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된 배기가스 배출 기준 '유로6' 기준, 연비에 어떤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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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TV뉴스]김택수 기자 =국내 디젤 차량의 연비가 수입차를 압도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문제는 국내 연비 산정을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느냐이다.

지난 2일 선보인 2016년 쏘나타 1.7 디젤의 복합연비는 16.8km/ℓ로 기존 2.0모델과 비교해 연비가 33% 개선됐다고 현대차는 발표했다.

반면 외제차는 공인 연비를 잇달아 기존 발표보다 하향 조정해 발표하고 있다. 폭스바겐 골프 2.0 TDI는 이달 1일 연비를 기존 16.7km/ℓ에서 7.1%포인트 내린 15.5km/ℓ로 '하향' 조정했다. 

골프 1.6 TDI도 연비를 18.9km/ℓ에서 16.1km/ℓ로 낮춰 등록했다. 뉴 푸조 308 1.6 모델의 연비는 기존 18.4km/ℓ에서 12%포인트 하향 조정된 16.2km/ℓ로 하향 조정됐다.

이런 현상은 소형 해치백과 중형 세단, 중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외제차의 경우 원래 연비 '따위'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최고급' 사양 차량을 제외한 거의 전 차종에서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입차 업체들이 강화된 배기가스 기준인 유로6(Euro emission standards) 기준에 대응하면서 '알아서' '공인' 연비를 낮춰서 발표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유로6 엔진은 현행 유로5에 비해 배기가스에서 질소산화물을 77%, 미세먼지는 50% 이상 줄이도록 하고 있다. 유로엔진 1~6은 유럽연합(EU)에서 질소산화물과 입자상물질(PM) 등 배기가스 배출을 규제하는 수단 중 하나다.

하지만 유로6  적용과 상관없이 국내차들의 연비는 계속 올라가는 추세다.

3월 나온 현대차의 신형 투싼 2.0의 연비는 14.4㎞/L로 기존 13.8㎞/L보다 4% 향상됐다. 지난달 유로6에 맞춰 나온 기아차 2016년형 쏘울도 14.1㎞/L에서 15.8㎞/L로 11% 향상됐다.

국내 연비 표시(예)

 

그렇다면 자동차 공인연비가 과연 얼마나 믿을 수 있는 것인가. 연비는 통제된 시험 조건 속에서 측정되므로 실제 소비자(운전자)가 현실 속에서 느끼는 연비와는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30리터의 연료을 넣고 300km를 주행했다면  주행거리 300을 넣은 연료량 30으로 나누면 10이 나온다. 1리터를 넣으면 10km를 갈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게 '공인 주행연비'다. 

문제는 자동차 연비를 자동차의 제조자 혹은 수입업자가 자체적으로 측정해 자동차 외부에 표시하고, 에너지관라공단은 매년 제조사가 측정ᆞ발표한 연비를 별도로 측정해 검증할 뿐, 자체 연비 조사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결국 자동차 제조업체의 '연비' 발표를 토대로 자동차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이만큼 휘발유를 넣으면 이만큼 주행할 수 있다"는 제조사 발표에 대해  '의심'은 가득하지만 구입 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이렇게 연비를 부풀리거나 허위로 공표해도 자동차 제조사가 받는 불이익은 사실 거의 없다.

자동차 제조업체가 허위나 고의로 연비표시를 부풀려도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수백만원의 과태료가  전부다. 국내 자동차 가격이나 시장 규모 등을 고려할 때 말 그대로 '껌값'이다. 소비자들이 '저게 맞냐'는 식의  의구심을 갖는 자동차 '공인' 연비 발표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예를 들어 현재 자동차 2016년 쏘나타 1.7 디젤의 경우 '복합연비 16.8km/ℓ'을 자랑한다. 디젤 1리터 1400원을 기준, 5만원을 주유하면  600km를 갈 수 있어야 한다.   

경부고속도로 요금소 기준 서울-부산 간 거리는 430km 정도 된다. 연비만 놓고 보면 디젤 5만원 주유하면 서울에서 부산 갔다가 다시 서울로 절반 가까이 올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운전 습관에 따라 연료 소비량 차이가 있긴 하지만 5만원 넣고 600km를 주행했다는 운전자는 별로 없는게 현실이다. 연비가 과장됐든 대한민국 운전자 습관이 대부분 잘못됐든 둘 중 하나라는 얘기다.

 

미국의 경우 차량의 연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두 가지 형태의 금액으로 표시한다. 해당 차량 이용 시 예상되는 연간 연료비(예 2150달러)와 해당 차종을 5년 동안 이용할 때 당해 출시된 '연비가 향상된' 신차들의 평균 연비와 비교하여 절감할 수 있는 예상금액(예 1850달러)을 표시하고 있다.

물론 전제는 소비자들이 공감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연비' 표시다.

미국은 또 자동차 연비 표시는 에너지 소비량(연비) 뿐 아니라 온실가스 등급, 스모그 등급 등 여러 정보를 함께 제공한다.

한국은 아직 그런 건 것까지 고려하지는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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