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주목 받는 연기, 조승우 있어 가능했다"

제공=(유)내부자들 문화전문회사. 관객 600만 돌파 공약을 지키려 팬 미팅 행사에 나선 배우 조승우

 


[환경TV뉴스] 홍종선 기자 = 영화 ‘내부자들’(감독 우민호·제작 (유)내부자들 문화전문회사)이 30일 관객수 700만 명을 돌파했다. 5년 전 ‘아저씨’가 불러들인 617만 관객보다 82만 명이나 많은 수치다. 공식적으로는 역대 청소년관람불가 영화 중 최고 흥행기록이지만, 서울 관객만 집계되던 시절에 개봉한 영화 ‘친구’가 818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으니 갈 길이 더 남아있기는 하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많은 이들이 이병헌의 연기에 엄지를 세운다. 정치깡패 안상구 역을 맡아 이론의 여지없이 잘했다. 새 신부 이민정을 두고 20대 모델과 불미스러운 사건을 벌이며 남긴 ‘내일, 너, 로맨틱, 성공적’이라는 말조차 이제는 잊을 수 있을 정도다.

그래도 조승우 얘기를 하고 싶다. 1000만 영화에 오른 ‘암살’에서 항일독립운동가 김원봉 선생 역으로 특별출연한 그를 보노라니, 어찌 그리 짧은 출연에 깊은 존재감을 드리우는지…. 짧은 만남의 아쉬움을 달래려 ‘내부자들’이 개봉하자마자 극장으로 달려갔다.

역.시.나 조승우다. ‘빽’ 없고 ‘족보’ 없어 번번이 승진에서 밀리는 우장훈 검사를 맡아 자신을 뽐내기보다 영화가 자신에게 요구한 역할을 충실히, 흔들림 없이, 멋지게 해냈다. 극 말미 엄청난 ‘반전의 키’를 쥔 인물이지만 관객에게 미리 들켜서도 안 되고, 동시에 ‘그 일’을 할 만한 인물로도 비쳐져야 하니 ‘결코’ 쉽지 않은 캐릭터다.

제공=(유)내부자들 문화전문회사. 왼쪽부터 배우 이병헌, 백윤식, 조승우

 


녹록하지 않은 캐릭터이니 우민호 감독이 조승우에게 맡겼겠지만, 한 명의 조승우 팬으로서 아쉬움의 밀려왔다. 아쉬움을 실체는 이런 거다, 이 배우는 어찌 조승우를 뽐낼 생각은 조금도 않고 이토록 철저히 우장훈이 되었는가. 조승우의 우직한 연기 덕분에 우리는 ‘내부자들’의 복잡한 내부로 유연하게 들어가 극이 주는 긴장감을 만끽하고 백윤식과 이병헌의 뜨거운 연기를 깊게 느낄 수 있다. 집을 짓자면 기둥도 있고 지붕도 있는 법이고, 눈을 사로잡는 단청 속에는 오랜 세월을 견뎌낼 나무가 자리하고 있기는 하다.

관객 500만 돌파 시점에서 제작진과 출연진이 기자들과 미디어데이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조승우가 스크린에서 더 자주 보고 싶다는 기자들에게 “저는 30대를 무대에서 열정을 바치고 싶습니다”라는 답을 돌려줬단다. 포털사이트 프로필에도 분명 ‘배우, 뮤지컬배우’라 병기돼 있고, 또 배우 조승우를 낳고 기른 요람이 뮤지컬 무대인 것을 잘 알면서도 팬으로서 또 한 번 아쉽다. 꼭 스크린에서 만나고 싶다고 고집하는 건 아니다, 다만 그 채널이 어디가 됐든 더 자주 보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여배우들은 영화가 온통 남자들의 이야기라 설 땅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조승우는 남배우다. 배우 층이 얇다고 걱정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조승우는 보기 드물게 기본부터 쌓아올린 탄탄한 연기력을 갖췄다. 스크린에 드물게 보이는 게 이상하고, 좀 자주 보기를 욕심낼 만하지 않은가. 

혹시 반짝반짝 빛나는, 도드라지는 연기력에만 박수를 보내고 있는 건 아닌지 나부터 반성한다. 캐스팅 권한을 쥔 이들과 상기하고 싶다. 2011년 개봉한 영화 ‘퍼펙트 게임’(감독 박희곤·제작 밀리언 스토리,동아수출공사,㈜다세포클럽)에서 조승우가 빚어낸 최동원이라는 캐릭터, 정말 ‘퍼펙트’하지 않았는가. 이제는 고인이 된 최동원 감독의 선수 시절 젊은 영혼이 빙의라도 된 듯 소름끼치는 호연, 당신을 자주 보고 싶다, 소비자 입장에서 ‘문턱 낮은’ 스크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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