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는 몰라..미국˙독일 등은 주유비 따로 안받는데 왜 우리만...

제주도 쏘카 '카쉐어링' 차량 (자료사진)

 

[환경TV뉴스] 신준섭 기자 = 지난해 기준으로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국내 자동차 등록 현황을 보면 2,000만대에 달한다. 5,000만 명을 조금 넘는 우리나라 인구를 4인 가족 기준으로 생각해 보면 한 가구 당 1.6대의 차를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그만큼 차량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친환경적인 대안으로 떠오른 게 차를 공유해 쓰자는 개념의 '카쉐어링'이다. 

유럽에서 처음 시작된 카쉐어링은 렌트와 비슷한 개념으로, 자동차를 시간·거리 단위 등의 기준으로 빌려 쓰지만 차량을 집 근처 주차장(거점)에서 수령하고 반납할 수 있다는 게 렌트와 다르다.

한 연구 결과를 보면 카쉐어링 한 대 당 도로 위 운행 차량 12.5대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그만큼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어 든다. '친환경'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다.

그런데 이 카쉐어링을 직접 이용해보면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 기존 렌터카와 달리 카쉐어링은 10분 단위의 이용 요금을 내는 것과 함께 ㎞당 요금을 적용한다. 이 ㎞ 당 요금은 '주유비'인데 여기에 이용자들은 잘 모르는 '비밀'이 숨어있다. 

렌트카는 연료가 떨어지면 차를 빌린 사람이 현금으로 하든 자신의 신용카드로 계산하든 각자 '알아서' 주유를 한 뒤 반납하면 된다. 하지만 카쉐어링은 개인 신용카드가 아닌 차량 안에 있는 주유카드로 연료를 채워야 한다. 

요금은 추후 GPS를 통해 주행거리를 측정·계산해 청구한다. 문제는 그 요금이다. 

차종에 따라 ㎞당 140원에서 많게는 370원까지 받는 경우도 있다. 

이를 시중에 판매되는 휘발유값 단위로 환산해 보면 리터 당 1,500원이 안되는 '저유가 시대'에 리터당 2,000원 이상, 심한 경우 3,000원을 훌쩍 넘는 '상식적이지 않은' 휘발유값이 나온다 . 

우리나라 '카쉐어링' 업체들이 꽁꽁 숨기고 있는 '영업 비밀'이다.

쏘카의 '스마트키' 예약한 뒤 대상 차량을 쓸 때 사용한다. (자료사진)

 


'카쉐어링' 주유비, 리터 당 2,300~3,300원 정도…휘발유값 1,400원 대인데..

도대체 휘발유값을 리터 당 얼마로 책정한 것인지 국내 카쉐어링 시장에서 '이름'을 떨치는 업체 두 곳을 비교해 봤다. 롯데그룹의 계열사인 '그린카'와 제주도에서 창업해 서울까지 진출한 '쏘카' 등 두 곳이다.

우선 그린카는 8일 기준으로 아반떼 MD의 경우 ㎞당 180원으로 휘발유값을 책정해 놨다. 이 기준에 따르면 리터 당 2,538원이라는 휘발유값이 나온다. 

대한민국에서 8일 현재 일반 휘발유값으로 리터 당 2,500원 넘는 돈을 받는 주유소는 단 한 곳도 없다. 

현대차가 밝힌 아반떼 2015년식의 공인 연비는 리터 당 14.1㎞다. 최근 출시된 아반떼 AD 모델의 연비는 18.6㎞다.

상식적으로 계산하면 연비가 좋으면 같은 양의 휘발유를 넣었을 경우 연료 소비가 더 적어야 한다. 즉 렌트카라면 '휘발유값'이 그만큼 더 적게 들어간다는 얘기다. 

하지만 카쉐어링은 연비에 상관없이 같은 거리를 운행하면 같은 요금을 지불한다. 

결과적으로 이용자는 연비가 더 좋은 차를 운전하고도 렌터카를 이용했다면 내지 않아도 되는 휘발유값을 더 내온 셈이다. 

실제 그린카에서 서비스하는 아반떼 AD모델 역시 아반떼MD 모델과 동일하게 ㎞ 당 180원을 주유비로 받는다. 

아반떼AD 연비인 리터 당 18.6㎞을 적용해 이를 리터 당 휘발유값으로 환산하면 3,348원/ℓ이 나온다. 카쉐어링 업체들이 같은 기준을 적용해 환산한 아반떼MD 휘발유값이 리터당 2,500원 대이다. 

이는 쏘카도 마찬가지다. 쏘카의 경우 아반떼 차량은 모두 ㎞당 170원의 유류비를 받는다. 아반떼 MD라면 리터 당 2,397원, 아반떼 AD라면 리터 당 3,162원이다. 

굳이 연비가 좋은 친환경차를 탈 이유가 없는 것이다. 친환경 표방이라는 '카쉐어링'의 모토가 무색해진다.

경차인 레이도 마찬가지다. 리터당 2,000원을 훨씬 넘는 주유비를 내고 타야한다. 레이의 공인 연비는 2015년형 기준으로 최저 13.2㎞인데, 쏘카와 그린카의 기준인 ㎞당 180원을 적용하면 소비자는 리터 당 2,376원을 내야만 한다. 경차도 열외는 없었다.

유가비교 사이트인 오피넷의 8일 기준 전국 평균 유가는 리터 당 1,437원이다. 

전국 평균보다 더 비싼 서울 평균도 1,522원/ℓ이다. 연비 좋은 아반떼AD를 카쉐어링으로 탄다면 서울보다 2배가 넘는 주유비를 내는 셈이 된다. '친환경적' 이지 않은 것은 둘째치고 '소비자 친화적' 이지도 않다.

그린카 관계자는 "올해 3월6일부터 '유가연동제'를 도입해 가격을 책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주행 요금이 유가랑 일치하지는 않는다"며 "반영은 하지만 한 번 내리면 올리기 힘든 부분이 있다. 그래서 회원 혜택으로 쿠폰 등을 내보내고 이를 사용해 할인을 받는 식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린카의 요금표 발췌. 출처=그린카 홈페이지

 


업체들, 카쉐어링 이용요금 "남는 것 없다"
'남는 것 없는데 왜 하냐'는 질문엔.. 묵묵부답

주유비도 주유비지만 이용요금 자체도 '싸다'라고 하기는 힘들다. 

카쉐어링은 렌트와 달리 10분 단위로 대여료를 매기는데, 앞서 본 아반떼MD의 경우 그린카는 평일 기준으로 10분 당 1,040원을 대여료로 책정하고 있다.

이는 시간 당 6,240원으로 가까운 거리를 잠시 다녀 온다면 그리 나쁜 요금은 아니다. 하지만 하루 종일 쓴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하루 24시간을 사용하게 되면 14만 9,760원으로 대폭 늘어난다. 인터넷으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렌터카 업체의 하루 대여 요금이 5만~7만 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많게는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스마트폰 어플의 예약 화면.

 

쏘카 역시 마찬가지다. 쏘카의 아반떼 대여 요금은 평일 기준 960원부터 시작하지만 가변적이다. 이에 기자가 지난 11일 직접 쏘카 예약을 시도해 봤다. 

아반떼는 최저 요금인 30분 이용에 4,150원인데, 여기에 25.1%를 할인해서 3,110원의 대여료가 나왔다. 10분에 약 1,040원으로 그린카와 동일한 수준이다. 24시간 대여 요금 역시 큰 차이는 없다.

비싼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한 업계의 해명은 '그렇게 해도 남는 게 없다'다.

쏘카 관계자는 "대여료에는 차량 보험료가 포함돼 있고 연료비에는 소모품 비용이 포함돼 있다"며 "사실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그린카 관계자 역시 "남기는 부분은 없다"고 주장했다. 

남는 것도 없이 왜 힘들여 장사를 하냐는 질문에는 이렇다할 답을 내놓지 못했다.  


미국·독일과 비교해 봐도.."비싸, 많이 비싸" 

해외와 비교해봐도 국내의 가격 수준은 녹록치 않다. 메르세데스 벤츠, 스마트, 마이바흐 등의 계열사 라인업을 보유한 다임러AG가 2008년 독일 울름(Ulm)에서 최초로 시작한 '카투고(Car to go)'와 비교해 봤다.

카투고는 우리나라의 카쉐어링과 비슷한 구조다. 지난 3월 기준으로 차량 대수만 1만 3,000대를 보유하고 8개국 29개 도시에서 전기차 또는 휘발유 차량으로 카쉐어링 서비스를 하고 있다. 유럽 6개국과 북미 2개국이다.

가격은 어떨까.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경우 소형승용차는 1분 당 0.41달러, 1시간이면 14.99달러(약 1만 7,760원)를 대여료로 받는다. 독일의 프랑크프루트도 시간 당 14.9유로(1만 9,355원)을 내야 사용 가능하다. 시간당 6,200원 정도 나왔던 우리나라와 비교해 언뜻 보면 비싸다.

하지만 카투고는 대여로에 유류비가 포함돼 있다. 한시간을 빌려 100㎞ 넘게 달리더라도 주유비는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카투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지역 예약 홈페이지. 출처=카투고

 

예를 들어 한 시간을 빌려 80㎞를 주행한다고 가정할 경우, 카투고는 80㎞를 달려도 대여료 14.99달러(약 1만 7,760원)만 내면된다. 프랑크프루트도 시간 당 14.9유로(1만 9,355원)로 동일하다.

하지만 그린카는 아반떼를 기준으로 보면 80㎞를 달렸을 경우 ㎞당 180원의 유류비를 내야 하니 연료비만 1만 4,400원이 나온다. 여기에 대여료 6,240원을 합하면 2만 원이 넘는다. 1만 7,000~1만 9,000원 대의 카투고보다 비싸다.

이 차이는 주행 거리가 늘어날수록 더 기하급수적으로 벌어진다.

극단적인 경우 카투고의 경우 24시간을 빌려 하루종일 운전해 2,000㎞ 넘게 주행한다 해도 이용자가 부담하는 주유비는 '0원'이다. 차량 내에 구비된 카쉐어링 회사 주유카드로 주유를 하거나 제휴 주유소에서 주유하고 달리면 된다. 이용자가 부담하는 유류비는 없다.

국내에서 이렇게 운전했을 경우 주유비 폭탄을 맞게 된다. 배(대여료)보다 배꼽(주유비)이 더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비교 대상으로 삼은 미국의 1인당 GDP는 올해 국제통화기금(IMF) 발표에 따르면 5만 6,421달러다. 독일은 1인당 4만 1,955달러다. 1인당 GDP가 2만 달러대에 머물고 있는 우리나라보다 2배 이상 '잘산다'.  

물가 등을 감안했을 때 적정 요금이라는 국내 업체 주장에 힘이 빠지는 이유다.

이에대해 그린카 관계자는 "곧 있으면 발표할 건데 (연료) 가격을 한 번 더 획기적으로 내릴 것"이라며 "가격 정책도 한 달에 한 번씩은 반영하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실은 비싸다'는 걸 우회적으로 실토한 것이다. 

제일 큰 문제는 터무니없는 휘발유값을 내고 있다는 것, '비싸다'는 것을 이용자는 모른다는 점이다.  

sman321@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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