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철'이면 연탄을 나르는 걸까..

[환경TV뉴스]유재광 기자 = 김무성, 안철수, 문재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대권주자? 당 대표를 지낸 유력 정치인? 맞는 말이다. 하지만 또다른 공통점이 있다. 

'연탄'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 안철수 무소속 의원 모두 연탄을 날라본 '경험'이 있다. 

이중 최근 연탄 관련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은 이는 단연 김 대표다.

연탄배달 봉사활동을 가서 함께 자원봉사에 참가했던 흑인 유학생을 향해 "니는 얼굴색이 연탄색이랑 똑같네"라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자 김 대표는 '앗, 뜨거라' 하고 하고 곧바로 "변명의 여지가 없는 저의 불찰"이라며 "진심으로 사과했다."

로이터 통신 한국특파원은 김 대표의 연탄 발언에 대해 "정말 어이가 없다"며,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멕시칸은 강간범'이라는 등의 막말 발언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에 비유해 김 대표를 "트럼프같아.."라는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가 삭제해 또다른 논란을 낳기도 했다.

개인적으론 우리나라 언론 상황과 관련해 두 가지 생각거리를 던져준 '사건'이라 본다.

연탄 발언의 주인공이 문재인이나 안철수였다면?

공중파와 종편, 보수신문들이 이렇게 '점잖게' 있었을까.  정동영 전 대선 후보의 이른바 '노인폄하발언' 당시 종편 등의 보도 양태를 감안해 보면 이번엔 상대적으로 참 조용하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인종 문제'는 '노인 문제'보다 중요하지 않아서인가.  

또다른 하나는 김 대표의 발언에 '어이없어'한 사람이나 단체, 세력들이 적지 않을텐데 그들의 '어이없음'은 별달리 '기사'가 되지 않고, 로이터라는 외국(영국) 통신사의 한국 주재 기자가 기사도 아닌 자신의 '트위터'라는 어떻게 보면 사적인 공간에 올린 글은 왜 이리 주목을 받을까이다.

당장 정의당의 경우 '오바마 한테도 '연탄색' 발언을 할 것인가' 라며 김 대표의 인권의식 부재를 꼬집는 '공식' 논평을 내놨지만, 그래도 국회의원을 배출한 정당인데 '언론'을 포함해 네티즌들로부터도 별다른 주목은 받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사례는 이번 김 대표 '연탄 발언'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얼마전 박근혜 대통령이 마스크를 쓴 우리나라 시위대를 악명높은 테러 조직 IS에 비유하며 '엄정 대응'을 지시했던 경우를 떠올려 보자.

시위대는 물론 야당 등은 "어떻게 시위좀 한다고 자국 국민을 테러 조직에 비유하냐"며 반발했지만 '불법 시위vs합법적 공권력 집행' 이라는 프레임에 묻혀 이들의 목소리는 별다른 힘을 얻지 못하고 묻혔다.   

반면 월스트리트저널 한국 특파원이 쓴 "박 대통령이 마스크를 쓴 자국 시위대를 IS에 비유했다. 정말이다." 라는 페이스북 글은 SNS에서 큰 화제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대통령이 마스크 쓰고 시위한다고 자국 국민을 IS에 비유한 것이 적절했는지는 논외로 하자.

다만 대통령의 해당 발언을 비판하는 주장과, 그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근거를 자신들의 주장 자체나 안에서 찾지 못하고, '봐라, 외국인, 그것도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도 이렇게 생각하잖아, 내말이 맞잖아' 식으로 '일개' 외신 기자의 페이스북 글에서 찾은 것이라면,

그렇게 밖에는 찾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 그런 차원에서 월스트리트저널 기자의 페이스북 글이 SNS에서 주목을 받고 회자되고 퍼진 것이라면, 정말 씁쓸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연탄배달 자원봉사에 나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출처:포크스뉴스)

 


다시 연탄 얘기로 돌아가 보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도 지난 대선 등의 국면에서 역시 연탄 배달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고 신당 창당 의사를 밝히고 연일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안철수 무소속 의원도 '어김없이' 연탄 배달 자원 봉사에 나섰다.

연탄배달 자원봉사에 나선 안철수 의원(출처:포커스뉴스)

 

정치인들은 왜 '철'만 되면 연탄 배달에 나서는 걸까. 꼭 해야하는 걸까. 물론 어려운 이웃에 대한 연탄배달 자체의 필요성과 연탄배달에 나선 정치인들의 진정성 자체를 의심하는 건 추호도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정치인들의 연탄 배달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이 기자만은 아닌 듯 하다. 이 가운데엔 연탄배달에 나선 정치인들의 진정성의 정도, 혹은 진정성 자체를 의심하는 사람들도 꽤 있는 것 같다. 

'모든 궁금한 게 다 질문으로 올라와 있는' 인터넷 포털을 검색해 봤더니,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정치인의 연탄 배달 관련 이런 질문이 올라와 있다.

출처:다음 캡쳐

 


"왜 정치인들은 기자들 불러놓고 연탄배달을 하나요? 역겹게.." 질문부터가 정치인들의 연탄배달에 우호적이지 않다. 답변도 마찬가지다. '쇼' '자기광고' 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모르게 하지 왜 기자들 불러놓고 하냐'는 타박은 기본이다.

 


그럼에도 철철이 '사랑의 연탄배달'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은 두가지 중 하나일 것이다.

이러니저러니 욕을 퍼부어도 어쨌든 이미지 제고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든지, 아니면 참모진들이 '아무 생각없이' 기존에 했던 홍보기획 또 낸 것이든지.

관련해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모토로 삼고 있는 환경TV가 제언을 하나 드리고 싶다. 

금번 파리 기후변화총회에서 볼 수 있듯 화석연료 감축, 궁극적으론 폐기와 온실가스 감축은 전 지구적인 추세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연탄은 탄소를 다량 배출하는 대표적인 '화석 연료'다. 거창하게 지구 온난화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개인적으로도 자칫 연탄가스를 잘못 마시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 차원에서 절대 바람직하지 못한 에너지다. 

물론 당장 연탄밖에 땔 것이 없는 에너지 빈곤층으로선 그것이 '쇼'가 됐든 '홍보'가 됐든 연탄 날라다 주는 사람이 '최고로 고마운 사람'일 것이다.

그래서 드리는 말이다. 이참에 보일러회사 광고 카피처럼 에너지 빈곤에 시달리는 어려운 이웃에 보일러 하나 놔드리는 것이 어떨지, 그것도 여러번 태워 기름 적게 먹는 '친환경 보일러'로 말이다. 기름값은 '에너지 바우처'를 통해 제공해 드리면 된다.

그렇게 하면 환경도 살리고, 에너지 빈곤층 주민들도 자다 일어나 연탄 갈아야 되는 번거로움 없이 따뜻한 겨울나기를 할 수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 정치인들로서도 매년 겨울철마다 '산동네' 찾아가 연탄 날라드려야 하는 수고로움도 사라질 것 아닌가. 일석삼조다.

여기에 국제에너지기구(IEA) 22일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석탄 사용량은 2.29tce로 카자흐스트란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 이어 세계 5위로 나타났다. 세계 최고의 에너지 소비국 미국은 물론 석탄 스모그로 악명높은 중국보다도 높다.

더 큰 문제는 OECD 회원국의 평균 1인당 석탄 사용량은 1990년 1.43tec에서 지난해 1.13tec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90년 1인당 0.85tec에서 작년엔 2.29tec로 늘어나는 등 세계 추세와 거꾸로 가고 있다.

더구나 석탄 발전이 온실가스 배출의 주점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산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앞으로도 20기의 석탄화력발전소를 더 지을 계획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에너지 빈곤층의 연탄 난방을 친환경 보일러로 바꿔 주는 것, 실질적인 효과는 미미하겠지만 온실가스 감축에 일조하겠다는 '명분'도 있고, 무엇보다 그정도쯤은 해줄 수 있는 분들 아니신가. 전향적 결단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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