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 한일공동심포지움 '동아시아 공동체의 미래를 그리다'

"환경, 경제, 평화. 한·일 양국이 반목하면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

지난 3일 한국 환경재단과 일본 피스보트가 공동 주관한 '피스&그린 보트' 프로그램 2일차 행사로 개최된 '광복70주년 한일공동심포지움'의 사회자가 개회를 알리며 던진 화두다. 아베 일본 총리의 국수주의적 발언으로 냉각된 양국 관계 회복을 위해서는 '화해'가 우선돼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한국도 일본도 아닌 중립지대, 바다 위 선상에서 개최된 이번 심포지움에는 양국에서 최열 환경재단 대표, 요시오카 타츠아 피스보트 공동대표, 권철현 전 주일 대사, 작가 김홍신씨, 와카미야 요시부미 전 아사히신문 주필,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조명진 EU집행위원회 동아시아 안보 자문위원, 군사평론가 마에다 타츠오씨 등이 패널로 참석했다.

이들은 '동아시아 공동체의 미래를 그리다'라는 주제로 양국 관계 개선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시민들과 의견을 나눴다. 관계 개선부터 남북 통일 문제, 한중일 3국의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까지 거대한 담론들이 민간 사회를 통해 다뤄졌다.


왼쪽부터 권철현 전 주일대사, 김홍신 작가, 와카미야 요시부미 전 아사히신문 주필

 

한국 "일본 정부의 '사과' 우선돼야"
일본 "중국도 책임, 도움 있어야"

미묘한 신경전이 오갔던 '평화' 즉 한일관계에 대한 패널 토론에서 한국측 패널들의 입장은 일본의 진정한 사과가 필요하다는 중론으로 모였다. 일본 측 패널들은 이같은 중론에 동감하면서도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과 중국 측의 책임도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조연설을 맡은 권철현 전 주일 대사는 "일본의 고이즈미 수상이 재임했던 2001~2006년 사이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문제가 됐고 2005년 중국에서는 반일 시위가 크게 발생했다"며 "그랬던 일본이 아베 정권 이후 굉장한 위험성을 가진 안보 법안을 통과시켰다"며 운을 뗐다.

이어 "'집단적 자위권'을 법적으로 규정했는데, 이것은 평화헌법을 부정하는 일로 아베 정권의 역사수정주의와 전전(戰前) 상황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보인다"며 "계속 이대로 가면 한-중도 편협한 민족주의가 고취될 수 있어 동아시아 공존의 균형점이 무너질 수 있다. 곧 있을 아베 담화에서 한 발 물러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이같은 발언을 하면서 예로 든 것은 독일의 사례다. 앙겔라 메르켈이 폴란드에 직접 가서 사과한 사례와 메르켈이 독일 전후 세대들에게 '당신들도 죄갚음을 해야 한다'고 말한 것 등의 사례를 들었다. 또 독일 전범들을 지금도 전세계에서 잡아 들여 처벌하고 있는 등의 예도 제시했다.

권철현 전 대사는 "역시 일본에서 충돌과 감정의 원인을 조금 정리해줬으면 좋겠다"며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이 나쁜 상황을 극복하고 좋은 시점으로 갈 것"이라는 뜻을 피력했다. 일본 측으로부터의 '눈에 보이는' 사과가 필요하다는 요구다.

여기에 15·16대 국회의원 출신인 작가 김홍신씨도 거들고 나섰다. 그는 "우리 한국인들 가슴 속에 뼈아픈 게 뭐냐면 34년11개월19일 동안 일본이 한국을 침공하지 않았으면 분단도, 6.25도 없었을 것"이라며 "당해 본 사람만이 표현할 수 있다"고 말을 꺼냈다. 일본에 대한 '분단 책임론'을 짚은 지적이다.

이어 "동아시아가 평화를 공조해 세계 문명에 이바지하려면 필요한 게 '참회'이며 일본은 할 수 있다"며 "짐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홍신 작가는 대륙으로 진출하고픈 일본의 목표와 평화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도 이같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진솔한 사과를 통해 등짐을 내려놓는다면 대국 컴플렉스를 버릴 수 있다"며 "이후 일본에서 부산까지 해저터널을 뚫어 중국, 러시아까지 연결한다면 컴플렉스를 없애고 진정한 영혼의 승리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반면 일본 측 패널은 아베 정부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은 동의하면서도 한일관계 냉각은 한국과 일본도 일정 부분 거들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남북분단 문제에 대해선 일본보다는 중국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설명도 이었다.

연사로 나선 와카미야 요시부미 전 아사히신문 주필은 "우리도 아베 담화를 주목하고 있다. 무라야마 담화를 포기하지는 않더라도 계승한다는 뜻이 전해지는 것은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중국이나 우리나 '팽창주의'를 지향하고 있는데, 우선 일본부터 무라야마 담화를 지키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일"이라고 서두를 열었다.

이어 한국 측 패널과는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요시부미 전 주필은 "한 가지 한국 분들에게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지금 아베 정권의 모습은 사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노다 총리 시절 독도를 가고 칸 총리 시절 북방 영토에 간 것이 힘을 실어 준 격"이라며 "악순환을 끊어야 하는데, 여기서 한국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분단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보다는 중국이 더 중심에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요시부미 전 주필은 "남북분단은 사실 유엔군이 중국 국경까지 올라가서 그대로 끝났으면 없었을 테지만, 여기서 중국이 북한을 지원하면서 분단을 만들었다"며 "중국이 개입해서 분단이 고착화 된 만큼 중국도 책임이 있다. '국제시장'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남북한 통일을 위해서는 중국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아울러 "일본의 많은 사람들이 (남북한) 통일을 바라지만 통일이 되면 민족주의가 강해져 반일감정이 커지지 않을까 우려한다"며 "그러나 사실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이 지원해 통일이 실현된다면 그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마에다 타츠오 군사평론가

 

한중일 3국, 온실가스 배출 국제적 책임
"각국 시민사회부터 변화 시작해야"

환경 문제 역시 3국이 공통으로 짊어지고 있는 문제다. 2020년 이후 전세계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정해지는 올해는 더욱 중요한 화두이기도 하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한중일 3개국은 매우 중요하다. 인구는 전세계 21.7%, GDP는 19.0%, 이산화탄소 배출은 31.5%다"라며 "이 문제에서 세 나라가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원전 확대다"라며 설명을 시작했다.

윤순진 교수는 "3국 정부는 원전 확대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이는 위험하다"며 "하나의 위험으로 다른 위험을 극복하겠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원전이란 위험을 키우면서도 부족한 기후변화 대응 방안에 대해서도 공통 지적을 이었다. "한국과 일본, 중국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가 굉장히 낮다"는 그의 분석에 기반한 지적이다.

윤 교수는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석탄 등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화석연료 사용이 늘어나면서 감축 목표가 굉장히 많이 후퇴했다"며 "원래 2020년까지 1995년 대비 25%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던 목표가 희석되고 2030년까지 2013년 대비 26%로 바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에너지원'이라는 단위를 사용해 2005년 대비 60~65%를 줄이겠다고 했는데 이도 따져 보면 매우 낮은 수치"라며 "한국도 '배출전망치(BAU)'라는 잣대를 쓰는 데 이 또한 잘못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 상황 개선을 위해서는 시민사회가 성숙하지 않은 중국을 제외한 한국과 일본의 시민사회가 일어서야 한다고 독려했다. 그는 "눈여겨 볼 것이 전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재생에너지"라며 "시민들이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가져가려고 노력하는 것이 우리 미래를 건강하게 하는 일"이라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일본 측 연사인 마에다 타츠오 군사평론가는 "안보를 국방만으로 얘기하는 시대는 끝났으며 이제는 환경안전보장이라는 말이 나오는 시대"라며 "환경을 공유하고 보호하지 않으면 지구 전체가 파괴되는 시대를 살고 있는데, 이제야 우리는 알게 됐다"고 화답했다.

그는 "환경을 확보하고 지속시키기 위해, 공동체를 위해 뭐가 필요한 지 생각해야 하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한국과 일본, 중국이라는 '동아시아 공동체'를 놓고 본다면 '바다의 공동체'다. 바다가 바로 연결 고리며 이를 중심으로 환경안전보장을 생각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시민사회와 피스&그린보트 등의 역할을 강조했다.


'통일 대박론'과 독일 벤치마킹의 실상
"한국과 독일은 차원이 다르다"

조명진 EU 집행위원회 동아시아 안보 자문위원

 

광복 70주년인만큼 통일 문제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논의가 오갔다. 최근 박근혜 정부가 주목하고 있는 독일의 통일 사례 벤치마킹에 대한 비판이 주류다.

조명진 EU 집행위원회 동아시아 안보 자문위원은 "지난해 박 대통령이 '통일 대박론'이란 정치적 캐치 프레이즈를 내걸면서 독일이 주제로 떠오르고 있는데, 한국과 독일의 통일 문제는 기본적으로 차원이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가장 큰 차이점으로 양국 분단 현실 속 반목의 역사를 들었다. 조명진 위원은 "독일은 서로 싸운 적이 없으며 오히려 '전우'"라며 "남북한은 1968년 박정희 대통령 암살 기도를 포함한 적대감이 있다. 이게 한국 통일이 안 된 가장 큰 이유"라고 주장했다.

경제적 기틀에 대해서도 독일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 정부가 주목하는 통일 독일의 경제 발전 모델이 한국의 현실 속에서 과연 가능하겠냐는 의문이다.

조명진 위원은 "'라인 자본주의'라고 불리는 독일 산업계의 강점은 '연대감'이다. 미국·영국식과는 차별화한 것"이라며 "독일은 제조업체가 주식시장 상위 5개 기업으로 서비스업 등이 상위인 영국, 프랑스와 다른데, 제조업체가 불황인 경우 해고를 하지 않고 임금과 노동 시간을 단축한다"고 설명했다.

"대신 정부가 그 보상을 해 주는 구조"라며 "연대감 있는 노동 시장, 정부와 기업과 노동자가 함께 흘러간다는 표현을 쓰는 이유이며 독일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은 이유도 노동 단가가 낮은 구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성숙한 시민사회 의식 역시 걸림돌로 들었다. 한국과 독일의 차이가 가장 큰 부분이기도 하며 한국 사회가 지향해야 할 부분이라는 지적이기도 하다.

조명진 위원은 "동독은 지도자가 잘못하면 시민들이 이를 인지하고 지적할 수 있을 정도의 시민사회 환경이 있었다"며 "과연 북한의 시민 의식이 그만큼 높아져 있는 지는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를 통해 통일의 단초를 꺼냈다. '화해'라는 단어를 통해서다. 조명진 위원은 "화해의 시작은 시민의식의 형성"이라며 "일단 형성되기만 한다면 지속가능하다"고 끝맺었다.

포럼에 참석한 인사들

 

sman321@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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