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곤' 현장검증..인근 주민과 취재 기자 대거 몰려

'트렁크 사체' 피의자 현장검증 (출처:포커스뉴스)

 


[환경TV뉴스]유재광 기자 = 23일 오전 서울 성동구 홍익동의 한 빌라 주차장에서 이른바 '트렁크 사체' 살인사건 피의자 김일곤(48)이 2차 '현장검증'을 했습니다.

포승줄에 묶이고 수갑이 채워진 상태로 김씨는 살해 당한 주 모씨(35)씨의 시신이 발견된 SUV 차량 운전석에 올라 당시 범행을 재연하기 시작했습니다.

훔친 번호판을 챙겨 운전석에서 내린 뒤 차량 앞 번호판을 훔친 번호판으로 교체한 김씨는 이어 트렁크에 있던 조씨의 시신에 라이터 기름 1통을 붓고 시신에 불을 지른 뒤 도주했다고 범행과정을 진술했습니다.

이날 현장검증에 앞서 경찰은 22일 김씨가 피해자 주씨를 납치했던 충남 아산과 이후 도주한 강원도 양양과 울산, 부산 등에서도 1차 현증검증을 실시했습니다. 

현장엔 인근 주민들은 물론 신문사 카메라와 방송사 카메라까지 대거 나와 김씨의 일거수 일투족을 촬영했습니다. 물론 경찰이 '우리 현장검증 한다' 하고 언론사에 미리 알렸겠지요. 

그리고 김씨의 현장검증 장면은 '뉴스'로 TV와 인터넷에 하루 종일 오르내렸습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씨가 (아직 피의자 상태이지만) '죽을 짓'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가 범행을 재연하는 장면을 방송에 내보내는 것이 누구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 것일까.

현장검증 자체는 필요합니다. 특히 피의자의 진술이 오락가락하거나 자백 내용이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현장에서 '검증'을 해보는 것은 수사기관의 당연한 책무입니다.

김일곤 씨 경우에 진술이 오락가락 했는지, 살인 과정 등에 대한 자백이 명쾌하지 않아 현장에서 검증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것을 꼭 이렇게 언론에 대대적으로 공개할 필요와 이유가 있는지엔 솔직히 의문이 듭니다. 형사소송법상 현장검증에 피의자를 반드시 동행시켜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김일곤의 '인권'을 말하고자 하는게 아닙니다.  

오늘 현장 검증은 말이 현장 '검증'이지 검증보다는 범행 '재연'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씨가 본인이 진술한 '그대로' 범행을 재연했기 때문입니다. 

'현장검증' 이라는 단어를 '범행재연'으로 바꿔서 앞서 얘기한 문장에 대입해 보면, 이런 범행 재연, 사람을 납치해 살해한 뒤 기름을 붓고 태운 잔인한 범죄를 재연하고 이를 대대적으로 신문과 방송에 내보내는 것이 과연 누구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요. 

보이스 피싱 등 범죄 '수법'을 알려줘 같은 범죄에 당하지 않게 하는데 도움이 될까요, 아니면 '당신도 당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식의 '경각심'을 줄 수 있을까요. 곰곰 생각해도 '왜' 하는지, 일반 국민들이 '왜 저걸 보고 있어야 하는지' 떠오르는 이유가 별로 없습니다.  

경찰로서도 이날 현장검증이 수사상 꼭 필요해 보이지 않습니다. 경찰은 이미 김씨의 자백과 불에 탄 차량 등 혐의 입증에 필요한 증거는 차고 넘치도록 확보했습니다. '현장검증'(또는 범행재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사상 '실익'이 별로 없다는 얘기입니다. 

만의 하나 만전을 기하기 위해서라고 하더라도 그걸 포토라인까지 쳐가며 언론에 대대적으로 공개해야 했는지는 별건의 문제입니다. 현장 상황도 훨씬 더 복잡하고 더 많은 인력과 시간이 들어가는데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경찰에 뭐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왜' 했을까요.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 대형 사건의 피의자가 잡힐 때마다 대대적으로 언론을 불러다 놓고 왜 이런 범행 재연 '세레모니'를 하는 걸까요. 언론은 왜 빠지지 않고 그걸 '보도'해 주는 걸까요.   

근대 이전, '공개처형'은 로마 시대 검투사들의 죽음처럼 '축제' 이자 '세레모니' 였습니다. 이유없는, 목적없는 세레모니는 없습니다. 범행 재연 '세레모니'를 통해 '이득'을 보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yu@eco-tv.co.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