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환경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 숨쉬기도 무서울 지경이다.

도로 어디에나 있는 아스팔트에서 기준치 이상의 방사선이 검출됐고 한겨울에 으레 사용하는 가습기 살균제는 영유아와 산모를 사망하게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야구장도 가기 겁난다. 야구장과 학교 운동장에서 석면이 검출되고 어린이 학용품에서는 납과 환경호르몬이 발견됐다.

엄마들은 아이들 학용품 사 주기가 꺼려지고 방사능 측정기를 사야 하나 고민도 커지고 있는 시점이다.

환경단체의 문제제기 후 뒷처리와 수습에 급급한 정부도 영 미덥지가 않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4일 원인미상 폐손상 원인 여부를 규명하는 흡입독성실험 경과에 따라 가습기살균제 사용 중단을 강력 권고했다.

이는 실험쥐에 대한 1차 부검 결과, 폐조직에서 인체 원인미상 폐손상과 같은 잠정적으로 이상 소견이 나타난 데다 시기적으로 가습기를 주로 사용하는 시기임을 고려한 조치다.

앞서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은 2차례에 걸쳐 가습기살균제 피해사례를 발표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서울 노원구 월계동 주택가에 이어 고등학교 앞 도로에서도 기준치의 20배가 훨씬 넘는 방사선량이 검출됐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노원구에 따르면 방사능에 오염된 도로는 2000년에 포장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애초 방사성 요오드131이나 세슘134 역시 아스팔트에 섞였을 수 있지만, 짧은 반감기로 10년 이상이 지난 현재는 농도가 낮아졌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신 반감기가 30년으로 긴 방사성 세슘137이 주요 핵종으로 자재에 남아있는 것.

문제는 도로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방사성 물질의 존재도 모른 채 10년 동안 고농도 방사선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환경운동연합측은 주장했다.

반면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최근 문제가 된 서울시 노원구 월계동 지역 도로의 방사선 준위와 관련해 안전상 지장이 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문구, 완구, 장신구 등 어린이 용품에서는 유해 중금속과 환경호르몬이 검출된 사실이 공개됐다.

'발암물질 없는 사회 만들기 국민행동'(발암물질 국민행동)은 지난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에서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두 대형마트에서 구입한 67개 어린이 용품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발암물질 국민행동에 따르면 휴대용 XRF(X선 형광분석기)로 중금속을 분석한 결과 67개 제품 중 13개 제품(19.4%)에서 납 함량이 101~2천555㎎/㎏ 나와 최근 강화된 미국의 기준치 100㎎/㎏를 최고 25배 이상 초과했다.

또 67개 제품 중 PVC(폴리염화비닐) 재질로 확인된 21개 제품 가운데 10개 제품(47.6%)에서 환경호르몬인 프탈레이트가 기준치인 0.1% 이상 검출됐다.

야구장과 학교 운동장, 4대강 자전거도로 등에서는 올 들어 잇따라 석면이 검출된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이같은 환경문제가 연일 대두되면서 국내 최대 육아 커뮤니티 까페 중 한 곳에서는 엄마들의 걱정과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함 엄마는 "월계동 도로가 방사선 수치는 정말 믿겨지지 않는 어마어마한 수치"라며 "빨리 정부서 조치를 취해 주던가 하지, 정부가 안전하다고 말하고만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네티즌도 "수치가 이렇게 높게 나왔는데도 정부는 안전한 수준이라고 하니 누구를 믿어야 할 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정부의 가습기살균제 사용, 판매 중단 권고에 아이들의 '제균 스프레이'나 '제균티슈'는 안전하냐는 우려섞인 질문도 올라오고 있다.

배샛별 기자 star@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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