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전역 '갯녹음' 빠르게 확산..'백화현상' 발생

[환경TV뉴스]문정남 인턴기자= 녹색 해조류가 자취를 감추면서 바다 속 암반 등이 하얗게 변하는 이른바 '백화 현상', 즉 ‘바다 사막화’가 동해안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건강한 바다는 물 속 바위 주변 등을 중심으로  다시마나 미역 같은 해조류가 풍부하다. 이 해조류는 각종 물고기나 조개류 등 바다 생물이 기대 살아가는 터전이 된다. 문제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 온도 상승.

해수 온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원래 있던 해조류들은 점점 사라지고 그 자리를 '산호말' 같은 '석회 조류'가 대신한다. 석회 조류가 처음 자리잡은 바위는 '적색'을 띤다. 석회 조류가 자리 잡은 바위는 더 이상 다른 해조류가 살 수 없다. 이 현상이 바로 '갯녹음'이다 

 

이렇게 해조류가 사라진 바다에선 해조류에 기대 살던 물고기나 어패류들도 점차 사라져간다. 석회 조류도 영양분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죽어간다.

문제는 석회 조류가 품고 있는 탄산 칼슘. 석회 조류는 몸이 탄산칼슘으로 덮혀 있는데 석회 조류가 죽으면 품고 있는 흰색 탄산칼슘이 바위에 달라 붙는다. 처음 적색이었던 바위는 이제 흰색이 된다. 바로 '백화 현상'이다.

이 백화 현상이 진행되면 바다는 생물체가 살기 힘든 불모의 사막이 된다. '바다 사막화'다. 이처럼 바다 사막화는 연안생태계를 파괴하고 수산생물의 서식지를 감소시킨다.

바다 사막화의 원인이 되는 지구 온난화가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전 지구적으로 벌어지는 현상이지만 문제는 우리나라 동해안 일대의 해수 온도 상승이 범 지구적인 '지구 온난화'를 감안해도 지나치게 급격히 진행된다는 점이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1968년부터 2010년까지 43년간 한국 연안 해양의 표층수온은 1.29도 올랐다. 같은 기간 동안 세계 표층수온은 0.4도 상승했다. 세계 평균에 비해 3배 이상 오른 것이다. 

수온이 올라가면 기존 바다 수온에 적응, 토착화 돼 살던 해조류들은 살기 힘들어진다. 변화한 수온에 맞춰 아열대성 해조류가 정착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린다. 이래저래 해초가 사라져가는 것이다.

해양수산부가 2014년8월부터 12월까지 초분광 항공영상 촬영 및 항공 레이저기법 등 첨단 항공영상기법으로 ‘동해연안 바다사막화 조사’를 실시한 결과, 동해 연안의 전체 암반 면적 1만7054㏊ 중 1만518㏊(61%)가 바다사막화가 '심각' 또는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바다 사막화 심각 지역은 6079㏊(35%), 진행은 4438㏊(26%)로 조사됐다. 정상 면적은 6536㏊(38%)에 불과했다. 정상적인 바다보다 '비정상'적인 바다가 훨씬 더 넓은 것이다.

그중에서도 포항과 울산, 영덕 등은 바다 사막화가 특히 심각한 지역으로 확인됐고, 속초와 고성, 동해 등 상대적으로 위도가 높은 곳에 있는 지역들도 바다 사막화가 빠르게 확산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동해안 전역에 걸쳐 바다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울릉도(682㏊, 72%) 주변 지역 정도가 정상 면적 비율이 비정상 비율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높았다.

해수부에 따르면 이번 조사 대상에서  빠진 제주시의 경우 1990년대 초부터 바다사막화가 진행돼 2007년 기준으로 4540㏊(31.4%)에 달하는 면적에서 갯녹음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수 온도가 계속 상승중인 것을 감안하면 지금은 더 심각할 것으로 추정된다. 

바다숲이 조성된 모습. 출처=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이에따라 해수부는 콘크리트 등으로 만든 해조류 인공 서식지를 바다에 투하 이른바  '바다숲(해중림)을 만드는 등 바다 사막화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해수부는 특히 5월 10일을 '바다식목일'로 지정, 바다숲 조성 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다시마나 잘피 같은 해조류나 해초류가 무리지어 사는 바다숲은  어패류가 사는 데 필수적인 유기물의 공급처가 된다. 어류에겐 산란지이자 은신처가 되기도 한다.

또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온실가스를 줄여주는 말그대로 ‘바다의 숲’이라 할 수 있다. 해수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우선 강원도 고성군과 경북 영덕군에 2015년 바다숲 조성사업비 중 8억원을 긴급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해수부는 “바다 사막화를 막고 우리 연안이 풍요로운 어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매년 350여억원을 투입해 2030년까지 전국 연안에 5만4000㏊의 바다숲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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