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윤주환 한국물산업협의회(KWP) 회장·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환경TV뉴스]박순주 기자 = “환경 당국의 국내 물(Water) 시장 규모에 대한 통계치가 오락가락 하고, 정부·지자체·공공기관이 시장을 좌지우지하다 보니 ‘물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물산업이 힘들어진 이유’를 묻는 질문에 수십 년간 ‘물’ 분야를 집중 연구해 온 윤주환 고려대 교수가 전한 답변이다.

윤주환 고려대 교수. 사진-문정남 인턴기자

 

물산업은 ‘수자원’에서부터 상수, 하수, 폐수, 재이용, 수생태 관리, 비점오염원 관리, 생수, 가정용 정수기, 산업용수 등의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세계적으로 21세기 블루골드 산업으로 각광받으며, 어느 산업보다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미국 포춘지는 이미 15년 전인 2000년도에 “21세기 물산업이 20세기 블랙골드(Black Gold) 산업인 석유산업 규모를 추월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러나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물산업은 취약하기 그지없다. 대구경북연구원 등에 따르면 국내 7848개의 ‘물’기업 중 70%가 종업원 10인 미만의 소기업으로 대부분 영세한 실정이며, 평균 수출 참여율은 4.5%에 불과하다.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여건도 취약한 상황이다. 산업계에선 물산업을 이대로 방치하면 외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밀려나 결국 도태될 것이란 위기 위식이 팽배하다. 

시장 규모 통계치 기관마다 오락가락

윤 교수는 4일 환경TV와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물산업 시장 규모가 얼마나 되는가를 묻는 질문에 어느 곳에서도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면서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산출한 통계치도 설득력이 부족하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항간에는 국내 물산업 시장 규모를 10조원대라고 말하는 이도 있고, 20조원대라고 발표한 기관도 있다. 혹자는 30조원대라고도 말한다. 심지어 80조원에 이른다는 주장을 펴는 곳도 있다는 게 윤 교수의 설명이다.

실제로 ‘물’기업의 기술개발부터 사업화, 해외 진출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지원할 ‘물산업 클러스터’ 조성 지역으로 낙점 받은 대구광역시는 물산업 규모를 9조1000억원(2013년 기준)에 달한다고 밝혔다.

환경부 산하기관인 한국환경공단은 환경산업 통계조사를 토대로 22조원(2013년 기준)에 달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헌데 물산업 육성정책을 총괄하는 담당부처인 환경부는 35조원(2013년 기준)에 달한다는 입장이다. 

환경부와 환경부 산하기관이 상이한 통계치를 내놓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물산업 육성을 책임지고 도와줄 정부나 공공기관 조차도 왜곡된 정보를 근거로 각종 지원정책을 마련하고, 육성사업을 꾸려가고 있다면 물산업의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는데 있다.

물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하수도 관련업체를 대변하는 대한상하수도협회는 대외적으로 공식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24조원(2014년 기준)에 달할 것이란 쪽으로 내부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러하니 산업계는 어느 곳의 통계치를 믿어야 할지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윤 교수는 이와 관련해 “정부와 공공기관까지 제각각의 잣대를 들이대면서 자신들의 입장을 최대한 대변할 수 있는 쪽으로 통계치를 내놓고 있는 게 아니겠느냐”라고 꼬집었다.

공공시장이 너무 커..역동성 저하 초래 

‘물’ 시장이 너무 공공부문에 치중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공공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다 보니 공공기관에 휘둘리는 경우가 허다하게 됐고 결국 물산업의 역동성 저하를 초래했다는 것.

윤 교수는 “한국 ‘물’ 시장의 83%가 공공시장이라 공공부문 비중이 너무 높고, 공공인력도 최대 4만 명으로 집계되는 등의 이유 때문에 역동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하루빨리 공공부문을 민간으로 이양할 것을 제안했다.

지난해 기준 국내 ‘물’ 시장은 공공부문인 162개 지자체가 47.5%, 환경부가 17.6%, 국토교통부가 6.4%, 한국농어촌공사가 5.4%, 한국수자원공사가 4.9%, 안전행정부가 1.1%, 농림수산식품부가 0.5%를 각각 차지했다. 반면 민간 시장은 16.6%에 불과했다.

윤 교수는 역동성이 저하된 이유에 대해서도 자세히 언급했다. 그가 꼽은 가장 큰 이유는 공공부문이 ‘물’ 시장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임에도 새로운 일거리가 거의 없다는데 있다.

실제로 국내에선 이미 댐이나 상하수도와 같은 ‘물’ 분야의 공공부문 인프라가 거의 다 만들어졌다. 결과적으로 최대 발주처였던 공공기관이 사업을 진행하지 않으니 덩달아 이들만 바라보던 산업체들도 할일 없이 놀아야 할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물산업이 수출 길을 잘 뚫지 못하는 것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전자·자동차·조선업계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며 선진국을 비롯한 전 세계를 무대로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그런데 물산업은 국내 기술보다 뒤처지는 동남아시아와 중국 등지로만 수출하려는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제품을 만들어 당당히 선진국에 수출할 생각은 뒷전으로 미루고 있는 셈이다. 결국 일류 제품이 아닌 2류 제품을 팔려고만 하니 수출이 잘 안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윤 교수는 물산업의 현실을 타개할 해결책으로 “국토부, 환경부, 농림부 등 각 부처로 분산된 물 관리를 일원화하고, ‘물산업 클러스터’를 통해 해외 수출 길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주환 교수는 한국물산업협의회(KWP) 회장으로 협의회를 이끌며 국내 중소 환경기업을 키워 해외로 진출시키는 ‘네트워킹 플랫폼’ 역할까지 담당하는 국내 '물' 분야의 권위자다.

parksoonj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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