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바다 위에 쉴 곳 마련 등 '황해 점박이물범 종합관리계획' 발표

[환경TV뉴스] 신준섭 기자 =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39호 만(灣) (Pier 39)'은 전세계적인 관광지다. 만을 따라 늘어선 오밀조밀한 가게 등 아기자기한 볼거리와 함께 바다 위에서 유유히 놀고 있는 물범들도 빼놓을 수 없는 명물이다. 

해양수산부가 서해안, 그 중에서도 백령도의 명물이자 해양수산부 지정 보호대상 해양생물인 '점박이물범'에 대해 미국 샌프란시스코 '피어39'의 명물인 부유식 물범 쉼터처럼 부유식 쉼터를 마련해 서식처를 보전한다.

해양수산부는 쉼터 마련과 같은 내용을 포함, 점박이물범의 보호·관리를 위한 '황해 점박이물범 종합 관리 계획'을 21일 발표했다.

백령도 점박이물범. 출처=해수부

 


점박이 물범, '너 누구니?'
점박이물범은 우리나라 서해와 중국을 잇는 황해, 그리고 베링해와 오호츠크해 등 북태평양 해역에서 주로 서식한다. 물범과인 이들은 옅은 회갈색과 타원형의 점무늬가 특징이다. 수컷의 경우 1.7m까지 자라며, 30~35년 정도의 수명을 지닌다.

이중 우리나라 서해를 찾는 무리는 겨울철이면 북부에 위치한 중국 랴오둥만에 떠다니는 얼음 덩어리, '유빙' 위에서 1~2마리의 새끼를 낳고 봄~가을에는 서해와 황해도 연안을 방문한다. '출산' 외에 대부분의 시간을 서해에서 보내는 셈이다.

국내의 경우 백령도 인근에 가장 많이 머무르는데, 보통 200~300마리 정도의 개체들이 이곳을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좀 더 남부인 가로림만 등에서도 소수이지만 점박이물범이 발견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도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는 점박이물범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상태며, 우리나라도 2006년부터 보호대상 해양생물로 지정했다. 중국 역시 1급 중점보호 야생동물로 점박이물범을 지정하고 있다.

백령도 점박이물범. 출처=해수부

 


기후변화, 점박이물범 위협하다
부실한 관리 정책도 개체수 감소에 한 몫
하지만 이러한 보호종 지정에도 개체수는 점점 줄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서식지 훼손과 부실한 관리 정책 때문이다.

당장 지구온난화로 인해 새끼를 낳을 수 있는 유빙이 줄어드는 것이 큰 문제다. 랴오둥만의 유빙이 줄면서 털이 아직 나지 않은 새끼가 녹아 내리는 유빙 위에 있다가 차가운 물에 빠져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는 사례도 발생한다는 게 해수부의 설명이다.

1930년대 약 8,000마리 정도로 추산되던 점박이물범 개체 수는 2000년대 들어 1,000마리 이하로 줄었다. 중국 랴오둥만이 주 번식지인 이들에 대한 관찰 결과다.

그렇다고 우리나라까지 오면 안전한 것도 아니다. 관광성수기에는 1일 10여 회 운행하는 유람선에서 들리는 고소음과 백령도 지역 군사 훈련 때마다 들리는 소음이 이들을 괴롭힌다.

또한 성체의 경우 100㎏이 넘는 거구를 의탁할 데가 없어서 쉴 곳으로 이동하다 봉변을 당한다는 점도 한 몫 하고 있다. 주 서식처인 백령도 지역에는 휴식 바위가 적어 이곳 저곳을 지나다 보니 어업 활동용 어구에 붙잡혀 폐사하는 사례도 2009년 이후 매년 발생 중이다.

백령도 점박이물범. 출처=해수부

 

여기에 중국 어선이 불법조업 등으로 이들의 먹이인 수산물을 '싹쓸이' 하다보니 먹이가 없어 허덕인다는 점까지 난제다.

그러다보니 국립수산과학원 조사에서 2002년만 해도 백령도에서 340마리까지 관찰되던 개체 수는 10년 후인 2011년에 246마리로 약 100마리 가량 줄었다. 약 28% 정도 개체 수가 줄어든 것.

그나마도 2011년 이후로는 모니터링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얼마나 서식하는 지조차 파악하지 않은 채 외면당했다. 나름 천연기념물 331호이고 환경부와 해수부가 각각 지정한 보호 대상 생물인 점박이물범의 서러운 현실이다.


정부, 인공 휴식처 조성해 주기로
백령도 일부 '해양보호구역' 지정 추진도
이러한 감소세가 지속되자 해수부는 뒤늦은 감이 있지만 점박이물범의 보호와 서식지 보전을 위해 나섰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만조가 되면 쉴 곳이 없어지는 점박이 물범을 위한 인공 휴식처 조성이다.

송상근 해수부 해양환경정책관은 "점박이물범들이 물이 찰 때 올라가 쉴 수 있는 곳이 부족해 떠다니는 친환경 쉼터를 조성해 줄 생각"이라며 "내년도에 설계를 시작해서 내후년에는 띄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피어 39'의 물범 쉼터

 

이와 함께 물범 주요 서식 지역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면 건축물을 신축하는 등의 개발 행위가 금지된다. 혼획의 원인이 되는 폐그물, 즉 해양쓰레기 수거도 강화한다.

아울러 그 동안 중단됐던 국립수산과학원의 개체 수 모니터링도 재개한다. 중국으로의 회유 경로나 먹이 종류, 유전자 분석 연구를 병행해 개체 수 감소 원인을 찾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또 '점박이물범 보호 센터'를 설립해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들이 직접 운영하며 보전에 나서도록 돕는다. 해수부는 이러한 활동을 통해 향후 점박이물범 서식지를 돌아 보는 생태관광으로도 연결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난제는 이러한 보전 대책이 국내 차원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는 부분이다. 점박이물범이 새끼를 낳는 중국 연안의 경우 중국 정부와의 공조가 필수다. 점박이물범 개체 수가 줄어 드는 주 요인 중 하나가 이곳 유빙의 감소이기 때문이다.

백령도 점박이물범. 출처=해수부

 

이에대해 송 정책관은 "내년 상반기 중 한·중·일·러가 참가하는 '동북아 물범 보호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중국과는 물범 보호 회의와 보호 협력 MOU를 체결할 것"이라며 "또 국제기구 지원을 통해 북한 해역에서의 물범 등 해양포유류 서식 실태 조사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해수부는 내년 1~2월 중 점박이물범을 포함한 52종의 보호대상 해양생물 전반에 대한 '보호대상 해양생물 종합 관리 방안'을 세울 방침이다.

sman321@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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