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원내대표의 퇴임사를 들으면서, 생뚱맞게도 한강과 낙동강의 녹조가 떠올랐다. 유 대표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정치는 국민의 행복과 안전을 추구한다. 교과서적으로, 또 이상적으로는. 그러나 현실이 어디 그런가? (정치)권력의 원천인 국민들은 대부분 고개를 가로저을 것이다. “맨날 지네끼리 싸움질이나 하지 국민이 안중에 있나...”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치고받는 사이에 한강의 녹조는 더욱 심해져서 한강하류 전구간에 조류경보가 내려졌다. 영남지역의 식수원인 낙동강에도 조류경보가 발령됐다. 녹조가 점령한 한강과 낙동강은 아예 초록 물감을 짜 놓은 것 같다.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해 둥둥 떠오르고, 이 강이 생계현장인 어민들은 속이 까맣게 타들어간다. 정수장에서 99.7%가 걸러지니까 수돗물 안전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고 하지만, 그 물을 마셔야 하는 국민들의 찝찝함은 쉽게 걸러지질 않는다.

대통령도 국민을 ‘받들어 모셔야 하는’ 자리에 있고, 국회의원도 국민의 대의기관이니 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어처구니없게도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그 의무를 잠시 까먹었던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온 나라가 메르스와 녹조와 가뭄과 경기침체로 도탄에 빠져 있는데 그럴 수는 없다.

낙동강 녹조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히는 4대강 공사도 MB정권이 국민을 위한다는 이름으로 강행한 것이다. 국무총리실이 지난해 1년간 민간전문가 70명을 투입해 4대강 사업을 조사한 결과, 4대강의 수중보가 물을 가두어서 유속이 느려지고 체류시간을 길게 해 녹조를 심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4대강 공사는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말이 된다. 

국민들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았으니 정치인들이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함은 당연한데, 결과를 보면 피해를 보는 쪽은 권력을 위임한 국민들이다. 누가 처음부터 그러려고 하지는 않았겠지만, 때로는 ‘미필적 고의’가 느껴지기도 한다. 당장 집안싸움에서 이기는데 올인하고, 누가 뭐래도 4대강을 다 뒤집어엎는데 골몰했으니 하는 얘기다. 심고원려(深考遠慮)해서 어떤 길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것인가를 판단하고 선택해야 하는게 정치인들의 책무인데, 결과적으로 그것을 해태했으니 비난받아 마땅하다.  

어쨌든 자, 이제 끝났다.

지난 2주 동안 국민들이 넌더리를 냈던 국회법 개정안 ‘파동’이 일단 수습됐으니, 대통령도 집권여당도 야당도 이제는 제발 국민들의 고통에 눈길을 집중했으면 좋겠다. 권력의 원천인 국민들이 잔뜩 벼르고 있는 내년 4월 총선이 별로 먼 미래가 아니다. 여전히 정신 못 차리면 이번에는 국민들이 쏘는 ‘레이저빔’을 권력의 수임인인 정치인들이 맞게 될 것이다. 여기에는 '레이저빔의 원조'인 박근혜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그나저나 장맛비가 중북부 지방까지 북상해야 할 텐데, 한강을 쳐다보니 참 걱정이다. (2015.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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