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은 언제부터 왜, 액땜용으로 뿌려졌을까..

 


[환경TV뉴스]박현영 기자=우리나라는 초상집을 다녀온 후 집에 들어가기 전에 몸에 소금을 뿌리는 풍습이 있다. 재수없는 일을 당하거나 기분 나쁜 사람이 왔다가도 소금을 뿌리기도 한다. 

"야, 소금뿌려!" 라는 말은 곧 "재수없다. 액땜하자"는 뜻으로 쓰인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언제부터, 왜 나쁜 귀신으로 상징되는 액을 막는 방편으로 소금을 뿌리는 풍습이 생긴 것일까. 관련해서 재미있는 설화가 있다.

경북 문경에 '금하굴'이라는 동굴이 있다. 후백제의 시조 견훤의 탄생 설화가 어린 곳이다. 통일 신라 말기 이 금하굴 근처 마을에 어여쁜 처자가 살았다. 그런데 밤마다 꿈속에 알 수 없는 남자가 찾아와 잠자리를 하고 돌아갔다. 

어디다 얘기를 할 수도 없던 처녀는 어느날 바늘과 실을 준비해 놓고 잠자리에 들었다. 꿈속에 그 남자가 다시 찾아오자 처녀는 바늘로 남자를 찔렀다. 

이에 남자는 "나는 땅신의 후손으로 너에게 천하를 통일할 자식을 안겨주러 왔는데 이처럼 바늘에 찔려 죽게 되었다. 원통하지만 네 자식은 한 지역의 왕은 될지언정 천하는 다른 사람이 차지할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잠에서 깬 처녀가 실을 따라가 보니 굴 속에 커다란 지렁이가 바늘이 꽃힌 채 죽어 있었다. 그리고 처녀는 배가 불러오기 시작하더니 건강한 사내 아이를 나았다. 이 아이가 후백제를 건립한 견훤이다.    

후백제 왕으로서 견훤은 천하를 놓고 왕건과 일전을 벌인다. 천하를 건 건곤일척의 전쟁이 막바지로 치달을 무렵 왕건의 심복 부하가 왕건에게 이런 건의를 한다. 

"견훤은 지렁이의 후손이기 때문에 소금을 뿌리면 죽을 것입니다. 전장 부근의 강과 하천에 소금을 뿌리면 견훤의 기력이 빠져 반드시 폐하가 이길 것입니다." 이에 왕건은 소금 3,000 푸대를 주변 강과 습지에 뿌린다. 결국 왕건은 견훤을 누르고 천하를 통일, 고려를 건국한다.  

이후 이 고장에서는 나쁜 일을 막고 귀신을 쫒는 방편으로 소금을 뿌리게 되었다는 것이 설화가 전하는 얘기다. 

정사가 아닌 야사니 곧이 곧대로 믿을 바는 물론 못된다. 하지만 '햇볕에 마르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바래면 신화가 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모든 설화는 설화가 생긴 배경과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고려를 건국한 왕건이 자신의 위대함을 강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유포했든, 견훤의 폭정에 시달리던 당대 민초들의 바람이 이런 설화를 만들어 냈든, 분명한 건 나쁜 것을 쫒고 누르는 방편으로 예전부터 소금이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경북 뿐만 아니라 전북 부안지역에서도 조선 시대 이전부터 귀신을 쫓을 때 밥을 담은 접시 세 개, 소금을 담은 접시 세 개, 된장을 담은 접시 한 개를 제물로 차려 잡귀를 물리치는 의식을 했다는 기록이 전해져 온다. 강원과 경남에도 비슷한 의식이 민간 신앙으로 이어져 왔다.

그런데 왜 소금일까?

민속신앙 전문가는 "과거 조상들은 소금이 일정한 장소에 뿌려져 부딪침으로써 그 장소가 정화된다고 믿었다"며 "소금은 부패를 방지하고 오랫동안 신선함을 유지하는 성질을 지니고 있고 흰 색깔은 부정을 물리치는 순백을 뜻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우리나라 바깥에선 일본이 초상집을 갔다가 돌아오면 소금을 뿌리는 풍습이 있다. 처음에는 초상집 방문 후 부정을 없애기 위해 바닷물에 목욕을 하거나 바닷물을 자신의 신체에 뿌려서 정화하고 집으로 들어갔는데 차차 소금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민속신앙 전문가는 "바닷물을 뿌리는 것에서 시작해 소금을 뿌리는 것으로 바뀌면서 이런 행위가 점차 제액과 정화, 축귀를 위한 보편적인 주술적 의식으로 자리잡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북 문경 금하굴 (출처:경상북도 홈페이지)

 


불법 폭력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경찰의 수배를 받아오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그동안 은신해 있던 조계사를 나와 경찰에 자진출두한다고 한다.

한 위원장의 거취를 두고 조계사는 일부 신도들이 한 위원장의 퇴거를 촉구하는 등 한바탕 내홍을 겪었다. '어버이연합' 등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조계사 앞에 몰려와 "조계사가 치외법권이냐, 한 위원장을 내놓으라"며 시위를 벌였다. 

청정도량에 경찰 공권력 강제 진입이라는 불상사도 겪을 뻔 했다. 어찌됐든 조계사로선 의도하지 않았던 분란과 환란에 휘말려 속을 끓여야 했다. 한 위원장이 자진 퇴거하면 조계사는 이런 '불상사' 재발을 막기 위해 '소금'이라도 뿌려야 하는 걸까. 

아니면 소금이 뿌려져야 할 곳은 헌법에 보장된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차벽이라는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원천봉쇄하려한 경찰청 앞이어야 할까. 그것도 아니면 수천, 수만 명의 사람들을 거리로 쏟아져 나오게 만든 이유를 제공한 '어떤 곳'에 '재수없어' 하며 소금이라도 뿌려야 하는 걸까.  

이번 '조계사 사태'는 조계사 화쟁위원회 중재로 그나마 더 큰 충돌이나 불상사 없이 마무리 됐다. '화쟁(和諍)'은 불교 용어로, 설명하자면 깊고 넓지만 요약하면 '다른 주장, 다른 목소리를 조화롭게 하는 것"이다. 

'재수없다. 야, 소금뿌려' 하며 서로를 백안시하고 배척하는 것이 아닌 비록 다르지만 조화롭게 '화쟁'할 순 없는 것일까. 

며칠전 방송된 ‘내 딸 금사월’ 이라는 드라마에서 손창민이 도상우를 폭행하며 “이 미꾸라지 같은 놈한테 소금 팍팍 뿌려”라고 말하는 장면을 본 잔상이 남은 데다, 한동안 온갖 논란의 진앙지였던 조계사에서 한 위원장이 마침내 '자진 퇴거'한다기에 든 생각이다.

hypark@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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