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TV뉴스] 박현영 기자= 호주산이나 미국산 소고기는 '넓고도 넓은' 태평양을 건너 우리나라로 들어온다. 운송비만 해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수입산 소고기는 우리 땅, 우리 산하에서 자란 한우보다 값이 훨씬 더 싸다.
이처럼 한우 값은 '바다 건너 온' 수입산 소고기보다 보통 2~3배 정도 더 비싸다. 왜일까. 비싼만큼 맛은 더 있는 것일까.
한우, 바다 건너 온 수입 소고기보다 몇배 더 비싸..왜?
올해도 추석을 앞두고 국내 유명 백화점·대형마트, 홈쇼핑 등에선 소고기 선물 세트를 출시하며 판촉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소고기 선물세트는 크게 한우냐 육우냐 수입산이냐, 그리고 부위 별로, 등급 별로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판매점에서는 2만원 가량의 호주산 소고기부터 30만원이 넘는 한우 선물 세트까지 다양하게 팔고 있다. 일부 백화점에선 '프리미엄 암소 한우세트'라며 100만원이 넘는 선물 세트까지 등장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가격 차이가 크게 나는 이유는 원산지, 즉 '한우냐', '수입산'이냐다.
실제로 이마트몰에서 조사해보니, 한우와 수입산 소고기의 가격은 2~4배 차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판매중인 등심(100g) 가격은 수입산이 2000~4000원의 가격대를 보이는 반면, 한우는 9000~12000원가량 이었다. 일부 브랜드 한우는 15000원을 넘겼다.
왜 이렇게 한우와 수입산 소고기는 가격 차이가 나는 것일까. 세 가지 정도 이유가 있다.
규모의 경제..미국 소 목장만 남한 면적의 19배
수입산 소고기가 한우에 비해 저렴한 이유는 일차적으로 '땅' 문제다. 미국이나 호주 등 외국의 경우 우리나라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거대한 규모의 목장에서 소를 키우고, 소의 주 사료인 옥수수까지 근처에서 직접 조달해 가격경쟁력을 높인다. '규모의 경제'가 작동한다는 얘기다.
미국의 경우 약 90만 곳의 목장에서 소를 키우고 있는데 이들 목장의 면적만 따져도 190만㎢ 달한다. 남한 면적의 19배 정도나 되는 광활한 땅이 그냥 '목장'인 것이다. 이 광대한 목장에서 1억 마리 넘는 소가 키워지고 있다.
미국육류수출협회 관계자는 "미국산 쇠고기의 가격이 저렴한 이유는 선진화된 시스템에 따른 대규모 생산이 가능해 생산비용이 많이 들지 않고, 공급이 원할해 가격이 안정적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주사료인 옥수수가 많이 생산되는 지역에서 소를 키워 사료 공급에 대한 부담이 적어 사육비가 덜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호주산 소고기의 경우도 비슷하다. 호주의 소고기 생산 공장 대부분이 소를 직접 키우고 도축·가공해 판매하는 것까지 한 곳에서 총괄한다. 옥수수 등 사료까지 직접 재배한다. 규모의 경제가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이에 반해 한우의 경우 우리나라 지형 특성상 미국이나 호주의 축산 농가에 비하면 가격 경쟁력을 갖기 힘든 구조다. 당장 옥수수 등 사료부터 외국에서 전부 수입하는 경우가 많아 생산농가 인근에서 사료를 바로 구할 수있는 외국에 비할 수 있는 여건 자체가 안된다.
특히 한우 품종 자체가 '앵거스', '샤로레' 등 외국소에 비해 비싸다.
이마트에 따르면 700㎏ 거세우 가격(2013년 기준)이 호주에서 약234만원인 반면 한우는 455만원에서 490만원으로 2배가량 비쌌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한우와 수입산 소고기 가격을 비교를 하는 것은 잘못됐고 소고기 품질로 평가해야 한다"며 "한우는 해외처럼 대규모 방목을 하기 힘들고 중·소규모 목장에서 키워 우시장에 팔고 있어 가격대가 높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호주 등은 사료 조달에서 사육, 가공, 판매까지 한 업체가..우리나라는...
한우는 농가에서 소비자까지 7단계를 거치게 된다.
우리나라의 소고기 유통과정은 소 주인이 우시장에 소를 팔면 도축장, 경매장, 가공장을 거쳐 소고기가 만들어지고 도매상, 소매상을 통해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방식이다.
반면 수입 소고기는 사육에서 가공까지 한 업체가 총괄해 유통과정을 줄여 가격을 낮췄고 대량으로 수출해 가격부담을 한번 더 줄였다.
미국육류수출협회에 따르면 가동·포장된 미국산 소고기는 운송, 선적, 검역 등 최소한의 과정만 거쳐 평균 24일 만에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도록 유통과정을 최소화시켰다.
더구나 우리나라와 미국·호주의 FTA(자유무역협정)체결로 수입산 쇠고기의 관세가 서서히 없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산 소고기는 기존 관세 40%에서 2012년부터 2.7%씩 조금씩 낮춰져 2027년에 무관세가 되고 호주산 쇠고기 관세는 올해부터 2.6%씩 낮춰져 2030년에 없어진다.
전문가들은 한우와 수입산 소고기 가격이 생산과정에서 이미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관세까지 없어지면 그 격차는 더 벌어져 가격경쟁은 아예 불가능하다고 평가하고있다.
그래도 한우!..한우가 '맛있는' 이유는?
수입산, 한우 둔갑 끊이지 않아
미국산 소고기 수입업체들은 미국산 소고기가 가격은 한우에 비해 훨씬 저렴하지만 맛은 비슷하다는 점을 내세운다.
미국육류수출협회 관계자는 "미국산 소고기는 선진화된 소고기 가공 과정을 통해 수출해서 미국산 소고기 등급은 신뢰할 수 있다"며 "프라임, 초이스, 셀렉트 등 소고기 등급의 맛이 일정해 믿고 원하는 맛을 즐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한우와 마찬가지로 곡물로 사육해 근내지방(마블링)이 적당하다"며 "한국인 입맛에 잘 맞지만 가격은 한우보다 저렴해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호주산 소고기의 경우 맛도 맛이지만 '안전성'을 제일 앞에 내세운다.
호주는 지금까지 광우병이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래서 호주산 소고기 수입업체는 자연에서 방목해 키운 청정 소고기라는 점을 부각시킨다.
호주 소는 곡물로 키우지 않고 방목시키기 때문에 마블링 등 지방층이 부족해 맛은 떨어질 지 모르나 동물성 사료등을 먹이지 않아 안정성 만큼은 뛰어나다고 강조한다.
맛은 개인마다 호불호가 갈리지만, 그래도 한우가 수입산 소고기보다 맛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국한우협회 조사에 따르면 한우 품종에 소고기 맛을 좌우하는 '올레인산(쇠고기의 지방산 중 단일 불포화지방산의 일종)'의 함량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산지 별로 올레인산 함량은 한우가 48%였고 미국산 42.5%, 호주산 31.6%, 뉴질랜드산 31%로 뒤이었다.
협회는 "한우는 근내지방(마블링)을 선호하는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 맞게 사육한다"며 "특히 한우 품종에 소고기 맛을 좌우하는 '올레인산(쇠고기의 지방산 중 단일 불포화지방산의 일종)' 함량이 높아 고기의 질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인들 입맞엔 한우가 딱 맞는다"고 설명했다.
이런저런 논란과 주장이 있지만 한우가 한국인의 입맛에 훨씬 더 맞고 가격도 서너배 비싼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때문에 수입산 소고기를 한우로 둔갑하는 일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시내 185개 축산물 판매업소를 대상으로 지난 1일부터 18일까지 특별 위생점검을 실시한 결과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25일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한우가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어 일부 업체들이 원산지 둔갑을 통해 쉽게 이익보려 하는 것"이라며 "원산지 위반 단속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소비자 스스로 최소한의 소고기 구별법을 알고 있으면 좋다"고 말했다.
한우와 수입산 구분 방법은..고기색과 지방 형태만 봐도..
한우와 수입산 소고기는 우선 고기색으로 어느 정도 구별이 가능하다. 한우는 선홍색이고 수입산 소고기는 암적색을 띠는 경우가 많다.
지방층으로도 분간할 수 있다. 한우의 지방층은 가늘고 고른 반면 미국산은 두껍고 고르지 않다. 또 한우의 지방은 흰색이고 양이 적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만약 고기색과 지방층으로 구별할 수 없다면 소고기 형태로 확인할 수 있다.
한우는 신선한 상태에서 뼈를 발라내기 때문에 겉부분에 칼자국이 많이 남아있다. 반면 수입산 소고기는 얼어있는 상태에서 기계로 고기 부위를 절단하기 때문에 오히려 잘린 면이 훨씬 매끄럽다.
조리할 때도 한우와 수입산 소고기를 구별할 수 있다. 한우는 냉작육이라 조리시 물이 거의 나오지 않는 반면 수입산 소고기는 냉동육이라 조리할 때 물이 많이 나온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지난 2010년 말 도입된 '소고기 유통 이력제'를 활용하는 것이다. 한우든 수입산이든 바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어보거나 이력번호를 입력하면 원산지부터 유통과정까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전국한우협회 관계자는 "모든 소 한 마리, 한 마리마다 소고기 이력제를 도입해 소의 출생부터 판매까지 모든 정보를 기록·관리해 유통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며 "스마트폰 앱만 통해도 어디서 키워진 소이며 언제 어디서 도축됐는지까지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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