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발효한 생물유전자원의 이익 공유 관련 국제협약인 '나고야 의정서'에 대한 산업체의 체감 지수를 굳이 말하자면 '0'에 가깝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보고서가 국내 바이오산업계가 나고야 의정서 발효로 연간 최대 5069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거라 경고했지만 아직 분쟁 사례가 없어서다. 하지만 지난 2월 페루가 원산지인 식물 '마카'와 관련한 페루-중국 간 국제 사회 분쟁이 가시화한 점을 보면 국내 바이오산업계 시장도 이미 안전지대가 아니다. 때문에 발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나 아직 정부나 산업계의 공조가 눈에 띄는 수준이 아니라는 점은 우려를 사게 만든다. 이에 본보는 22일 세계 생물다양성의 날을 맞아 국내의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정부와 산업계가 어떻게 협조해 나가야 할 지를 짚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환경TV뉴스]신준섭 기자 =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 넣었던 '신종플루'의 유일한 치료제로 세계보건기구(WHO) 공인을 받은 타미플루는 개발사인 스위스의 로쉐홀딩사에 막대한 이윤을 안겨 줬다. 업계에 따르면 연간 20억~30억원에 달하는 부가가치가 발생했을 정도다.

사실 이 의약품의 원료는 중국이 원산지인 '스타아니스'라는 붓순나무 추출물이다. 중국은 그 혜택을 전혀 못 받고 스위스에 그 수익을 뺐긴 셈이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이 향후에는 줄어들 전망이다. 유전자원의 이익 공유에 관한 나고야 의정서가 지난해 10월 발효되면서다. 생물다양성협약(CBD) 사무국에 나고야 의정서를 비준한 국가는 이달 기준으로 59개국으로, 해당 국가가 원산지인 생물자원을 산업적으로 활용할 경우 당사국 국내법에 따라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준 안 한 한국 정부, 어떻게 대응 중인가
상황이 이렇지만 2016년까지 CBD 의장국을 맡고 있는 한국의 대응은 지지부진하다. 아직 비준국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상태다.

외국 기업이 국내 자생 생물자원을 활용할 경우 어느 정도의 로열티를 매길 지와 관련한 국내법 역시 아직 미완성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올해 안에 관계법령을 정비하고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며 "연내 비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실무적인 차원의 대응은 올해부터 시작됐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에 나고야 의정서 대응과 관련한 '유용자원분석과'를 신설해서다.

모두 3개팀으로 구성된 유용자원분석과는 효능 분석과 유전체 분석, 제품 개발 전단계까지 자원을 발굴하는 업무를 진행 중이다.

나고야 의정서에 의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내 산업계의 수입산 원료와 비슷한 종을 국내에서 찾아 원료 물질 자체를 대체할 수 있는 지를 연구하는 업무다.

특히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생물자원을 분석하는 업무의 경우 자원관에서는 최초로 진행 중이다. 올해 배정된 생물산업소재발굴 예산 25억원을 통해서다.

현재 진행 중인 과제들은 세계 특허를 목록화한 뒤 국내 산업계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생물자원을 우선 순위로 분석한다는 게 자원관의 설명이다.

자원관 유용자원분석과의 김창모 연구관은 "다양한 과제들을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이 중에는 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의 원료인 붓순나무의 유전체 연구도 포함된다"고 전했다.

 

◇정부와 산업계 협력, 보다 긴밀해야
시료까지 추출해 분석을 마친 자원들은 특허와 관련이 없을 경우 연구 결과를 일반에 공개한다. 기술이전 형태로 제공되거나, 생물자원활용 데이터베이스의 '추출물 은행'을 통해 제공하는 식이다.

약 4만여종으로 알려진 국내 생물자원에 대한 점진적인 분석과 정보 공개를 통해 기업을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기업들조차 해당 자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해 10월 발간한 '나고야 의정서 발효와 산업계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생물유전자원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업체 300곳 중 절반이 넘는 59.3%가 '나고야 의정서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실제 자체적으로 나고야 의정서에 대응하고 있는 기업은 300곳 중 5.0%에 불과하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이런 자료가 있는 지 몰랐다"며 "기업 차원 대응이 힘든 경우도 있는 만큼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정보를 알릴 필요가 있지 않나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자원관 관계자는 "협회 등과 주기적으로 회의를 열고 있다"며 "정보가 필요한 기업들은 DB 등을 활용하면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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