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9일 설날부터는 양(羊)의 해가 된다. 올해가 을미(乙未)년이기 때문에 하늘의 운세를 담은 10간(干) 중 을(乙)에 해당하여 지난 해의 갑(甲)에 이어 역시 푸른 색을 띄므로 청양(靑羊), 즉 푸른 양이라 하는데, 우리가 보는 동물로서의 양은 푸른 종류가 없다. 결국 상상의 동물인 셈이며, 파란 색이 갖는 꿈과 양이 갖는 순종·단합의 특성을 융합하여 금년 인생살이의 지향점으로 운위하게 된다.

예수의 열두제자 중 하나로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던 성 안드레아가 잉글랜드와 전투하던 스코틀랜드 하늘에 나타나 잉글랜드를 물리치게 했다는 전설에 따라, 스코틀랜드의 농부가 성 안드레아의 날에 양들을 파랗게 염색하였다는 일화가 있기는 하다. 우리가 국가적 이념을 살리고플 때 태극모양을 쓰듯 인위적 노력으로 양과 푸른 색의 이미지를 금년 중에 활용하는 것은 지혜일 수 있다. 독일이 대청(大靑) 재배 농민들을 돕고자 군복색을 청색으로 정하고 대청염료로 염색하면서부터 '프러시안 블루'가 나왔던 사례가 있다. 청색은 성모마리아의 색으로 평화의 색이라는 믿음이 생겼기에 유엔기의 바탕색으로 선정되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양(Sheep)은 순결, 순종, 의로움, 일치와 단합의 상징으로 인식된다. 기독교 문화권에서는 '거룩하고 아름다운' 성물(聖物)의 표상이 되어 악한 것들을 물리치는 성결한 제사에 쓰이는 동물이 양이다. 양치기(Shepherd)가 창조주의 축복을 받아 위대한 사명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아 지도자를 목자(牧者) 또는 목회자(牧會者)라고 부른다. 양은 유목지역에서는 인간 생존을 위한 필수적 자원이기도 하다. 이제는 세계적으로 양고기 요리가 퍼져서 우리나라에서도 메뉴에 포함되어 있지만, 농경이 어려운 산악이나 중동권에서 풀이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소중히 길렀던 동물이 양이다. 양을 얼마나 많이 소유하는지가 재산의 척도였음은 당연하다.

양 열 마리가 울안에 있다가 한 마리가 울타리를 넘어가면 몇 마리 남느냐는 퀴즈가 있다. 답은 한 마리도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하나가 넘으면 모두 따라서 넘는다는 양의 특성을 말해준다. 양의 이런 측면을 긍정적으로 살리면 엄청난 시너지를 만들 수 있으니, 금년은 지난해에 잃었던 것까지 다 만회하고 활력을 높이는 계기로 삼으면 좋겠다. 지도층에서는 더욱 멋진 지도력을 발휘하여 국민이 순종, 협력토록 각별히 애써주길 기대한다. 지도자나 유력자(有力者)가 잘못 인도하면 공멸(共滅)의 함정으로 빠질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신기하게도 한자문화권에서도 양은 서양과 비슷하게 각인되어 있다. 양은 선하고 아름다우며 상서롭고 진실하며 의로운 것의 대표적 동물로 알려져 있다. 양(羊)이라는 글자가 善(선), 美(미), 義(의), 祥(서), 洋(바다, 넓은공간)에 공통으로 들어있지 않은가. 경제적 성과를 토대로 세계사회에서 지도적 위상을 다져가고 있는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양의 품성을 인격과 삶의 태도에서 자연스럽게 실천하고 발휘해야 할 것이다. 최근 각계에서 인성(人性)교육의 절실함을 주창하는 것도 양과 같은 시민이 아니라 돌출양태를 못버리는 염소(goat)형 인간으로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우려에 기인한다고 본다.

을미원단에 즈음하여 각자가 자기의 참모습을 정직하게 되돌아 보고, 내면의 빈 구석과 때묻고 찌그러진 자아상(自我像)을 진정하게 보완, 개선하면 좋겠다. 사람보다 돈을 더 좋아하지는 않는지, 힘 있는 쪽을 기웃거리며 약한 자들을 하대하지 않는지, 검은 속내를 흰 포장으로 위장·위선하고 있지는 않는지, 자기에게 이익 된다면 양떼에서 뛰쳐나와 꼴불견 되는지도 모르고 판을 망가뜨리지 않는지, 창 밖의 어려운 이웃을 외면하고 비정한 이기주의자나 모리배(謀利輩)가 되어 있지 않는지, 여유 있으면서도 공짜나 부익부를 더 챙기고 있지 않는지 등 누구나 찬찬히 자기모습, 제 자리 찾기에 나서면 양띠의 해에 진짜 보화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올 한해를 이(利)보다는 의(義), 수량보다는 품격, 가액보다는 가치, 경쟁보다는 공유(共有), 소아(小我)보다는 공영(共榮)을 좇아 자랑스러운 변화를 창조하자. 모두가 따뜻하고 겸손하게 공생의 푸른 초장(草場)에서 선한 양으로 개변된 상대를 경하하며 연말도착지점에 함께 손잡고 다다르자. 그래야 사회통합과 조국통일 같은 국가적 민족적 꿈을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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