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물 문제를 다시 보자
[칼럼]물 문제를 다시 보자
  • 이만의 前 환경부장관
  • 승인 2015.03.13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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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초등학교 입학 전 백부님께 '추구(推句)' 라는 한문 초급과목을 배웠다. 거기에 봄을 노래하는 대목이 두 군데 있다. 하나는 '春來李花白' 이요, 다른 하나는 '春水滿四澤'이다. 봄이 오니 오얏꽃(자두꽃)이 하얗게 핀다는 것과 봄에는 비가 와서 못에 네 귀퉁이가 찰만큼 물이 가득하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자연의 섭리에 의해 사람이 살아감을 뜻하지만 농경사회의 바탕을 깔고 보는 자연관이다.

호남의 경우 농촌과 농업이 사회의 주류(主流)를 이루던 적엔 풍요의 요람이었다. 드넓은 농경지에 기후가 좋아 때맞춰 파종하고 수확하는 것이 당연시 되었다. 오늘날도 동부지역 출신 인사들은 호남지역의 광활한 평야에 감탄한다. 익산의 확 트인 미작지대, 나주평야와 배 밭, 무안 일원의 양파 밭, 해남지방의 평화스런 들판을 보면 식량과 자급경제를 기준으로 할 경우 부러움을 샀음에 틀림없어 보인다. 이처럼 비옥한 토지와 광대한 경지를 살리는 것은 물이고, 물을 제공하는 강(江)의 소중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전북의 만경강과 동진강, 전남의 영산강과 섬진강은 호남농경의 생명선이다.

물은 산업화에도 필수자원이다. 공업용수와 생활용수가 풍부해야 산업시설이 들어설 수 있다. 한강과 낙동강 줄기 따라 산업동맥이 빽빽이 흐르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강이 항만과 연결되거나 공항과 이어지면 물류가 수월해져 산업화에 가속도가 붙는다. 언제나 물을 필요로 하는 인간의 삶이기에 세계 4대 문명도 강을 끼고 발전해 왔고, 우리나라도 강 유역별로 문화권역을 이루고 있다. 물에 사람의 손길이 더해지면 물(水) + 기술(工, engineering) = 강(江)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근자에 기후변화, 특히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가 두드러지면서 수자원의 확보와 유지에 온 세계가 비상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시소(時所)따라 필요한 만큼 비가 와준다면 걱정 없겠지만, 지구가 더워지면서 기상이변의 빈도가 잦아지고 가뭄, 홍수, 폭풍, 폭설, 산불, 사막화, 해수면 상승, 생물다양성 감소 등 물과 관련된 위험관리가 매우 중요시 된다. 호남의 경우에는 수자원을 어떻게 쓸 것인가도 심각한 고려를 요할 것이다. 전통적 농경지로 남느냐, 산업적 비중을 높일 것이냐의 선택은 물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국가 차원에서는 식량안보 과제가 기후변화 때에 더욱 중차대한 반면 지역입장에서는 농경비중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 아니기에 복합적인 검토를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

새만금 개발도 막대한 용수 수요를 수반한다. 농어촌공사의 기본설계는 만경강과 동진강의 최적 기능을 전제로 하고 있어 기후변화 리스크(risk)를 경시한 면이 있다. 더구나 새만금호의 담수공급계획은 다분히 이상적이다. 이스라엘이 강물을 자연상태로 온존(溫存)하면서 바닷물을 담수로 가공하여 먹는 물, 원예용수, 농업용수로 공급하고 있는 '전략적 처방'을 벤치마킹하기 바란다. 이러한 대처는 전북과 전남의 강을 관리하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함을 유념해야 한다. 수도권 중심으로 빗물의 저장과 이용 시설을 적극적으로 늘리는 정책도 실질적으로 참고해야 할 것이다.

자연이 인류의 성급한 개발과정에서 기후변화가 초래되어, 이젠 봄비가 못을 채운다(滿四澤)는 보장이 없다. 적어도 향후 50년 이상 자연회복 노력을 기울이되, 그 동안 피해를 최소화하고 국제적 기후시장을 활용하려면 지혜로워야 한다. 신형 보릿고개를 막으면서 물부족 지역으로 분류되는 심각한 상황을 겪지 않으려면 수준높게 대비해야 한다. 봄이와도 제비가 오지 않고 종달새도 보기 어려움은 우리탓이고 과학으로 기우제(祈雨祭)를 지내야 할 임계지대(edge)에 우리가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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