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섭 폐기물‧순환자원연구소 대표

최주섭 폐기물‧순환자원연구소 대표

 

[환경TV뉴스-특별기고]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다

최근 전국 각 지역의 재활용품 선별장과 재활용업체의 마당에는 선별품이나 재생원료가 수개월씩이나 쌓여있다. 올해 봄부터 서울시 각 구청은 곳곳에 ‘수도권쓰레기매립지 포화, 분리배출 선택이 아닌 의무’라는 현수막을 걸었다.

2016년 매립지 사용 종료로 생활쓰레기의 직접 매립이 금지되니 재활용품을 종량제봉투에 혼입하지 말아줄 것을 주민들에게 협조 부탁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분리배출 홍보뿐만 아니라, 종량제봉투 안에 재활용품 혼입 여부 조사, 비닐봉지 전용 봉투의 별도 공급 등으로 분리배출을 독려했다.

덕분에 재활용품의 분리 수거량은 상당히 늘었다. 그러나 선별장이나 재활용업체 마다 늘어난 선별품이나 재생원료의 수요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최근 국내외 경기 부진으로 전반적인 제품 판매가 줄어든 만큼 재생원료의 절대적 수요가 줄어들었다. 더구나 재생원료의 블랙홀이었던 중국의 경기가 하강하면서 재생원료의 중국 수출도 급감했다.

가격 하락..재활용업체 도산

한국환경공단이 매월 조사 발표하는 재활용 가능자원 가격 동향을 보면, 페트병 압축품은 2013년 1월 kg당 600원에서 330원 이하로 반 토막 났다. PE, PP, PS 펠릿 등 합성수지는 850원∼600원에서 약 20%씩 가격이 하락됐다.

더구나 2013년 이후 계속적인 국제 원유가의 하락으로 합성수지의 신(新)원료 가격이 낮아지면서 경쟁재인 재생원료의 가격 하락은 당연한 일이고, 그 수요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금속 캔은 2012년 1월 310원에서 160원 이하로 뚝 떨어졌다. 유리병도 39원에서 34원으로 떨어졌다. 더구나 유리병은 소주용 백색이나 맥주 용 갈색은 수요가 좋은 편이지만, 양주병 등 녹색은 수요처가 부족해 수만 톤이 유리병 파쇄공장에 적체돼 있다. 재생원료의 수요가 없으면 업체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고형연료 성형품의 불공정한 경쟁

생활폐기물로 만든 합성수지 고형연료 성형품은 제지공장이나 시멘트 제조업체의 연료로 유가로 판매되고 있었다. 그런데 2014년부터 사업장폐기물과 건설폐기물 중 폐합성수지로 생산한 합성수지 비(非)성형품이 고형연료로 인정됨에 따라, 생활폐기물을 분리수거해 만든 성형품 제조업체는 고급 품질의 고형연료를 만들어내고도 가격경쟁에서 밀려 톤당 7만원에 거래되던 것이 4만원 이하로 뚝 떨어졌다.

또한 성형과 비성형을 합한 고형연료 생산능력이 연간 626만톤으로 실제 수요 116만톤의 5.4배에 이르러 수요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고형연료 생산업계는 정부의 무(無)대책을 비판하며 조만간 데모를 벌일 계획이다.

쓰레기와 순환자원은 다르다

쓰레기 중 재활용품 분리배출량은 지자체의 독려로 증가하는데 반해 순환자원인 선별품과 재생원료의 가격과 수요는 경기 변동에 따라 상승과 하락을 계속한다. 3D업종이며 종업원 10명 이하가 85% 이상인 자원재활용 업체들은 6개월∼1년 이상의 가격 폭락과 판매부진을 견디지 못한다.

설상가상으로 정부가 쓰레기종량제 20년 사업을 평가하면서 사업장 생활계쓰레기 종량제 실명제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수요 확대 방안 없이 재활용품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좋은 정책이지만 시기가 적절치 못하다.

가격하락 시 완충지원금 필요

다행스럽게도 금속캔, 유리병, 종이팩, 합성수지용기 등 포장재는 생산자책임재활용(EPR) 대상품목으로 지정돼 있다. 올해에도 생산자들이 재활용분담금으로 낸 돈이 1000억원 이상에 이르고 있다.

분담금액의 85%는 포장재 재활용품 선별업체와 재활용업체의 실적에 따라 재활용지원금으로 지급되고 있다. 그러나 경기 변동에 따라 분담금과 지원금 기준액이 연동되지 못하고 있다. 올해와 같이 재활용사업체들이 도산 지경에 있을 때 재생원료 긴급 비축자금이나 가격 하락 완충지원금 등에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에너지원으로 이용되는 고형연료의 경우 절대적인 수요 확대가 시급하며, 단기적으로 성형품과 비성형품, 또는 발열량 기준에 따라 수요처를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고형연료 전용 발전소 건설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용도 개발 시 보육지원금 혜택

유리병의 경우 백색 병, 갈색 병, 녹색 병 모두 재활용지원금이 같은데, 수요가 넘치는 백색 병의 지원금을 인하하는 대신, 수요가 부족한 녹색 병의 지원금을 인상해 남아도는 녹색 병의 수요를 보충해야 할 것이다.

또한 유리병 원료로의 절대적 수요가 감소하는 추세라면 녹색 병으로 발포 유리골재나 빛 반사 유리골재 등 새로운 용도를 창출하도록 초기 적자를 보전해주는 보육지원금을 주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종량제봉투 내 재활용품 혼입 억제를 강화하면서 그간 분리배출에 비협조적이었던 배출자가 이물질이 혼입된 채로 분리 배출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특히 사업장 생활계 종량제 실명제가 시행되면 단속을 피하려고 이물질이 들어있는 채로 재활용품으로 내어 놓는 경우가 예상된다.

불특정 다수라서 현실적으로 깨끗한 분리배출이 어려운 품목은 미국의 대도시처럼 과감하게 100% 생분해성 재질로 바꾸어 퇴비화를 유도하고, 이를 친환경농산물 생산 토양에 유기물질로 환원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최주섭 대표 약력>
-한국포장재재활용사업공제조합 상근 이사장
-현(現) 한국폐기물자원순환학회 원로 회원
-현(現) 폐기물‧순환자원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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