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정서 부응하는 인명 존중기업으로 앞서야

 

[환경TV뉴스]김원태 기자 = 2014년 말 기준으로 그 순이익이 대략 14조원쯤 되는 회사.

세계적 기업인 삼성전자의 모습이다.

이런 곳에서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직업병과 관련해 사망한 근로자 유가족 등을 위해 10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보상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1천억원이라면 1의 단위에 0의 숫자가 11개나 붙는 엄청난 숫자의 금액이다.

그런데 이렇게 큰 숫자도 14조원에 비하면 1/140에 해당하는 미미한 숫자에 불과하다.

이같은 큰돈으로 사람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면, 아니 죽어버린 생명을 되찾을 수만 있다면 세계적 거부였지만 지금은 거인이 된 삼성의 라이벌 회사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의 생명도 현재 보전해 있으리라.

하나밖에 없는 그 무엇보다도 바꿀 수 없는 사람의 생명을 등한히 한 채 기업 이윤을 극대화 시켰다면 한번 실수는 '병가지상사'라 이해하고 용서가 된다.

그러나 같은 사고가 반복적으로 이뤄졌다면 이는 묵과할 수 없는 기업의 도덕적 가치의 전도현상이다.

기업 존재 이유가 이윤 창출이지만 이는 과정일 뿐이고 목적은 어디까지나 인류의 보편적 삶의 질 향상과 편안함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현장에 근무하고 있는 종사자들의 복지 등을 등한시할 수 없는 이유가 된다.

기업의 인권착취로 드러난 부의 축재는 곧바로 부메랑으로 돌아와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것이 작금의 실태다.

세계적 전자산업으로 우뚝 선 삼성전자 공장에서 근무했던 근로자들이 백혈병으로 시름시름 앓다가 목숨을 잃은 자가 46명을 넘어섰다는 것은 분명 작업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백혈병은 죽음에 이르는 혈액암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무서운 병에 대해 해당 대기업은 자신의 도덕적 문제점을 은폐하기 위해서라도 갖은 수법을 동원해 산재를 인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스스로 인정할 경우 그 기업이 미치는 사회적, 국제적 파급 효과는 곧 회사의 문을 닫을 수도 있는 치명적 문제로 귀착될 우려가 크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없을 것이다.

급성백혈병의 초기증상은 병세가 빠른 게 특징이다.

발병이 시작하면서 열이 나고 빈혈로 얼굴 색이 창백해지며 부딪히거나 다치지 않았는데도 피부에 멍이 들고 코피를 흘린다. 이것이 조기증상으로 알려졌다.

즉 불규칙하게 열이 나고, 빈혈로 얼굴 색이 창백해지며, 출혈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급성백혈병의 3대 증상으로 환자는 피를 흘리며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성백혈병은 전신무기력, 빈혈, 간장·비장종대가 3대 특징으로 초기에 빈혈증상이 나타나면서 백혈구검사에서 백혈구 수치가 떨어지면 골수검사를 받아야 한다.

무기력·허약, 체중감소, 미열, 잠들 때의 식은땀, 왼쪽 옆구리 불쾌감, 가슴뼈(흉골)의 통증 등이 만성백혈병의 초기증상이라 할 수 있다.

빈혈이나 출혈이 나타나면 초기를 넘어선 상태다.

이같은 동질의 병인(病因)이 발견된다면 사업주체는 당연히 역학조사를 통해 그 원인을 찾고 제2, 제3의 환자가 발생되지 않도록 해야했다.

한 직장에서 발병해 사망한 누적 근로자 수가 전국을 공포로 몰아 넣었던 메르스 감염 치사 인원보다 많았다면 이는 근로공단이나 자체검사가 아니라 전문가집단인 보건복지부가 직접 나서 원인 파악을 했어야 했다.

서울행정 법원이 뒤늦게 삼성반도체에 근무하다 숨진 故 황유미씨와 故 이숙영씨를 산재로 인정하라는 판결을 내린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복지공단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삼성공화국이라는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에 진배없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백혈병으로 숨진 황씨 등은 각종 유해 화학 물질과 유전자 변형으로 암을 일으킬 수 있는 전리방사선에 지속적으로 노출됐다"며 노동 환경과 백혈병 발병의 연관성을 인정했는데 이것은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반도체 공장의 백혈병 피해 노동자들에게 산업재해를 인정한 판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5명의 원고 중 2명만이 한정적으로 산업재해를 인정받았음은 아쉬움으로 남고 있다. 같은 작업 현장이지만 설비 라인이 틀려서 "지속적으로 유해 화학 물질에 노출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빛나는 '글로벌 삼성'의 톱니바퀴에는 꽃다운 노동자들의 죽음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반도체가 대한민국호를 먹여 살릴 미래의 쌀이라는 구호에 치인 채 인체에 치명적인 화학 물질 속에 내던져져 온갖 희귀병을 앓아왔다.

삼성전자 공장에서 백혈병과 각종 희귀병에 걸린 사람은 제보된 사례만 130여명, 숨진 노동자들은 47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지금껏 단 한 번의 책임 인정과 사과도 없었고,'업무와 관련 없는 개인적 질병'이라고 강변하면서 어떠한 법적 책임도 지지 않아 왔다. 더구나 이번 판결이 있은 후에도 삼성전자는 불쾌함을 드러내면서 "다른 조사 결과와 다르다"는 이유로 근로복지공단과 조율해 항소할 뜻을 밝혔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대기업의 오만한 모습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다.

서울 일원동 삼성병원이 메르스 감염환자에 대한 대응책 실수로 전국에 환자를 확산시킨 매개체 역할을 했음에도 정부는 삼성병원을 두둔했고 삼성병원 측은 어이 없게도 병원이 뚫린 것이 아니고 국가가 뚫렸다는 오만 방자한 모습을 보여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자초했었다.

이것이 대한민국을 넘어선 국제 글로벌 기업을 자부하는 삼성의 민낮이었다.

이러고서야 어떻게 삼성이 세계적기업이라 할 수 있겠나!

롯데 가의 집안 싸움이 국민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정부의 각종 혜택을 받으면서 자신의 잇속을 챙겼다는 것이 하나하나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성장한 대기업들의 초기 사업들은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자는 통치자의 구국의 일념과 보호 아래 가난을 벗어나고자 했던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포장을 한 채 위정자들과 함께 정경유착관계가 없었음을 고백할 수 있는 기업이 있을까?

삼성전자는 무조건 아니다라는 오리발 식 근시안적인 기업 운영 풍토를 과감히 버리고 국민과 근로자들이 함께 오늘의 삼성공화국을 일궜다는 자각을 할 때다.

지하에 있는 자신들의 근로자들에게 석고대죄하며 다시는 같은 질병과 같은 고통으로 유명을 달리하는 사례가 없도록 하겠다는 자기반성이 선행되지 않으면 자칫 세계인의 공적으로 매도될 수도 있다.

故 황유미씨의 아버지인 황상기씨가 자신의 차안에서 죽어가는 딸을 바라보며 "유미야, 이 병이 네 책임이 아닌 삼성 때문이라는 걸 밝혀낼게"했다는 절규를 삼성이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삼성전자에서 근무중 원통하게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직원들의 혼령이 편히 쉬지 못하고 구천을 맴돌고 있어 이들 혼령을 달래줄 첫 단추를 끼운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1000억원으로 이들을 모두 살려낼 수 있다면 살려내서 죽음에 이르게 한 그 원인을 삼성이 직접 들어보았으면 한다. 그러면 삼성이 제대로 반성을 할까 황당한 생각까지 미친다.

kwt828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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