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나무 나무 산 산 산. 1970년대에 산 을 푸르게 만들자는 국가정책에 범국민적 참여를 촉구하기 위해 내건 슬로건이다. '절대녹화'를 장관의 시정 방침으로 정하여 산림청을 내무부 산하로 옮기고 전국 지방 관서까지 총동원했었다. 대통령으로부터 초등학교 학생들까지 나무 심기에 나섰고, 산불 예방을 소홀히 한 시장·군수와 경찰 서장이 여러 곳에서 파직되었다. 최근 여러 나라에서 한국의 고속 발전에 관한 기법(Knowhow)을 배우겠다면서 산림녹화의 성공 스토리를 포함시켜 달라고 요구해 오는데, 알아간들 쉽게 적용하기 어려운 대목이리라.

올해도 4월 5일 식목일은 여전히 나무를 심고 돌봐야 할 날이다. 1949년 공휴일로 지정된 이후 70년 가까이 우리는 꾸준히 많은 나무를 심고 또 심어 왔다. 6·25 동란 직후 대부분의 산이 벌거숭이 민둥산으로 절망스러웠으나 이제는 '풍요의 청산'으로 일변하여 힐링(Healing)의 요람이 되었다. 슬로건에 나무가 세 번 반복되는 것을 되새겨보면 세 가지 나무를 잘 심고 가꾸어야 함을 깨닫게 된다.

첫째는 말 그대로 나무(木)를 심는 일이다. 함께 심으면 숲(林)이 되고 이들이 모 여서 산을 풍요하게(森) 만든다. 사람이 나무를 심지만 종국엔 나무들이 '삼림욕'처럼 사람을 살린다. 집에는 정원, 동네엔 공원 을 조성하게 된다. 국공립 공원은 인류 자산이 되기에 이른다. 사람으로 살면서 한 평생 몇 그루의 나무를 심고 후세에 남겨 주는가는 성취의 잣대가 된다. 예컨대 황사 발원지 사막에 나무를 심는 대학생들의 '우리 숲' 운동은 젊음으로 위대한 역사를 창조하는 일이다.

두 번째 나무는 각자의 인생 나무라 하겠다. '나'라는 나무를 튼튼히 성장·성숙시켜 어떠한 바람에도 견뎌냄으로써, 세상에 도움을 주고 희망과 보람의 표상으로 서자는 것이다. 키도 작고 몸집도 작은 못난 솔이 벌 지킨다는 격언은 묫가에 서있는 나무만을 지칭하지 않는다. 내실있게 알찬 삶을 가꿔가는 '자랑스런 시민'을 부르는 사회적 요청이다. 겉은 멀쩡해도 속에 얼병 든 나무가 소리 없이 내리는 가벼운 눈조차 이기지 못하듯, 외화내빈(外華內贫)형 인간은 끝내 요란한 빈 수레의 모습으로 주저 앉는다. 자연은 인생의 학교라고 부르짖은 R.에머슨의 목소리는 지금도 울린다.

세 번째 나무는 국가라는 나무다. 나무가 산에 우거지고 사람들이 법석거리며 모여 산다고 한들, 나라가 온전치 못하면 불시에 공동(空洞)으로 추락한다. 나무가 해를 향하여 지표와 직각을 이루며 정립하는 것이 대자연의 섭리라면, 제대로 된 국민 없이는 국가가 바로 서지 못하는 것이 역사의 공리이다. 상록수와 단풍 고운 활엽수는 물론 각종 덤불, 이름없는 산풀까지 한데 어우러져 이뤄낸 대자연의 강도를 보라. 각양각색의 소아적 갈등과 반목을 대승적 시너지로 승화시켜 대한민국이라는 나무를 세계적 거목으로 키우자.
어느 곳이건 세가지 나무가 튼튼하게 자라면 21세기의 행복한 승자가 될 것이다. 나의 세 나무는 잘 자라고 있는가 챙겨보는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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