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TV뉴스] 신준섭 기자 = 기사를 쓰면서 눈물을 꾹 참았다. 지난해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조차 너무나 어이없는 상황에 흐르려 하지 않던 눈물이다. '기자이니 냉정해져야지'라는 마음가짐이 없었다면 벌써 흘렀을 게다. 그만큼 가습기피해자인 8살 강나래 어린이의 영국 방문은 걱정스러웠다.
지난 19일(현지시간)부터 4일간 이어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영국 방문에는 어린이가 한 명 끼어 있었다. 가습기살균제로 폐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은 강 어린이다. 아빠와 동행했다고는 하지만 오전 8시부터 9시까지 이어진 강행군은 얼마나 큰 부담이었을까.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이미 사망해 버린 다른 아이들을 포함한 피해자들을 대표하기 위해서였을거다. 그렇게 고생하며 어린이 한 명이 바랐던 건 진심어린 사과 외에 있었을까. 그럼에도 레킷벤키저 본사는 "최선을 다하겠다"는 한 마디밖에 어린이에게 던져주지 않았다. 본인들도 아이들이 있을진대 '인면수심'의 모습을 보여 준 셈이다. 가히 전세계 통용어인 '영국 신사'의 모습이로다.
물론 이들의 안타까운 모습을 대다수 일반 영국인들이 마음 아파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정작 가해자인 이들은 냉정했다. 그 때문에 어른들은 지쳐갔지만, 본인이 피해자인 강 어린이는 해맑게 어른들을 격려했다. 한 번도 칭얼거리지도 울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언론사나 사람들이 몰려들 때조차 웃음을 잃지 않은 이 아이는 템즈강의 '강토리아'라는 별명을 었었다. 가습기살균제로 폐는 굳었지만, 레킷벤키저의 무성의 속에서도 이 아이의 모습은 빛났다. 기자의 눈도 눈이 부셔서 눈물이 흐르려 함일 께다.
영국인 대다수는 말 그대로 '신사의 나라'에 어울리는 품격을 지녔다는 데 의심조차 없다. 하지만 정작 문제를 일으킨 영국 신사들은 대다수의 선량하고 양심적인 영국인들의 얼굴에 먹칠을 했다. 레킷벤키저 본사는 이번에 잘 대응했다고 자평할 지 모르나, 그들은 소비자보다 더 큰 '명예'를 영원히 잃었다. 8살 아이의 해맑은 웃음에 눈부심을 느끼지 못한 것이 그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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