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료급 비공식 회의, 격론 속 타결…2도 이하 기정사실, 1.5도 노력키로
5년마다 'INDC' 점검 법제화 큰 의미…기후변화 기금 구체적 명시는 빠져

'파리 합의문'을 도출한 직후 박수를 치고 있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오른쪽)과 로랑 파비우스 COP21 의장(가운데),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왼쪽). 출처=UNFCCC

 

[환경TV뉴스] 신준섭 기자 = "역사적인 기후변화에 대한 '파리 합의문(Paris Agreement)' 도출"

12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를 폐막하며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국이 '헤드라인'으로 타전한 문구다. 말 그대로 '역사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전세계적으로 법적 구속력을 지닌 '합의문'을 도출했다는 의미 때문이다.

모든 국가가 국내법보다 우선 적용해야 하는 '법적 구속력(legally binding)'을 지닌 체계의 출범은 기존 화석연료 대신 청정연료 사용이 중심이 될 '신기후체제'의 신호탄을 쐈다.

이 한 발을 쏘기 위해 국가간 치열한 격론이 오갔다. 당초 11일 마무리 예정이던 당사국총회는 협상 시한을 하루 넘긴 12일까지 이어졌으며, 이날 오후 7시30분쯤에야 폐막했다. 새로운 '기후 패러다임'의 도출이 결과물이다.

출처=UNFCCC

 


'2도 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 합의
가능한 한 1.5도 이하로 제한키로
32쪽 분량, 29개 조항으로 구성된 파리 합의문을 통해 전세계 195개국이 동의한 기후변화 대응 수준은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해 '2도 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지구 온도를 낮춘다는 내용이다.

군소도서국가연합(AOSIS)이나 글로벌 환경단체들이 주장해 온 1.5도 이하로 억제하자는 요구도 일정 부분 반영했다.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추구한다'는 내용을 단서 조항으로 달았다.

이를 위한 방안은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다. 전세계 185개국 이상이 제출한 각국별 온실가스 감축안인 '자발적 기여 방안(INDC)'의 이행을 촉구하겠다는 뜻을 담았다.

선진국의 경우 과거 시점 대비 미래 시점에 얼마만큼을 감축하겠다는 '절대량'을 제시하도록 규정했다. 1990년 대비 2030년까지 40%를 감축하겠다는 유럽연합(EU)과 같은 방식이 그 사례다.

한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에 대해서는 각국의 역량에 따른 감축 방식을 택하도록 유연성을 뒀다. 다양한 여건을 감안해 절대량 방식이 아니더라도 인정한다는 내용이다.

유럽연합과 미국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했던 자발적 기여안 자체의 법적 구속력 부여는 이번 안에 담기지 않았다. 하지만 선진국에 절대량이라는 구속을 달았다는 점은 한 단계 진일보한 조치로 평가된다.

이번 당사국총회의 의장이자 프랑스 외무부장관인 "이번 합의문의 도출은 각국 협상단이 고개를 펴고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만들었다"며 "우리의 협력은 개개인의 노력보다 훨씬 가치 있는 일이다. 이에대한 역사적 책임은 어마어마하다"고 평가했다.

프랑스 파리에서의 2주간의 기록. 출처=UNFCCC

 


5년마다 한 번씩 점검…2023년 첫 검토
기금 조성안 구체적 명시는 실패
대신 당사국총회 1주차부터 논란을 낳았던 '법적 구속력'은 다른 형태로 각국의 감축을 압박할 예정이다. 5년마다 한 번씩 각국의 감축 노력을 의무적으로 재제출하는 안을 통해서다.

이는 '후퇴 금지(no back sliding)'를 명문화한 것으로, 전세계 국가들은 5년에 한 번씩 지난 5년 전 제출한 목표보다 높은 수준의 감축안을 내놔야만 한다.

또한 이 목표는 산업 부문, 교통 부문, 민간 부문 등 특정 부문에만 적용되는 목표여서는 안 된다는 게 이번 합의문의 결정이다. 국가적으로 전 부문을 아우르는 목표여야만 한다.

장기적으로는 2020년까지 각국별 장기 방안을 제출하도록 노력할 것을 결의했다.

아울러 이번에 제출한 기여 방안 역시 5년마다 주기적으로 점검하게 된다. '이행점검(Global Stocktaking)'이라는 체계가 그 핵심이다.

이에 따르면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 감축 목표 달성 경과 등의 보고가 의무화한다. 이 내용은 전문가 검토와 각국 간 협의 과정을 거치는 등 엄격한 수준으로 검증을 받을 계획이다. 총회 2일차인 지난 1일 '환경건전성그룹(EIG)'에서 발표한 '글로벌 프레임워크의 법적 구속력(legally binding global framework)'을 부여한 셈이다.

전문가 검토 면에서는 한국인이 수장인 기후변화 전문기구 '기후변동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이 검증의 핵심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이회성 IPCC 의장은 파리에서 한국기자들을 만나 "아마도 그 역할을 IPCC가 맡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외에도 개도국이 선진국의 온실가스 배출로 입은 피해 보상의 핵심 개념인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가 합의문에 별도 조항으로 포함됐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은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고 그 정보를 서로 공유해야만 한다.

기후변화 대응 기금 역시 선진국은 의무적으로, 선진국 이외 국가들은 자발적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다만 한국 정부 등에서 주장해 온 2020년까지 기후재원의 연간 1,000억 달러 조성이라는 목표를 합의문에 담지는 못했다.

당사국총회 개최국인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당신들이 해냈다. 의욕적이고 구속력을 지닌 전세계적인 합의문에 도달했다는 부분이다"라며 "이보다 더 큰 기쁨의 표현을 찾을 수 없다. 당신들의 아이들과 그 아이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다"라고 격한 감정을 표출했다.

당사국총회는 협상 시한을 하루 넘긴 12일 오후 7시30분쯤에야 폐막했다. 출처=UNFCCC

 



전세계 배출량 55% 이상 국가 비준하면 발효
내년 4월 고위급 협정 서명식 개최 이후가 '본게임'
합의문은 도출했지만 아직 '진통'의 소지는 남았다. 국제법적인 구속력을 갖기 때문에 우선 각국의 의회가 이 합의안에 동의하는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소위 '비준'이라는 형태다.

이번 파리 합의문이 법적 효력을 발휘하기 위한 전제 조건은 전세계 55개국 이상의 비준이 우선적으로 수반돼야 한다. 설령 55개국이 비준하더라도 이 국가들에서 배출하는 량이 전세계 배출량의 55% 이상이 돼야만 효력을 갖는다. 이 두 가지 사항 중 하나라도 지켜지지 않으면 법적 효력이 발동되지 않는다.

때문에 어떤 국가들이 먼저 비준하고 이를 제출할 지의 '눈치보기'는 내년도 외교가의 관심거리가 될 전망이다. 유엔은 내년 4월22일 미국 뉴욕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주재로 파리 합의문에 대한 고위급 협정 서명식을 개최하고 이 시기부터 1년간 각국의 비준안을 받기로 했다. 비준안을 받는 주체는 유엔사무총장이다.

이번 합의문 도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고 있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우리는 인류가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국제적 협력의 새로운 시대에 진입했다"며 "전세계가 처음으로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추구하기로 했다. 이는 다자주의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크리스티나 피게레스 UNFCCC 사무총장 역시 "우리는 파리에서 하나의 지구, 한 목소리의 변화라는 옳은 결정을 이끌어냈다"며 "합의문은 (전세계의) 안정적인 성장 엔진을 얻어낸 결정이다. 우리는 역사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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