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산업기술원-카이스트, 휴대용 수질 측정 장비 국내 최초 개발

형광 측정 시스템 작동 구조. 출처=환경산업기술원

 

[환경TV뉴스] 신준섭 기자 = 구리보다 100배 전기가 잘 통하고 반도체 소재인 실리콘보다 전자의 이동이 100배 빠르면서도 강도는 강철보다 200배 정도인 '나노' 크기의 물질이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꿈의 소재'로까지 불리는 '그래핀'이다.

연필심으로 더 잘 알려진 '흑연'을 원료로 하는 이 물질은 휘는 성질까지 있어서 향후 휘는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용도에 쓰일 것으로 기대가 높다.

그래핀이 디스플레이 용으로도 가능한 또 하나의 이유는 특정한 파장을 흘려 보내면 빛을 발하는 성질을 지닌 부분이다. 이를 다른 용도로는 활용할 수 없을까.

이러한 시도 중 하나가 바로 '휴대용 수질 측정 장비'다. 환경산업기술원과 카이스트는 최근 그래핀을 이용해 물 속에 유해한 중금속 성분이 포함돼 있는 지를 측정할 수 있는 휴대용 장비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원리는 이렇다. 수질을 측정하고자 하는 지점에서 시료를 채취해 휴대용 장비의 측정판에 떨어뜨리면 우선 내부에 설치된 관을 따라 시료가 이동하면서 불순물이 제거된다.

이후 그래핀 측정판을 통과하게 되는데, 이 때 320nm(나노미터)의 짧은 파장을 지닌 빛을 비춰 주면 중금속의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른 반응이 나타난다. 이 반응은 검출 모니터로 표출돼 중금속 포함 여부를 알 수 있다.

휴대용 중금속 검출 통합 시스템 과정 모식도. 출처=환경산업기술원

 

비유하자면 약국에서 흔히 파는 '임신 진단기'처럼 물을 흘려 보냈을 때 반응이 나타나느냐의 여부로 중금속이 들었는 지를 알아낸다는 얘기다.

이 반응을 통해 중금속이 얼마나 들었는 지도 확인 가능하다. 중금속의 함유량에 따라 모니터 상의 빛의 세기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이를 알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가장 큰 장점은 휴대가 가능하며 분석 시간이 대폭 단축됐다는 점이다.

기존 수질 측정 장비의 경우 냉장고 크기라서 측정하고자 하는 지역으로 들고 다닐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 장비는 일반 데스크톱 컴퓨터 크기에 불과하다. 차에 싣고 다니기 충분한 크기다.

또 실험실로 가져와 중금속을 측정할 때는 정밀 측정 과정이 하루 정도 걸렸지만 이 기기의 경우 30분이면 10억분의 1 단위인 'ppb' 수준까지도 측정해 낼 수 있다. 이를 사용할 경우 중금속이 물 속으로 흘러 나왔을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 있다면 현장 도착 후 30분만에 확인이 가능하다.

가격 역시 장점이다. 기존 냉장고 크기 장비는 수입산으로, 5,000만~1억 원 정도의 고가다. 반면 연필심인 흑연을 사용한 이 장비는 양산 시 1,000만 원 이하로도 공급이 가능하다고 연구진은 보고 있다.

아직 개선의 여지는 남았다. 이 장비에서 특정 중금속을 측정해 낼 수 있는 핵심 기술인 'DNA압타머'는 4종으로, 카드뮴, 구리, 납, 비소 등 4가지 중금속만 인식이 가능하다. 각각의 DNA압타머가 한 가지씩의 물질을 잡아낸다. 때문에 아직 수은 등 다른 중금속은 확인이 힘들다.

환경산업기술원 관계자는 "향후 크롬, 니켈 등 다른 중금속도 검출할 수 있는 압타머 개발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man321@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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