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현 을지대 의료경영학과 교수

박용현 을지대 의료경영학과 교수

 

보건산업분야의 산업적 가치는 이제는 많이 알려졌지만 사실 일반적으로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보건산업분야의 세계시장 규모가 8000조 원에 이르고, IT·BT·NT 등 기술 융합을 통해 높은 부가가치와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분야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거대시장으로 인식하고 있는 통신이나 자동차, 은행업보다 2~3배 정도의 규모일 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 면에서도 타 산업분야에 비해 월등하다. 2010년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매출액 1조원 당 고용규모가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6951명으로 타 분야의 유수한 기업인 삼성전자 948명, SK텔레콤 367명, 신한은행 314명과 비교해서 많게는 20배 이상이다.

정부도 이미 10여 년 전부터 보건산업 진흥을 주요한 국가정책 의제로 선정하여 추진해 오고 있다. 과거 보건분야는 소비중심의 전형적인 내수산업으로 인식됐으나 이제는 향후 국민을 먹여 살릴 국가 핵심 성장 동력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하겠다. 정부와 민간부문이 보건산업을 진흥시키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보건산업분야의 육성책 내지는 세계화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에 국한되지 않는다. 가까운 경쟁자인 일본의 경우 아베노믹스의 일환으로 국가 주도의 강력한 의료산업 세계화 정책과 이를 위한 투자 및 제도개선을 추진 중이다. 영국의 경우에도 2011~2012년에 보건의료 R&D에 전체 R&D의 18%에 해당하는 3조4000억 원을 투자했고, 해외진출 지원 전담 공공기관인 헬스케어(Healthcare) UK를 통해 중동 등 해외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보건의료 서비스분야의 강국인 싱가포르도 미래 주력산업으로 바이오 의료산업을 선정, 생명과학 연구단지와 바이오의약품 생산단지를 구축하고 집중적인 투자를 하는 중이다.

최근 우리 정부의 정책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발표가 지난 4월에 있었다. 정부는 보건산업 발전방향으로 강점분야 육성, R&D의 산업화 촉진, 산업간 융합 및 세계화를 통한 신시장 창출, 전주기 인프라 조성, 그리고 융합인재 육성 등 다섯 가지의 추진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의료산업의 해외진출과 관련해 의료서비스·제약·의료기기·IT 등 관련 산업의 패키지 수출(K-Medi Package)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외국인환자는 2013년 21만명 수준에서 2017년 50만명을 유치하며, 2017년까지 블록버스터 신약 1건 이상 창출과 2건의 제약단지 해외수출 등을 목표로 내걸고 있다. 이러한 전략과 목표가 정부와 민간부문이 적극적으로 협력해서 달성해 나가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보건산업의 해외진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보건의료라는 재화나 서비스의 본질적 특징이 인간의 생명을 다룬다는 점 때문에 금전적 이득이나 영리성과 친하지 않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세계적인 다국적 제약회사나 의료장비 등을 만드는 영리회사의 경우에도 다른 제조산업분야에 비해 고도의 윤리성과 정직성이 요구된다.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영리성마저도 부인되거나 극도로 제한된다. 의약품 특허권을 사들인 후 약값을 55배나 올려 폭리를 취한 튜링제약의 마틴 슈크렐리 최고경영자가 '미국에서 가장 미움받는 인간'으로 꼽히고 전세계인으로부터 공분을 샀던 최근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따라서 우리 보건산업이 뛰어난 산업적 경쟁력을 갖추어 나가는 것과 함께 자선과 배려의 정신으로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전제돼야 지속가능한 글로벌화가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름아닌 바로 국제보건의료협력 분야다.

우리나라는 2009년 11월을 기점으로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제공하는 나라로 위상이 변했다. 이중 보건의료분야 원조의 경우 주로 한국수출입은행, 한국국제협력단,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등을 통해 제공되고 있는데 규모면에서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예산이 지원되고 있어서 교통, 수자원 위생 분야에 이어 세 번째에 해당된다. 지원 대상지역도 가까운 동남아시아에 그치지 않고 아프리카, 남미등 전세계적이다. 의료시설의 건립을 지원하는 의료시설 사업, 의료시설 운영에 필요한 의료장비와 의료기자재를 지원하는 의료시설 지원사업, 그리고 모자보건사업과 같은 프로그램 지원사업 등 다양한 형태로 지원되고 있다. 

그런데 이 모든 지원 사업이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우리 보건산업의 해외진출이나 환자 유치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원조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져야만 우리나라 의료시설이나 기술수준, 그리고 보건의료제도 등에 대해 확실한 신뢰감을 현지에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국제보건의료사업 확대와 그 성패여부는 장기적으로 우리의 보건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글로벌화하는데 중요한 관건이 된다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고 하겠다. 앞으로 국제보건의료협력분야에 대한 정부와 보건의료계의 보다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때다.

<박용현 교수 약력>
-영국 버밍엄대학교 대학원 석사
-현(現) 을지대 의료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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