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환경관리법과 환경책임보험, 환경영향평가 들여다 보니..

[환경TV뉴스] 신준섭 기자 = 복잡한 규제와 처벌. 환경부 같은 규제기관의 '트레이드 마크'다. 하지만 지난해 말 국무회의를 통과한 '환경오염시설의 통합관리에 관한 법률'을 포함, 환경책임보험 신설 등의 시도는 환경 규제를 통합해 단순화하거나 처벌을 넘어 피해보상까지 아우르고 있다.

이를 면면히 살펴 보면 올해부터 적지 않은 변화가 예고돼 있다. 당장 지난 1일부터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를 받은 경우 국가에서 구제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7월부터 환경책임보험이 의무화하면 피해에 대한 배상도 더욱 '발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또 오는 21일부터는 개발사업을 할 때 시행하는 환경영향평가의 절차가 보다 투명해진다. 이를 통해 정부 평가에 대한 신뢰도를 제고한다는 복안이다. 시행 전이니만큼 효과는 미지수지만, 최소한 환경영향평가를 대행하는 업체의 '공정성' 논란은 일정 부분 줄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기존 환경오염물질 규제의 문제점. 출처=환경부

 


환경오염시설 규제, 통합관리로 전환
환경 규제 방식 변화, 40여 년만
가장 큰 변화가 예고되는 영역은 오염원 규제 방식이다.

환경부는 1971년부터 도입한 환경오염시설의 설치·허가 제도를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대기오염이나 수질오염 등 각 오염원 별로 적용하던 인·허가 사항을 사업장 당 1개로 통합하는 방식이 개편안의 핵심이다. 소위 '통합 환경 관리법' 얘기다.

법안이 적용될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인·허가 과정이 대폭 개선된다. 안산에 소재한 열병합발전소를 예로 들자면, 기존에는 대기·수질 등 64개의 배출시설에 대해 9종 80건 정도의 인·허가를 받아야만 했지만 통합 환경 관리법을 적용할 경우 단 1개의 인·허가로 절차가 마무리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편의성이 강화되지만 부담이 느는 부분도 있다. 5년마다 한 번씩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를 점검하겠다는 법안의 내용이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기존에는 한 번만 허가를 받으면 반영구적으로 유지가 가능했다. 그러다보니 사업장에서조차 신종 환경오염물질이 발생하더라도 인지조차 못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기존 제도의 '틈새'다.

이런 부분을 보완해 각 사업장들이 새로운 공정을 도입하거나 신규 물질을 사용할 때에도 문제가 없는 지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환경오염으로 인한 예상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복안이다.

해당 내용을 담은 통합 환경 관리법은 올 한 해 각 사업장의 준비를 거쳐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된다. 발전소와 같은 전기업 등 3개 업종이 우선 적용 대상이다. 이후 2021년까지 매년 단계적으로 업종별로 도입돼 2021년에는 모두 20개 업종이 통합 환경 관리법의 적용을 받게 될 예정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사업장별로 소위 '최적 가용 기법'이라는 적용 가능한 최신 환경오염 방지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 때문에 시행일로부터 4년 이내에만 통합 허가를 받으면 되도록 유예기간을 뒀다. 내년에 적용되는 업종의 경우 2020년까지만 허가를 받으면 되는 식이다.

통합 환경 관리법 적용 시 1개의 인허가만 받으면 된다. 출처=환경부

 

한계점도 남았다. 규모에 따라 구분하는 1~5종 사업장 중 대기업 위주인 1·2종 사업장에 대해서만 통합 환경 관리법이 의무적으로 적용된다는 부분이다. 나머지 3~5종은 자발적으로 신청하지 않을 경우 기존의 환경 규제 정책을 그대로 답보하게 된다.

이정섭 환경부 환경정책실장은 "3~5종 사업장에 대해서는 다른 방식으로 환경오염 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올해부터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인 모를 환경오염? 정부가 '구제'
기업체, 환경오염 관련 보험 가입 의무화
또 한 가지 새롭게 바뀌는 환경 규제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자들의 구제책이다. 지난해 말 국무회의를 통과한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앞으로 원인 불명의 환경오염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도 정부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기준치 이상의 중금속 등 오염물질을 불법적으로 배출하는 공장이 즐비했던 김포시 거물대리 거주민들의 경우도 이 법안을 통하면 구제가 가능하다.

그 동안은 피해를 입고 있어도 난립한 다수의 공장 때문에 원인 제공자가 명확하지 않아 피해 배상을 받기 힘들었지만 앞으로는 정부를 통해 구제가 가능하다.

구제급여는 의료비, 요양생활수당, 장의비, 유족보상비, 재산피해보상비 등으로 나뉘며 1~10등급의 피해 등급에 따라 산정된 금액을 지급받는다. 다만 재산피해보상비는 최대 5,000만 원이다.

원인자를 밝히기 힘든 경우는 정부가 관여하지만, 그 외의 환경오염 피해는 오는 7월부터 새롭게 시작되는 '환경책임보험'에 따라 피해자에게 보상 방안을 마련하게 된다.

(자료사진)

 

대기·수질 오염물질 배출시설 등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는 10개 업종에 속하면서 일정 규모 이상인 사업장의 경우 환경책임보험 가입이 의무다. 위험도에 따라 고위험군은 300억 원, 중위험군은 100억 원, 저위험군은 50억 원이 최저 가입 금액이다.

대신 배상 책임 한도 금액을 명시해 지나친 배상으로 인한 기업체의 부담을 덜기로 했다. 고·중·저위험군마다 각각 2,000억 원, 1,000억 원, 500억 원이 배상 책임 한도 금액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책임보험이 시행되면 사업자의 자율적인 환경오염피해방지 노력이 높아지고 피해자도 보험을 통해 피해배상을 신속하게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환경영향평가 업체 투명성 강화키로
마지막으로 눈에 띄는 변화는 오는 21일부터 시행되는 환경영향평가 사업자의 능력 평가 부분이다. 그 동안 논란이 많았던 환경영향평가 대행업자들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

이같은 조치가 필요한 이유는 환경영향평가의 구조적 난제 때문이다. 국가나 지자체, 사업체 등에서 특정 규모 이상의 개발 사업을 시행할 경우 환경이나 생태계에 영향을 얼마나 미치는 지와 관련한 환경영향평가를 의무적으로 받아야만 한다. 이후 환경부와 협의를 거치는 식이다.

문제는 환경영향평가를 대행하는 기관과 사업 시행자 사이에 '갑을 관계'가 성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돈을 내고 환경영향평가를 받다 보니 하도급인 환경영향평가 대행업체는 사업 시행자의 편을 들 수밖에 없다.

(자료사진)

 

그러다보면 환경영향평가 자체가 왜곡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말 그대로 업체만 눈 감으면 되기 때문이다.

개정된 시행령에서는 이러한 가능성을 차단한다. 환경영향평가 대행업체 선정 시 사업 수행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세부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저가 하도급을 막기 위해 하도급 금액을 명시한 계약서 사본 제출이 의무화된다.

박연재 환경부 국토환경정책과장은 "환경영향평가 제도에 대한 신뢰도가 한층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sman321@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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