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이사장으로 있는 'LOHAS코리아 포럼'이 운영하는 '로하스지도자과정' 제6기에 입교한 분들과 함께 얼마 전 나주, 장흥, 강진으로 이른바 수학여행을 1박2일 다녀왔다. 전남 지역을 처음 방문한다는 이가 몇 분 있었기에 넓지 않은 나라에서 중장년이 될 때까지 오로지 일밖에 모르고 여유 없이 살아온 '낀 세대'에 관해 많은 상념을 갖기도 했다. 남도가 스토리 담긴 볼거리도 많고 전통문화의 찬란한 매력을 접할 기회도 풍성힌 고장임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등 미디어들을 통해 널리 알려진 바 있다. 

하지만 호남의 깊은 맛은 역시 '남도음식'에서 맛 볼 수 있다. 이번 여행을 다녀온 '로하스 펠로우'들의 한결같은 후평 역시 음식에 관해서다. 사계절 풍부한 재료가 있어서 다른 지역에서는 흉내 낼수 없을 만큼 질과 맛, 향과 풍취가 절묘하고 매혹적인 식단을 이어오고 있다. 오랜 유배지로서 '중앙'에서 내려온 고관들이 인근주민들을 깨우치고 문화적 삶의 방식을 어깨 넘어 배워주었기에 음식문화가 높은 수준 속에 부요해 졌다고 보는 견해가 있기도 한데, 이 또한 틀리다고 보지 않는다. 다행인 것은 오늘까지 자랑할 만한 음식이 전승되어 왔다는 점이다.

적어도 몇 대에 걸쳐 지역에서는 이름 난 음식 명가가 남아 있고, 실제로 우리 고유의 건축미를 지닌 고옥(古屋)에서 선대의 숨결과 손맛, 지역의 풍미가 어린 '남도한정식'을 대하면 경건과 감동을 느낀다. 딸의 음식 솜씨는 어머니에게서 내려 받는다는 세평대로 현대판 '레시피'만으로 만들어 내기 어려운 '그 무엇'을 접할 때 고객인 후예는 행복하다. 최근에 '퓨전'바람이 불어와 밥상에 애매한 접시가 심심찮게 오르는데 깊은 맛이 아닌 날림 맛으로야 어찌 감격을 선사할 수 있으랴.

필자가 오래 전 광주(光州)관광 진흥방안에 관한 자문에 '맛있고 믿을 수 있는'음식점 육성이 첫째라고 강조했던 기억이 있다. 세계적 명성이 높은 '미슐랭가이드'는 지구촌 누구에게나 추천하는 좋은 식당 정보다. 주로 자연과 인간 친화적이고 지역과 전통의 문화요소를 감안하여 선정된 '레스토랑'을 소개한다. 국내의 어느 종편채널에서도 그런 방식으로 '착한식당'을 엄선하여 지점 문패를 달아준다. 단순히 밥 먹는 곳이 아니라 '맛'과 '멋'과 '믿음'으로 사람을 끌고 돈을 벌어주는 것이다.

그런데 꼼꼼히 들여다보면 종국에는 '사람이 답'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훌륭하고 지켜줄 만한 음식점은 '차별화 되면서 차원 높은 명장(明匠)'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호남의 진솔한 명장은 누구이며 어디 있는가? 그분들을 이어받게 할 전승(傳乘) 프로그램은 있는가?

'호남전통음식전수원'같은 전담시스템을 구축하고 지방음식육성 및 진흥을 위한 구체적 노력을 조속히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전주비빔밥, 무안세발낙지, 담양죽순요리와 떡갈비, 순천짱뚱어탕, 여수능성어죽과 돌삿갓, 장흥 키조개탕, 나주곰탕, 보성녹차와 꼬막비빔밥, 완도전복 등 자연과 사람이 융합된 '로하스 메뉴'는 세계 이웃을 감동시킬 수 있다. 보석이 서 말이라도 꿸 수 있는 명인이 있을 땐 그렇다.

내년의 세계대나무박람회 (담양), 그 이듬해의 세계디자인박람회(나주)와 세계튤립축제(순천) 등 국내외 고객을 끌어들여 행복과 만족으로 채워 줄 기회는 연달아 있다. 맛을 제대로 울궈내고 남도문화의 멋을 곁들여 '산업 이상의 것'으로 밝은 희망을 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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