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검은말벌 집. (자료사진)

 

[환경TV뉴스] 신준섭 기자 = 2003년 부산 영도 지역에서 최초로 발견된 외래종 '등검은말벌'의 영향권이 십여년만에 수도권 지역까지 확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등검은말벌은 도심 지역에서도 번식력이 강한 데다가 공격성이 강해 수도권 2500만명가량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23일 경북대학교 최문보 박사팀의 조사에 따르면 등검은말벌은 경상도와 강원도뿐만 아니라 포천과 동두천 등에서도 확인됐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조사 결과 2012년 기준으로 경상도 전역과 강원도 삼척까지 퍼졌던 등검은말벌의 서식지가 불과 3년만에 서울 인근까지 근접한 것.

2㎝가량의 크기에 이름처럼 배와 등이 아무런 무늬 없이 새까만 게 특징인 등검은말벌은 원래 중국 남부, 베트남, 인도와 같은 아열대 지역을 주 서식지로 한다. 환경부는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에서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등검은말벌은 토종 말벌에 비해 적응력이 강한 것이 특징인데, 문제는 공격성까지 강하다는 점이다.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서홍렬 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과 연구관은 "등검은말벌의 세력권은 20~30m 정도인데, 10m 이내로 접근할 경우 사람을 공격할 수 있다"며 "피해를 받지 않으려면 가장 좋은 건 근처에 안 가는 것이고 접근하더라도 가급적 천천히 움직여 위협하지 않는 게 좋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특히 등검은말벌의 주요 활동 시기가 여름철이라는 점도 주의해야 할 점이다. 국립생물자원관은 7~9월이 등검은말벌의 주요 활동시기로 보는데, 이 기간에는 벌집 1개 안에 적게는 수천에서 많게는 수만마리의 개체들이 서식한다. 토종 말벌이 약 1000마리 정도 사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수치다.

등검은말벌이 확산하면서 양봉 농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등검은말벌이 전문 '꿀벌포식자'이기 때문이다.

주로 나무 수액이나 꿀을 먹는 성충들은 꿀벌집 앞에서 꿀벌을 공격해 주식으로 삼는다. 꿀벌을 포함한 곤충들은 경단으로 만들어져 유충의 먹이로도 쓰인다.

최 박사팀이 지난해 9월 양봉농가가 집중돼 있는 지리산 일대의 꿀벌 벌통 6개를 표본으로 하루 동안 공격 횟수를 실험한 결과 등검은말벌이 꿀벌집을 습격한 횟수는 167회에 달했다.

토종 말벌의 경우 좀말벌 12회, 말벌 4회, 털보말벌 125회, 장수말벌 23회로 등검은말벌에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그러다보니 생태계에 영향도 큰 편이다. 국립생물자원관의 2013년 조사에 따르면 모두 9종으로 파악된 토착 말벌류 중 5종의 세력권이 약화되고 있는 상태다.

한편 환경부는 이처럼 등검은말벌이 기승을 부리자 위해외래종 2급으로 지정했지만 생태계교란종 지정은 아직 소원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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