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자격루 세계물포럼 녹색성장
[칼럼]자격루 세계물포럼 녹색성장
  • 김기정(발행인)
  • 승인 2015.04.23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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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물포럼은 물 분야에서 있어서 국제적으로 가장 큰 행사다. 물 문제를 세계 각국이 공동으로 해결하기 위해 세계물위원회가 조직되었고, 이 위원회가 3년마다 물의 날(3월22일)을 전후해 개최국과 함께 세계물포럼을 연다.

깨끗하고 안전한 물의 확보, 그리고 물로 인한 재해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해법을 찾는 게 위원회와 포럼의 주된 목적이다.

따라서 세계물포럼을 개최하는 나라들은 물의 이용에 관한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고 보유하고 있는 산업과 기술을 선보이곤 한다. 물 문제 해결에 쏟는 노력과 성과 등을 국제적으로 홍보하고, 또 관련 기술 등을 수출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번 2015 대구・경북 세계물포럼에 참가한 루익 포숑(Loic Fauchon) 전 세계물위원회 위원장이 ‘4대강 사업’에 여전한 관심을 표명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세계물포럼을 유치할 때 4대강 사업을 역설한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4대강 사업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물 관련 대형 국책사업이기 때문이다.

그는 세계물포럼 기간 중 가진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우리가 해결하려고 하는 전세계적인 사안들이 있는데, 수자원에 대한 접근권과 질, 위생, 강우와 빗물 처리 등 물 활용 관련 문제다"라며 "4대강 사업이 이들 문제에 대한 국제적인 해법 가운데 하나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4대강 사업이 어떻게 완료됐는지는 잘 모르지만 세계물포포럼 자체가 다양한 해법들을 서로 함께 접하고 교환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이번 포럼에서 4대강 사업이 전혀 부각되지 않는데 대해 간접적으로 의구심을 드러냈다.

포숑 전 위원장의 지적처럼, 이번 세계물포럼에서 4대강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400개에 달하는 세션 가운데 4대강 관련은 단 하나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철저히 배제됐다.

이 물포럼을 주최한 기관 중 하나가 바로 4대강 사업을 주도했던 국토교통부인데, 이렇게 심하게 버림받는 것이다.

MB정부 때의 대형 국책사업 가운데 박근혜 정부 들어 완전히 실종된 또 다른 키워드는 녹색성장이다.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기치로 내세우듯 녹색성장은 MB정부의 대표적인 국정지표였다. 차이는 창조경제가 여전히 모호함을 벗어나지 못한 반면 녹색성장은 국내외적으로 적지 않게 주목을 받았다는 점이다.

녹색성장은 우선, 국내에서 환경문제에 대한 뚜렷한 접근방식을 제시했다. 지속가능성으로 대표되는 환경보전의 필요성을 국민들이 보다 구체적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됐고, 이에 따라 환경과 관련한 다양한 담론과 일반의 관심도 폭발적으로 증폭됐다.

녹색성장은 또한 동남아 개발도상국가들로부터 새로운 성장모델로 각광을 받았다. 새마을운동을 외국에서 수출했듯, 메이드 인 코리아를 단 녹색성장 역시 많은 나라들로부터 학습의 대상이 됐다.

덕분에 GGGI(글로벌녹색성장기구)라는 국제기구도 생겼고, GCF(녹색기후기금)의 송도 유치도 가능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녹색성장이라는 키워드는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MB정부 때 단 하루도 녹색성장이라는 말을 빼놓은 적이 없었던 환경부도 현 정부 들어서는 이 말을 가장 금기시한다.

그 사업의 가치나 효과 등은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고, 그저 이전 정부의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이처럼 처절하게 버림받는 것이다.

정부가 바뀌었다고 이전 정부의 것이 완전히 폐기되면 국민들은 도통 헷갈릴 수밖에 없다. 폐기비용도 적지 않게 든다.

초등학생들도 아는 얘기지만, 정부는 짧지만 국가는 지속된다. 따라서 정부는 국가와 국민을 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 국가번영과 국민행복을 위한 일이라면 그것이 이전 정부의 것이든 다른 나라의 것이든 가려서는 안 된다. 이전 정부의 것이라도 오히려 더 다듬고 보충하고 키워내면 새 정부의 것이 된다. 그것은 또 다른 창조다.

이렇게 정부의 정책목표가 5년 만에 사라지는 일이 반복된다면 현 정부의 창조경제도 조만간 같은 운명에 처한다. 창조경제를 목청껏 외치는 현 정부 관계자들도 그런 운명이라는 걸 알고 있겠지만 말이다.

안타까운 사실은, 이래서는 국가만 멍든다는 점이다. 정부는 그러고 물러나면 그만이겠지만, 그에 따른 혼란과 비용은 고스란히 국가와 국민이 부담한다.

이번 세계물포럼 개막식 때 자격루 모형이 자빠지는 일이 있었다. 국제행사에서 제대로 망신살이 뻗친 이 사건은 무엇을 시사하고 있을까.

news@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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