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방큰돌고래 수컷.암컷 따로 집단생활...복순이는 어디로?

지난 18일 서귀포 앞바다에서 남방큰돌고래떼와 함께 유영하고 있는 태산이(오른쪽). 고래연구소는 등지느러미에 부착한 식별 표시를 통해 태산이인 것을 육안으로 확인했다. 출처=고래연구소

 

[환경TV뉴스] 신준섭 기자 = 지난 7월6일, 불법으로 포획된 지 6년만에 고향인 제주 앞바다로 돌아간 남방큰돌고래 '태산이(수컷)'가 방류 2개월여 만에 야생 남방큰돌고래떼 속에서 확인됐다.

그러나 수컷으로 구성된 이들 무리 속에 태산이와 6년간 '동거'한 암컷 복순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왜 헤어졌을까.


6년 같이 보낸 태산이·복순이 방류 2개월여 지나 '각자의 길'로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는 지난 18일 제주도 서귀포 대정읍 연안에서 수컷 무리와 함께 유영하고 있는 태산이의 건강한 모습을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태산이는 고래연구소의 육안 조사 당시 수컷 무리에 어울린 상태로 암컷 무리에 합류하는 모습을 보였다. 약 30마리 정도의 '남녀' 남방큰돌고래들이 어울리는 모습이 확인됐지만, 이들 중 태산이의 오랜 친구인 복순이는 없었다고 한다.

당초 연구진은 6년이란 시간을 함께 보낸 두 마리가 방류 후에도 함께 지낼 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남방큰돌고래는 원래 수컷은 수컷끼리 암컷은 암컷끼리 따로 집단 생활을 하는데, 태산이와 복순이의 경우 같이 지낸 시간도 시간이지만 '사산'하기는 했어도 새끼까지 가졌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방류 후 일주일이 지난 7월15일가지만 해도 태산이와 복순이가 함께 있는 모습이 관찰됐다는 점도 이같은 관심을 이어가는 데 한 몫 했다.

결론은 '결별'이었지만 그리 나쁜 소식은 아니다. 고래연구소에 따르면 남방큰돌고래의 생태적 특성 상 이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지난 6월 가두리에서 함께 유영하고 있는 태산이와 복순이 모습

 

1부1처제? "우린 그런 거 없어요"
야생 남방큰돌고래 생태적 특성 되살아나

남방큰돌고래는 보통 수컷으로 이뤄진 무리 또는 암컷 및 새끼들로 이뤄진 무리가 기본이다. 이들은 서로 다른 무리를 지어 이동하며, 수시로 모여 큰 무리를 형성했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고래연구소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렇게 무리가 합류하거나 수컷이 암컷을 따라다니는 경우는 '짝짓기'를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위적으로 갇혀 살아 왔던 태산이와 복순이처럼 수컷과 암컷이 오랜 기간 같은 무리에 있는 경우는 자연에선 찾아 보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특히 올해 20살인 태산이처럼 다 자란 수컷이 암컷과 평생 짝을 이루는 경우는 드물다. 황제펭귄이나 두루미, 황새, 따오기처럼 평생을 '1부1처제'로 살아 가는 일부 동물과 달리 남방큰돌고래는 이 부분에서만큼은 '자유(?)'롭다.

이를 달리 해석하자면 태산이가 그만큼 야생성을 회복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첫 번째 방류 시도를 실패할만큼 후유증이 컸던 윗부리가 잘린 태산이의 장애는 더 이상 자연 적응에 걸림돌이 아니다.

안두해 고래연구소 소장은 "과거 방류사례를 보면 일반적으로 야생 방류 후 6주 까지는 생존율이 떨어지지만 6~9주가 지난 이후에는 안정을 찾게 돼 사망할 가능성은 없다"며 "태산이는 야생에 완전 적응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고래연구소는 향후 3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인 조사를 통해 태산이와 복순이의 야생 적응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남방큰돌고래는 해수부 지정 보호대상 해양생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 앞바다에 살며 개체수는 불과 110마리 남짓 정도에 불과하다.

sman321@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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