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과학기자대회 특별 세션 '메르스 확산과 방지 대책' 통해 한국 메르스 사태를 보다

메르스 사태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의 김성한 박사.

 

[환경TV뉴스] 신준섭 기자 = 9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메르스 확산과 방지 대책'을 주제로 세계 과학기자대회가 열렸다. 이번 메르스 세션은 원래 일정에 없던 특별 세션으로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사이언스 기자 등 국내외 유수의 과학기자와 의사 등 백 오십명이 참가했다.

논의는 한국에서의 메르스 방역 실패 원인과 메르스바이러스에 대한 분석 결과가 주로 다뤄졌다. 한국에서의 급격한 메르스 확산을 반영하듯 논의는 열띤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기조 발제를 맡은 파스퇴르 연구소 홍기종 박사는 한국에서 메르스가 급속하게 퍼진데 대해 “메르스 바이러스를 2년 전부터만 연구했어도 이렇지는 않았을 거라고 본다"며 메르스 대비가 총체적으로 소홀했음을 지적했다.

미숙한 정부 대응에 대한 질책도 이어졌다.

홍 박사는 "보건당국의 전파가 늦었고 부적절했다"며 "중요한 것은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인데 대부분 정확히 전달되지 않았다"고 초기 대응에 실패한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또 다른 발제자로 나선 서울 아산병원 감염내과 김성한 박사는 방역 실패 원인으로 "2m 이내의 근접 경우만 감염이 생긴다는 확신이 실패 원인 중 하나"라며 잘못된 정보에 기반한 초기 대응 미숙을 급속한 메르스 확산의 주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했다.

김 박사는 그러면서 "여러 명이 입원실을 같이 쓰는 다인실이 많은 병원 구조와병원관리 인력이 적은 문제도 있다"며 우리나라 병원의 구조적 문제도 메르스 확산에 일조했다고 지적했다.

‘지침 따로 실행 따로’인 병원 관행도 도마에 올랐다.

김 박사는 "병원 지침은 잘 돼 있지만 그거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다"며 "일례로 손씻기의 경우 조사해 보면 순응도가 60~70%로, 잘 안지키는 게 문제"라고 안전 및 위생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국내 병원 실태를 꼬집었다.

여기에 환자들이 병원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경우가 많고 병문안이 많은 국내적 특성도 메르스 확산의 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보건 당국의 미숙한 대응에 따른 메르스의 급속한 확산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대중교통이나 가정내 전염 등 병원 외부에서의 전파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측했다.

김 박사는 "권위 있는 의학저널 등을 분석해 보면 메르스 환자의 97%가 병원을 통한 감염"이라며 "사스(SARS)처럼 호텔이나 학교 등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시설이라고 해도 병원 밖에서 전염을 일으키지는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 박사도 "사람에게 옮길 정도로 바이러스 양이 있을경우는 이미 아파서 병원에 왔거나 하는 경우라고 생각한다“며 ”감염되도 별로 아프지 않으면 세포 바깥으로 바이러스가 충분히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다른 사람에게 심한 증상을 일으킬 정도로 바이러스가 왕성한 상태에서 감염시키려면 감염자가 아파서 병원을 찾은 경우에나 가능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엔 감염되도 증상이 그렇게 심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향후 확산 전망에 대해서도 조만간 진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 박사는 "두 번의 대형 발병 이후 추가 환자가 줄어 든 이유는 (바이러스가) 연결 고리를 못 만든 것"이라며 "빨리 격리하면 종식시킬 수 있는 병"이라고 진단했다.

홍 박사도 "지금부터 꾸준히 증가세로 갈 거 같지는 않다"며 "1~2주 내에 신규 환자나 사망자가 '제로'에 가까워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부 감염자들이 요양병원을 거쳐간 만큼 면역력이 떨어져 상대적으로 바이러스에 취약한 노약자들이 집중돼 있는 요양병원에 대한 집중 관리를 주문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의사 출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민병주 의원의 향후 정부 대응 방안을 묻는 질문에 파스퇴르 연구소 홍기종 박사는 “감염병은 어떤 것을 찍어서 다음에 올 것을 예측할 수는 없다. 보험 차원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해, 메르스 실패를 거울삼아 체계적이고 총체적인 감염병 방역 대책 마련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날 현재 메르스 확진자는 공식적으로 95명, 이가운데 7명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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