 당연하다"고 비판했다. 이 트윗은 19일 오후 6시 현재 1,226회 리트윗되며 SNS 상에서 회자되고 있다.

'북극곰을 살리자'는 국제적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글로벌 서명 운동 동참까지도 바라지 않는다. 최소한 박 대통령이 서명으로 우리나라 재계에 힘을 실어주고 싶다면, '돈'도 없고 '힘'도 없는 국민들을 위한 서명에도 관심을 가져주는 게 형평성에 맞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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