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가뭄 현장 가봤더니.."당장 내년 봄 농사는 어떻게.."

바닥이 훤히 보이는 옥계저수지 모습

 

[환경TV뉴스 - 충남 예산] 신준섭 기자 = 이번주 초에 이어 13일에도 목마른 대지를 적셔주는 단비가 내렸지만 가뭄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그중에서도 충남 지역은 물부족이 심각하다. 지난 12일 찾은 충남 예산의 '옥계저수지(덕산저수지)'는 며칠전 꽤 많은 비가 내렸음에도 마치 잔디가 핀 것처럼 녹색을 띈 중앙 바닥이 훤히 드러나 있었다. 

충남 예산군 덕산면 옥계리에 위치한 이 저수지는 인근 주민들의 식수원이자 농업용수로도 역할을 하는 곳이다. 원래 수심이 깊어 물이 가득 들어 찼을 때 면적은 43만 2,000㎡, 13만 평이 넘는다. 축구장 60개 정도의 면적과 맞먹는 넓이다.

원래 대로라면 인근 가야산 도립공원 등에서 내려 온 물로 읍내리나 신평리 등 인근 8개 마을에 공급할 수량이 최대 305만 톤까지 차 있어야 하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가뭄 때문에 이 곳은 더 이상 물을 필요로 하는 인근 주민들에게 물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자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저수율은 36%에 불과하다. 지난해의 경우 94%가 차 있었다. 일년만에 저수량이 반토막을 넘어 3분의 1 조금 넘게 남고 다 사라져 버린 것이다.

예산군청 관계자는 "지금은 먹는 물로도 못 쓰는 상황"이라며 "그나마 비가 와서 물이 좀 보이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비가 왔지만 해갈에는 턱도 없었다는 얘기다.


국내 최대 예당저수지도 '위험'..4대강 물 끌어다 쓴다지만..

인근에 위치한 저수량 국내 최대 규모의 저수지인 예당저수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11일 늦은 오후 찾아 본 예당저수지는 언뜻 보기에는 물이 어느 정도 차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속내'는 그리 편하지 않다.

원래 무한천과 신양천 등에서 흘러 들어 온 물이 만나는 합류점인 이곳은 낚시터로 유명한 곳이다. 때문에 저수지 위에 둥둥 떠다니는 낚시용 '좌대'가 눈에 들어와야 할 터이지만 좌대는 뭍으로 올라와 있었다. 당연히 낚시를 즐기는 모습도 눈에 띄지 않는 스산한 모습이다.

예당저수지가 마르면서 뭍으로 올라 온 낚시용 좌대 모습

 

현장에 동행한 김재곤 예산군청 환경과장은 "280개 정도의 좌대가 있는데, 이들이 뭍으로 올라 온 상황"이라며 "저수지를 만들기 이전에 있었던 길이 이렇게 드러날 정도로 물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한 때 저수율이 20% 수준까지 내려갔던 예당저수지의 현재 '성적표'는 29% 수준이다. 예산군을 포함, 아산시나 당진시의 주요 농업용수 공급원이 이 정도 수준이면 내년 봄 농사는 쉽지 않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평가다.

때문에 4대강 중 금강 공주보에서 예당저수지를 잇는 도수로 공사가 계획중에 있지만 문제는 예산이다. 31㎞ 거리에서 물을 끌어 와 하루 10만 톤의 물을 공급한다는 이 계획에 들어갈 전체 사업비는 988억원으로 내년과 2017년에 각각 절반씩 국비가 지원될 예정이다. 최소 2년은 지나야 도수로가 완공된다는 얘기다. 지금 상황이 계속된다면 당장 내년 봄 농사 시작부터가 발등의 불이다.

예당 저수지 조성 이전에 사용하던 길이 가뭄으로 드러나고 있다

 

김 과장은 "농업용수 공급 등 당장의 난제를 해결하려면 한 번에 공사가 진행돼야 하는데 그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난감함을 토로했다.

그나마 공사가 끝나도 예산군이 제대로 혜택을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물을 끌어와도 올려 쓸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흥면에 위치한 '형제마을 영농조합법인'의 이복수 이사는 "도수로로 물을 공급해도 물을 끌어 올리는 펌프가 한정돼 있어 이 근처에 돌아가는 혜택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수로 공사만 하면 문제 해결?...줄줄 새는 노후 상수관은?

예산군의 경우는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바로 '줄줄 새는' 수돗물이다.

현재 제한급수가 진행 중인 충남 서북부 8개 시·군의 평균 누수율 25.0%보다도 예산군의 누수율은 훨씬 높다. 누수율이 36.4%에 달한다. 쉽게 말하면 상수도관을 통해 10톤의 물을 공급한다면 이 중 6.4톤 정도만 주민들에게 돌아간다는 얘기다. 나머지 3.6톤가량은 쓰지도 못 한 채 사라진다.

원인은 오래된 상수관로. 예산군을 포함, 충남 지역에서 20년 이상 된 노후 상수관로는 모두 2,224㎞다. 교체 비용에만도 2,048억 원이 들어간다. 원인을 알면서도 예산이 부족해 줄줄 새는 물을 그냥 바라만 보고 있는 형국이다.

비단 예산군 등 충남만의 문제가 아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사라지는 물은 연평균 8억 톤이나 된다. 4대강 전체 보에 담겨있는 강물이 32억 정도 하니까 매년 4대강 16개 보에 저장된 강물의 4분의 1이 낡은 수도관에서 그냥 땅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노후 상수관로에서 새는 물 모습. (자료사진)

 

이렇게 사라지는 물을 '잡기' 위해 필요한 예산은 2030년이면 52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시간이 흐를 수록 노후 상수관은 늘어만 가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환경부가 내년도 예산으로 신청한 노후 상수관로 개선 사업 예산 134억 원은 기획재정부에 의해 전액 삭감됐다. 대신 정부는 물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대강 물을 끌어다 쓴다며 2,000억 원 넘는 예산을 긴급 편성했다. 

기상청 장기 전망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2월까지의 강수량 전망치는 88.5㎜로 평년 수준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온 비가 평년의 60%대 밖에는 안된다는 것이다. 평년보다 눈이나 비가 훨씬 더 와줘야 내년 봄 물부족 문제가 해결되는데 그렇지 않을 거라는 것이 기상청 전망이다.  

봄은 멀지 않았고 물은 부족하다. '하늘'에만 기대고 있을 때가 아니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물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다.

sman321@eco-tv.co.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