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술자리에서 있었던 일. 오랜만에 지인들이 만난 자리이기에 분위기가 아주 흥겨웠고, 으레(?)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소폭’으로 시작했다. 

첫 잔은 소주 ‘처음처럼’과 맥주 ‘클라우드’를 섞는, 이른바 ‘구름처럼’을 만들어 마셨는데, 잔을 내려놓기가 무섭게 일행 중 한 사람이 툭 던진다. 

“어, 이 술 둘 다 롯데 거 아냐?”

순간, 이구동성으로 답한다. “앗 그러네...술 바꿔 마십시다.”

최근 ‘롯데사태’가 술자리의 기호마저 바꿔놓을 정도로 국민들의 감정을 ‘격하게’ 흔들고 있다. 대략 절반쯤은 일본기업이라고 어렴풋하게 인정 아닌 인정을 하며 지나갔지만, 한국인이라면서 우리 말은 한마디도 못하는 오너 아들의 ‘실체’를 TV화면을 통해 확인하는 순간, 국민들은 형용하기 쉽지 않은 큰 배신감에 휩싸였다. “이건 뭐지...?”

신동빈 신동주 두 아들이 모두 ‘절반은 일본사람’이며, 자기네끼리는 일본말로 의사소통을 하며, 일본에 본사를 둔 롯데홀딩스가 롯데그룹의 지주회사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어라, 한국기업 아니었어?”가 되는 것이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지분구조의 정점에 누가 있든, 그나마 우리 말을 약간은 할 줄 아는 신동빈 회장이 “한국기업이 맞다”고 강변을 하든 말든, 일반 국민들의 눈에는 롯데의 로고 위에 일본 국기가 오버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돈 벌어서 일본으로 가져간다.” 이 한 마디로 ‘상황 끝’이다.

우리가 열심히 롯데백화점 들락거리고, 잠실 롯데월드에서 놀이기구 타고, 롯데리아에서 햄버거 먹고, 외국 나갈 때 롯데면세점에서 장사진을 이루고...해서 일본 주주들 배를 불려준 것이다. 따라서 소상공인연합회와 금융소비자원 등이 롯데 불매운동에 나선 것은 당연하다. 술자리에서 ‘구름처럼’도 물리쳤는데, 롯데 불매운동이 확산은 더 가열될 게 분명하다.

하지만 롯데사태가 이런 차원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어떻게 롯데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는지, 그동안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는지 면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국세청, 공정위 등이 롯데그룹에 대해 전방위 압박에 들어갔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다 아는 것처럼, 롯데그룹은 MB정부때 잠실 제2롯데월드 신축허가를 받아냈다. 당시 정부는 성남비행장이 인근에 있어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서는 안된다는 군당국과 전문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항로를 변경해주면서까지 신축허가서를 내줬다.

당장 이 허가과정부터 전면적인 재조사가 필요하다. 마침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이 6일 이 사안과 관련, MB정부의 특혜의혹을 제기하고 나선만큼 정치권이 조사에 착수해서 의혹을 밝혀야 한다.

또한 연말로 예정된 롯데면세점 소공점(본점)과 월드타워점 두 곳의 재허가 문제도 ‘완전 백지 상태’에서 검토해야 한다. 롯데면세점은 이 두 곳에서 지난 한 해 2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호텔롯데 매출의 95%가 면세점에서 나왔다. 

면세점은 정부의 특혜를 받은 ‘알짜사업’인데, 투명하게 운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도 “롯데에 알짜사업을 줄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제 광복 70주년 기념일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는 광복 70주년에 큰 의미를 두면서 대규모 특별사면, 임시공휴일 지정,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등의 조치를 단행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70주년에 너무 방점을 둘 필요는 없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꼭 70이라는 숫자의 의미에 집착하기 보다는 정치외교적인 상황상 대대적인 기념은 시의적절하다. 

얼마전 일본 정부는 지옥섬 하시마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는데 성공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우리 국민 600여명이 끌려가 지옥같은 노동에 시달리다가 100여명 이상이 숨진 곳이다.

우리 국민의 피와 땀과 목숨을 착취해 일본 기업이 배를 불렸던 끔찍한 현장이다.

일본 정부로서는 패전 70주년을 맞아 이런 ‘기념작업’을 전개하고 있는만큼, 우리 또한 광복 70주년을 보다 성대하게 맞는 것은 전혀 문제될 게 없다.

그런데 마침 롯데사태다.

롯데물산은 광복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6일 롯데월드타워에 864㎡ 크기의 초대형 태극기를 게시했다. 롯데가 한국 기업임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다. 롯데는 국내 최고의 높이에 게시되는 태극기라고 홍보하지만, 그 태극기를 올려다보는 시선이 그리 곱지 않다. 

당분간 술자리에서 ‘구름처럼’은 없겠다.

news@eco-tv.co.kr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