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초미 관심, 기대 반 우려 반.."철저한 영향조사 해야"

[환경TV뉴스]박순주 기자= 세계무역기구(WTO)가 환경상품 협정(EGA)과 관련해 ‘관세를 철폐할 환경상품에 대한 조사를 본격화’하자 환경산업계의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협상 결과에 따라 수출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지만 선정된 환경상품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중소 환경산업계가 차지한 국내 시장을 잠식할 것이란 우려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WTO의 환경상품 협정(EGA, Environmental Goods Agreement)은 미국, EU, 일본, 중국 등 주요 17개국 간 환경상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거나 감축하기 위한 협상이다.

출처=pixabay

 

2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등에 따르면 WTO는 현재 회원국간 환경상품 무관세 협정(EGA)을 위한 조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WTO 회원국 중 17개국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9개월 동안 5차례에 걸쳐 환경상품의 무관세를 위해 환경 카테고리를 10개로 나누고 580여개 품목을 확정지었다.

해당 환경상품은 환경보호 및 개선을 위한 설비에 들어가는 품목이나 환경오염 방지를 목적으로 사용되는 상품, 기존의 기능에 친환경적인 요소를 가미하거나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는 서비스까지 포함한다.

대기오염 관리, 폐기물 처리, 청정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환경 모니터링·분석·측정 장비와 청정‧자원 효율을 기반으로 하는 기술‧제품도 해당된다. 사실상 환경과 관련된 모든 품목들이 포함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관계부처, 관련업계 의견 수렴을 통해 환경편익성이 인정되고 수출경쟁력 및 기술수준 제고에 기여할 수 있는 43개 품목을 선정해 제출했다.

제출된 품목 중에는 메탈실리콘, 탄소섬유, 철강제 파이프, 가스 콘덴싱 보일러, 냉장·냉동고, 가스온수기, 열교환기, 물 여과기, 컨베이어 벨트, 파쇄·분쇄기, 교류발전기, 리튬이온축전지 및 기타 축전지, 진공청소기, 조명기기, 압력계, 열 측정계, 크로마토그래프, 분광계 및 기타 측정기기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다.

WTO는 향후 통합리스트에 포함된 580여개 품목의 환경적 요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참여국들의 품목별 지지도를 검토해 무관세화 대상 품목을 선별할 예정이다.

이 과정을 거쳐 무관세화 대상 품목이 된 상품은 협상에 참여했던 17개 국가뿐 아니라 WTO 가입국 전체 국가에서 관세 면세 혜택을 얻게 된다.

이는 당사국간에 이뤄지는 자유무역협정(FTA)보다 더 큰 효과를 불러올 수 있는 특별한 혜택이기 때문에, 해당 환경상품 수출 기업에서는 이 협상의 결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미국무역위원회(USITC)는 이미 환경상품이 무관세로 될 경우 잠재적인 경제적 혜택을 가져올 수출 품목들에 대한 조사를 본격화했다.

미국의 환경상품 수출액은 2013년 기준 123조7000억원이었으며, 2009년 이후 연평균 8%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의 환경상품 수출도 세계적인 환경상품의 교역 증가에 힘입어 2004년 약 8조9000억원에서 2013년 약 48조5000억원으로 크게 신장하는 등 확대일로를 걷고 있다.

환경 제품에 대한 세계 무역량은 매년 약 1200조원 규모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환경상품에 대한 관세 철폐와 관련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우리나라 환경상품의 최대 수출시장으로 앞으로도 공해 및 수질 대책 등 환경 분야의 투자 확대가 기대되며, 친환경 기술력의 발전과 환경상품의 가격인하 등의 효과가 있어 수출전망이 밝다는 분위기다. 

반면 WTO의 환경상품 무관세 협정에 따른 국내시장 잠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협상 참가국들인 17개국이 전 세계 환경상품 무역의 80%가량을 차지하고 있고, 시장이 개방될 경우 각종 수입품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국내 환경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환경산업계 한 관계자는 “협상 대상국 중에는 우리보다 기술력이 뛰어난 선진국들이 많고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많은 중국까지 포함돼 있다”며 “환경상품이 유입될 경우 수출보단 국내 시장에 주력하는 중소 환경산업체의 생존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우려는 협상국들이 올해 말 제10차 WTO 각료회의와 유엔기후변화협약 기후변화 당사국 회의에서 환경상품 자유화 협상의 성과를 거두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소문과 맞물려 더욱 증폭되고 있다.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WTO의 환경상품 무관세 협상은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사안인데도 정부가 환경산업계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 본 적도 없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준비도 없이 덜컥 문만 열면 결국 국내 중소 환경업계만 피해를 보지 않겠냐는 지적이다.

환경상품 협정에 따른 시장 개방과 수입 무관세가 중소 환경산업체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선 개방에 따른 파급효과와 특히 민감한 품목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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